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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합작)그럴만한 이유

김만성피로 2023. 9. 11. 01:24

 왁타랜드의 앞에 45인승의 왁타'버스'가 정차하고 곧 주차장으로 유유히 사라지면, 그 앞에는 21명의 고정멤버들이 저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나같이 들뜬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상현의 1, 뢴트게늄이 그들 대표로 사전에 예매했던 자유 이용권을 매표소에서 전부 수령한 후 한 명 한 명 꼼꼼하게 나눠주고는 비장한 얼굴과 함께 말했다.

 

 "자— 여러분들! 오늘 우리는 저기서! 아주 죽어라고 노는 겁니다! 우리에게 이 기회를 주신 왁굳니—"

 "하아니—! 뢴트게늄 말이 많스무니다! 이럴 시간 있음 빨리 들어가는게 개이득 아니무니까?"

 

 오늘 놀이공원에서 제대로 놀 생각에 들떠있던 히키킹이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핀잔을 주었고, 그것에 힘을 받았는지 누군가가 선창하듯 "두개재!" 라고 외치는 별로 비장미 없는 구호도 일제히 외치면 어느정도 힘을 얻는 법이다. 뢴트게늄은 18명의 사람들과 2대의 로봇들이 신나서 먼저 뛰어들어가는 모습에 "아, 아잇! 나도 같이가요! 야!!" 라며 그 뒤꽁무니를 곧바로 쫓아 들어갔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신장 평균이라는 것이 있기에 주위를 둘러보면 어지간해서는 고만고만해야 하겠지만 유독 그 사이로 툭 튀어나오는 머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다른 이용객들은 그 둘을 일종의 이정표 삼아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위치 정보를 주고 받을 정도였다. 

 그 둘,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노스페라투 호드는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면서도 신나하는 고멤들과 달리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을 거둘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 곳곳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나 듣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 두 사람이 심상치 않기도 하고 일찌감치 지쳐있던 융터르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아니, 두 분은 안 노십니까?"

 "그러는 융터르, 자네는 왜 그런건가?"

 "맞습니다, 당신. 왜 안 놉니까?"

 "뭐 저야 실컷 놀고 지금은 잠시 쉬는 타이밍이니까요. 헌데…."

 

 말꼬리를 흐린 사짜 심리상담가의 시선은 이제 두 중년이 주머니 따위로 저마다 쑤셔넣은 머리띠 따위를 향해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흥에 겨워 하나쯤은 쓰려다가 만 그 모양새. 물론 캘리칼리와 호드또한 그 시선이 주는 의미를 알았기에 떨떠름한 얼굴로 굳이 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더 이상 숨기지도 않는다.

 문득, 그들의 체격과 놀이공원에서 신장 제한을 두고 있는 종류들은 최대가 거의 190cm의 한계를 두고 있음을 융터르는 알아차렸다. 한 쪽은 아슬아슬하게 넘고, 다른 한 쪽은 그마저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타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 상담사의 표정이 모든 것을 알았다는 전형적인 그것이었기에.

  위에 누군가가 있기라도 하다는 듯 머리 위로 손을 높게 치켜 올린 캘리칼리가 껄렁한 태도를 유지한 채 키를 비교하는 사람처럼 땅을 향한 손바닥을 평평하게 한 상태로 좌우를 흔들며 말했다.

 

 "알잖냐. 우리들 꼬라지가 이런거."

 "우리들, 이라고, 하지 마십쇼. 저, 캘칼보다 작습니다."

 "니 똥이다."

 "…나이, 어디로, 먹은 겁니까. 수듄."

 

 캘리칼리 옆에 앉아있던 호드도 만만치 않게 유치한 발언으로 캘리칼리와 말싸움을 했지만, 이런 두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융터르였다. 지금만 해도 저기 멀찍이서 도파민 박사, 풍신, 이덕수 할아바이 셋은 어지럽고 지친다는 이유로 푸드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으며 다른 고멤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 않는가.

 어째서 이 둘은 나이가 고멤들 중에서 제법 많은 편에 속하는데도 놀이공원에서 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지, 융터르는 이해할 수 없어서 유치하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수의 놀이기구는 두 분의 신장으로도 이용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뭐어 그렇지. 그래도 말이야, 이걸 들고 있는데 키가 너무 크다고 이용 못한다는 건 뭐랄까 역시—"

 "소외감, 듭니다."

