8. The good meets The bad(1)
*XX meets XX(1)은 일관성 유지를 위해 동시에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해보겠읍니다.
*왜 처음부터 그래서.... 나는!! 나는!!!!!
카르나르 융터르는 오후 5시가 되었을 때 상담실에서 나왔다. 그 광신도 부부에게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번 집회를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할 예정이라고 했기에,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본래 위성도시로 계획 되어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건설사들의 파업으로 흉한 철골들이 가득한 곳. 그는 의심받지 않을 한 가장 먼 거리까지 탑승했던 택시에서 내려, 다시 한참을 걸어 이 곳까지 도달했다. 이미 가로등도 없는 거리는 어두워, 주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난 공장 때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제대로 건설되지도 못한 폐허 한 곳에 몸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별다른 소득이 없이 하늘 위을 몇 시간이고 배회하던 노스페라투 호드의 지쳐가던 눈에 이상한 것이 하나 띄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사람들의 이동이 거의 없어야 할 곳에 점점이 모이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이상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 장소가 이미 슬럼구역보다도 더 나락으로 떨어진 폐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마 저 사이에 사적제재를 저지른 자가 숨어있으리라. 그 분노는 이해하지만, 자신도 그 자도 죽음에 이르게 할 어떠한 권리도 없기에 반드시 막을 생각이었다. 그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지상에 가까운 높이로 부유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죽이게 하지 않겠다.
폐허 사이로 숨어있기를 체감상 20분 정도로 느낀 융터르는 어느 순간 또렷하게 -더 이상 죽이게 하지 않겠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알아차린 것일까? 순간적으로 든 생각을 곧바로 부정했다. 자신이 아는 그의 성정대로였다면, 곧바로 확인했을 것이니까.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광신도 부부의 집에 들어가서 그 결말을 목격한 것이라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신진 몰라도 참 정의감이 넘치는 영웅 납셨군. 당신이 그 아이의 몸에 난 상처와 그렇게 만든 환경을 봤다면 그딴 허튼소리를 할 수 없을텐데. 그 생각에 미치자 마자, 이 근처에 그 감정을 품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지상에는 광신도들이 들끓을 터이니, 지하 혹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몸을 살짝 뺀 그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하, 거기 계셨군. 그는 숨어있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지상에서 얼추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부유하는 한 존재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노스페라투 호드 또한 아래에서 어떤 적의가 감도는 시선을 느꼈다. 혹시 저 밑의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건가? 그랬다면 아마 동시에 자신을 가리켰을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니 저들은 아니다. 다행히도. 만약 그러했다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봤으리라. 그러면 어디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가 있다면? 그는 지상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자신을 노려보는, 검은 옷으로 몸을 싸맨 한 남성이 폐허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았다. 호드는 직감적으로 저 자가 그 폐가의 자살을 유도한 범인이라 생각하였다. 그는 엄한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그려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당신, 입니까?" 호드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두 발을 내딛으며 착지하며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상대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저음으로 답했다.
"한 번,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이 어두운 곳에서도 눈에 띄게 붉은색 쫄쫄이 차림의 근육질에게는 더."
"제 복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누가 들어도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무뚝뚝하게 말대꾸 한 호드는 눈 앞의 상대가 자신을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왜 저 자는 이 집회에 잠입을 했는지 궁금증이 동시에 들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체격은 좋았지만 주먹을 휘두르는 인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드가 정체를 추측하는 사이 짧은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검은 옷의 남성이 툭 내뱉듯 혼잣말했다.
"당신이었군. 요 근래 부쩍 소문이 돌았습니다. 노스페라투 호드라는 자칭 영웅님이 있다고."
"...힘이 있다면, 올바르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폐가에 가보셨었을 터이니 저를 찾아서 이 곳까지 왔다, 이렇게 생각해도 무리한 추측은 아니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 폐가에 갔다왔습니다."
호드는 천천히 자신이 이곳까지 도달하게 된 경위를, 자신이 '기자'로서 활동하는 사실은 덮어둔 채로 이야기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신분을 드러내는 것 만큼 어리석은 행위도 없었기에. 그리고 이 곳까지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 그 유도살인에 대한 마땅한 이유가 없다면 그는 도저히 저 남자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먼 눈으로, 집회에 늦었다며 부단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쫓은 남자는 그 방향으로 몇 발자국 조금 더 걷는가 하더니 금방 발걸음을 멈췄다.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어떤 감도 잡을 수 없었던 호드는 긴장된 표정으로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탄인지 뭔지 들렸다며 학대를 거의 매일같이 했다고 하더군요."
"..."
"그 부모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조만간 도래할 천국에 마귀가 들어갈 곳 없기에 마귀를 제거하려 했다.'라고 했습니다. 오로지 저 자칭 '신의 아들'이라는 놈의 말만을 믿으며."
"그 부모가, 저 종교 집단의 일원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예, 아무렴요. 하늘을 날아다니고 누구보다도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그것도 모르면 쓰겠습니까?"
"저들도, 그 부모처럼, 죽일 생각입니까?"
남성이 뜬구름 잡듯 말하는 것을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었던 호드가 아예 비꼬는 말까지 전부 무시해버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과 적대감이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다. 만약 저 자가 '그렇다'고 하면 그는 자신이 힘을 얻었을 때부터 지켜왔던 '설령 범죄자라 할지라도 죽이지 않는다'는 신념을 오늘 처음으로 깨트릴 각오도 한 그는 무심결에 주먹에 힘을 주어 쥐고 있었다.
갑자기 슬럼 곳곳이 환하게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들도 제법 모였겠다, 더는 숨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듯 하였다. 검은 옷의 남성이 몸을 돌아 그 빛을 등지며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웃음을 살짝 터트리고는 답했다.
"아뇨, 그러기엔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융터르가 보기에, 눈 앞의 체구가 거대한 남성은 어떤 면으로 보아도 참 정직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 힘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을 선하게 볼 수 있겠지. 더 더럽고 추잡한 꼴을 보지 않고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겠지. 그런 그, 노스페라투 호드가 자신을 질책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융터르는 실소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가 저 종교에 자신을 팔아버린 광신도들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막기 위해 이 곳에 왔다는 사실에 더욱더.
"재미가, 없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네. 처음에는 저들 사이로 들어가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영웅이 긴장된 얼굴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내딛는 것을 보았다. 아마 저런 사람에게 공격을 받으면 정말 뼈도 못 추리겠지. 하지만 전부 상관없었다. 융터르도 본인이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에 들끓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까지 저지르며 이 곳까지 왔으니까.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참 괴짜같은, 어떤 친구의 얼굴과 웃음소리가 귓가에 멤도는 것 같은 착각에 잠깐 빠졌다가 호드 쪽으로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생각해보시죠. 저들이 저렇게나 숭배하는, 자칭 신께서 그 어떤 인간보다도 추악한 면모를 보여준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저들이, 혼란에, 빠질겁니다." 호드가 걱정으로 얼굴이 굳어 대답했다.
"빠지라고 하죠. 저 광신도들? 직장도 가족도 다 저버리고 저 사람의 말 하나에 홀렸습니다. 이미 혼란에 빠질 이성이 남아 있을리가."
"저들은, 세뇌 당했습니다."
"아, 교주한테? 그래서 저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
그는 겨우 진정했던 마음이 다시 들끓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또 아무것도 듣지 못해. 그저 저 하늘에서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눈에 띄는 거대한 사건만을 막아낼 뿐이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선인 역할을 집고서는 나 같이 손을 더럽힌 자들을 용서하지 못하는거야.
융터르는 노스페라투 호드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곧 그를 지나치면서 말했다.
"걱정마시죠. 저들에게는 공권력으로 처벌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그러니 방해하지 마시고 가시던가 아니면..."
-9. The good meets The bad(2)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