 

 호드가 캘리칼리의 말을 끊다시피 하며 받아 마무리 지었다. 남들은 다 즐길 수 있는데 자신들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 어린이라 키가 작아서, 혹은 그 어린이 용이라서 즐기지 못하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무 커서 탑승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에게는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물론 처음에는 저것만 놀이기구냐 하면서 돌아다녔지만 생각 이상으로 키 혹은 몸무게 제한으로 인해 탑승 불가가 된 것들이 제법 있었기에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이, 뭐 대충 상황이 이런 모양이긴 한데 쉴 거면 우리 이야기나 들어줘라. 본업 행동 하라고."

 "…좋습니다. 뭐. 어디 한 번 들어보지요."

 "좋—아. 그럼 나부터다."

 

 축 늘어지듯 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댔던 남자는 어디로 온데간데 사리지고, 이제 캘리칼리에게 시끄러운 노랫소리는 그저 희미하게 들려올 따름이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총이 내뿜는 매캐한 화약의 냄새와 응당 뒤따르고는 하는, 비명소리였다.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보물을 발굴하고 그런 자신을 막아내는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지만 흥미는 늘 어느 시점에서 끊기기 마련이다. 삶의 기반도, 노후도 마련된 시점에서 뭔가를 더 손아귀에 쓸어담아 모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삶에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캘리칼리는 이번이 마지막 일이라는 생각으로 어느 유적을 향했다.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난 배신을 당했지. 아주 제대로 말이야. 지금까지 숱한 놈들 중에서 그나마 날 배신하지 않겠거니 싶었던 놈에게 당했었네."

 "아…." 융터르의 목소리는 정확히 안타까움을 품고 있었다.

 "옆구리에 총을 맞고, 내가 손에 겨우 쥔 그 보물을 탐낸 놈들이 그걸 기회로 삼아서 달려오더구만. 그러면 내가 드디어…. 뭐 아무튼 지금 보시다시피 난 살아있고, 그 날이야 말로 내 손에 가장 지독할 정도로 피를 묻혀댔지. 그래서 그런가? 이깟 놀이공원에 와서 번번히 거절당하고는 하니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든거지. 내 주제에 무슨 평화로운 일상이냐라고 말이야."

 

 그러면서도 요령껏 다른 푸드트럭에서 호드가 사온 음료수, 딸기 쉐이크를 맛있게 마신 캘리칼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회한이 묻어나오는 얼굴로 이어 말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내가, 당장이라도 이 고멤 생활을 관두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게 좋다고 보는건가?"

 "…그럴리가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얼마든지 하게. 얼마든지."

 

 융터르는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는 캘리칼리의 말에 감사함을 표하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이 이야기만 듣고서 캘리칼리 님을 정말 제 지음과 같이 잘 안다, 이건 자부할 수 없습니다만 제가 고멤에 합격한 이후 캘리칼리 님께서 그런 과거가 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캘리칼리 님이 고멤을 관두고 옛 생활로 돌아가버리신다면 어떨까 싶군요. …저라면 아마 평생토록 그 선택을 후회할 겁니다."

 "하, 자신있나보구만. 내가… 관두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럼요. 무엇보다도 지금 당신 얼굴이 생각보다 그리 비참해보이지 않거든요."

 

 당돌하기 짝이 없는 그 말에 캘리칼리는 돌연 박수를 크게 치면서 껄껄 웃어대기 시작했다. 어찌나 그 소리가 컸던지 근처를 저들끼리 떠들면서 지나가던 사람들마저도 한 번씩은 볼 정도였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러한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물이 찔끔 나와 그걸 겨우 제 두터운 검지로 훑어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구만. 날 고평가 해주니 말이야."

 "뭐, 상현의 5가 괜히 되었겠습니까?"

 "크으—하하!! 그러게 말이야! 생각이 짧았어."

 "그럼, 이제, 저도 이야기, 하겠습니다."

 

 노스페라투 호드가 흠흠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히어로 노스페라투 호드의 일상은 지극히 반복적이다. 어디선가 빌런이 툭 튀어나오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그 일대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그걸 막는다. 칭찬과 감사의 말을 듣는다. 그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 자체로 말하자면 꽤 보람있는 일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 아니던가? 캘리포니아의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을 구해주는 것은.

 그러나 문제가 터졌다.

 

 "딱 한 번, 저도 쉬고 싶은 때, 있었습니다."

 

 히어로는 철인이 아니다.

 물론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충분히 차고 넘치는 것이 체력이라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서, 딱 한 번 쉬었다. 사람들을 구하고 빌런들에게서 도시를 지키기 위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여유롭게 눈에 담아두고 싶었고, 취미인 낚시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히어로는 마치 그래서는 안 되었다는 듯 매스컴에서 온갖 질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들켰는가? 악질적인 황색언론에서는 파파라치들을 대거 이용해 그의 사진을 마구잡이로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사람이 죽은 것은 물론 아니고 다치지도 않았으며, 도시는 놀랍도록 평화로운 하루였건만. 그 하루 동안 다른 이들처럼 자신도 여유를 가지고 다시금 지키는 자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건만. 해당 매스컴은 순식간에 마른 벌판으로 불씨가 떨어진 것처럼, 온갖 과대해석과 확장을 덧붙여 남은 자리는 조롱과 비아냥이 넘처 흐르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 하십시오. 하루 쉰 것, 큰 죄 입니까?"

 "그렇다면 법정 공휴일은 사실상 사형과도 맞먹는 큰 죄겠지요."

 "그러면, 저 왜, 비난 받았습니까?"

 

 호드의 눈은 어느 샌가 번개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직은 닿아봐야 정전기 수준의 가벼운 따끔함일 터이지만, 그마저도 지금 이 히어로가 생각 이상으로 정신이 몰려있음을 융터르 말고도 곁에서 묵묵히 들어주던 캘리칼리마저도 전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만큼, 당시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호드로서는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호드는 드물게도 자신의 질문에 대해 확답을 받고자 했다.

 

 "제가 한 일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습니까?"

 "당연히 아니지요. 히어로라는 직업을 사람들은 때때로 만화나 영화 속의 그것처럼 우리는 종종 간과하고 있기에…. 호드 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우리는 가끔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삶에 있어 비일상적인 위협에도 안전을 확답받으며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호드 님이 저와 같은 범인에게 줄 수 있는 크나큰 호의이자, 혜택인 셈이지요."

 "솔직히, 아까 롤러코스터 타기 직전, 직원이 저 말렸습니다. 그래서 옛날 일, 생각났습니다. 나는 노는 것도 안된다, 그런 생각."

 

 평소 그와 자주 티격태격하는 캘리칼리가 그런 히어로의 붉은 후드티 위로 제 두터운 손을 가볍게 올려 조심스럽게 토닥거려주었다. 그것이 실제로 그에게 어떤 마음 속 묵은 응어리를 풀게 해주었는지는 몰라도, 호드는 조용하게 고맙다는 말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을 확인한 심리상담사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히어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헌신의 미덕을 멀리 걷어차버리는 그의 말에, 호드가 충혈된 눈을 부릅 뜨고 상담사를 바라보았지만 곧 그 말이 이어졌다. "이런 말 있잖습니까.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히어로는 무릇 사람들이 절실히 갈구하고 원해야 하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조금의 휴식도 인정하지 않고 매일 같이 온 도시를 뺑뺑이 돌면서 활동하길 바라는 그런 히어로가 세상에 어딨단 말입니까? 가끔은 당신의 필요성을 사람들이 알아줘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아니, 그거 맞는 소리, 아닌거 같은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뻔뻔한 말은 덤인 상담사의 말에 호드 또한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기야 자신이 없으면 망할 도시라면, 고멤 활동을 이유로 쉬고 있는 지금도 엄청난 아비규환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거구의 히어로가 피식 웃자, 캘리칼리는 오랫동안 앉아있어 찌뿌둥한 몸을 쭉 일으켜 안 그래도 그 거대한 키를 더욱 커보이게 기지개를 피고는 말했다.

 

 "우린, 우리 식대로 논다."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흔히 '아케이드 센터' 라 부르는 그런, 소위 말하는 오락실과 같이 소소하게 놀 수 있는 기구들이 모여있는 장소.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노스페라투 호드는 저마다 사격솜씨를 발휘하고, 두더지를 잡기도 하며 테이블 하키를 즐기며 시간을 죽였다. 

 특히 테이블 하키를 하는 두 사람은 나이나 체면과는 전혀 상관 없이 문자 그대로 열혈의 모습을 보여주며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고, 접점을 거듭하는 그 모습은 그저 잠시 쉴 목적으로 왔던 다른 고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매우 충분했다. 그 승패의 결론만 말하자면 몇 번이고 거듭된 기나긴 랠리의 끝에 호드가 결국 마지막 1점을 따는 것으로 끝났다.

 그렇게 얼핏 보기엔 두 사람의 얼굴은 이 아케이드 센터에 들어온 이후로 그 전까지 품고 있던 근심들을 전부 날려버린 듯 했지만, 멀리서 그 두 사람의 엄청난 스테미너에 질려 한 쪽에서 가만히 쉬고 있던 카르나르 융터르의 눈에는 그것이 억지로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였을까.

 

 "두 분, 괜찮으시면 저와 어디 잠시 가주시겠습니까?"

 "응? 어디 말이냐?"

 "오, 혹시, 화장실, 갈겁니까?"

 

 그러나 융터르는 두 사람의 승낙을 받자마자 인파 사이로 사라질 듯 곧장 앞서 걷는 바람에, 덩치 큰 두 중년은 먼저 간 사짜 심리상담사의 뒤를 쫓아 부리나케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긴…!"

 "아니, 당신 미쳤습니까?"

 "뭐어, 지금은 사실 탑승할 사람들도 얼마 없잖습니까? 한 번 쯤은 눈 감아주실지도 모릅니다."

 

 세 사람이 얼떨결에 줄을 서고, 그 끝에 보인 것은 롤러코스터다.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카르나르 융터르는 자신이 섰던 줄에서 조금 물러나 여전히 얼떨떨한 눈을 한 두 사람의 몸을 조심스럽게 밀었고, 분명 낮시간만 해도 키와 몸무게 때문에 죄송하지만 안된다며 퇴짜를 놓았던 직원은 순순히 두 거구를 기구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물론 그 뒤로 서있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비록 피크 타임과 비교하면 그 수가 적을지언정 캘리칼리와 호드만 단 둘이서 어색하게 즐기는 그런 경우 없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안전봉 꽉 잡으시구요~ 출발합니다~♪"

 

 곧 롤러코스터가 작동되고, 천천히 가파른 경사를 향해 올라가던 그것이 정점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곤두박질 치듯 아래로 내달렸다 거의 직각으로 기울어지기도 하고 시원하게 서너바퀴를 너끈히 빙글 도는 그것. 그런 와중에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 사이로 꽤나 묵직하고 걸걸한 두 중년의 것도 여과없이 들려왔기에 슬슬 모여든 다른 고멤들은 그 캘리칼리와 그 호드가 이런 비명도 지른다며 낄낄 웃어대기 시작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끝나고, 다리가 애써 후들거리는 것을 참는 티가 역력한 캘리칼리와 호드가 빠져나오는 인파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 고멤들이 그 두 사람에게 자연스레 모여왔다. 이덕수 할아바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안부를 가장 먼저 건넸다.

 

 "이잉, 아주 구냥 악을 쓰던디 목이 괜찮을랑가 모르겄네."

 "냅둬라 이 영감탱이야. 알아서 잘 묵고 잘 자면 이런 건 다 나어!" 그런 걱정에 도파민 박사는 단호히 말했다.

 "지 몸 아니라구…."

 "응? 근디 융터르 자네는 왜 안 탔는가?" 풍신이 갑작스럽게 두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져있던 카르나르 융터르를 지목했다. 

 "예? 아, 저는 그—"

 "아잇! 융터르 님 롤러코스터 아직도 안 탔었습니까? 아까 타자고 그렇게 말하니까 무섭다고 도망쳐오더니!"

 

 융터르가 풍신에게 무어라고 하기도 전, 소피아가 복면 너머로도 확실히 보이는 배신감에 가득 차 삿대질까지 하며 끼어들었다. 물론, 롤러코스터가 무섭다는 이유로 타지 않는다는 그것은 상호 간 고로시를 반찬 집어먹듯 하는 고멤들에겐 아주 손 쉬운 일이었고….

 

 "어이, 다음엔 한번… 어디보자 저—기 바이킹 어떠냐?"

 "좋습니다, 당신 목소리, 바이킹 같으니까, 어울립니다."

 

 거대한 두 덩치의 벽이 가짜 심리상담사의 좌우를 밀착하다시피 하며, 세 중년은 부리나케 바이킹의 마지막 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