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썰입니다./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6. 좋은 놈 이야기 - 추적자(1)

김만성피로 2022. 11. 27. 13:15

*솔직히 호드님 원본 존중이라는 방향을 한껏 살리긴 했지만 너무 오버밸런스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더러 맞추라고 하면 두 아저씨들에게는 재앙급 아닌가...


 취재라는 것은 참 어디에 갖다 붙여도 써먹기 좋은 핑계라고 호드는 생각한다. 지금도 그랬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라는 경찰이 거주하는 빌라에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그런 경악스러운 일을 취재라는 핑계로 직접 현장에 방문할 수 있으니까.

 설마설마 했건만 단순한 SNS 상의 루머가 아니었다. 창문 근처를 덧칠한 시꺼먼 그을음. 유리 파편이 빌라 입구까지 떨어진 상황. 이미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막고 있었다. 그들의 언행은 일반적으로 범죄나 사건사고의 현장을 마주한다기 보다 훨씬 감정적이었는데, 길길이 날뛰는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특히 눈가에 실핏줄이 올라와있었다.

 노스페라투 호드는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 어떤 누구와 견주어보아도 절대적인 회복능력을 지니고 있으니까. 경찰들이 떠드는 내용 중에 그의 시체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가 조심스레 들려왔던 것이 그 생각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다만 저 폭발이라면. 분명 죽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큰 부상이 아직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왜? 호드는 형사를 노리는 것 자체는 이해할 만한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예로부터 범죄자들은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은 경찰을 그리 좋게 바라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거대한 폭발을 남길 정도인가? 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어, 어어? 당신!" 형사들 중 살짝 얼굴이 익숙한 사람이 그를 보고 손을 들었다. 폐가의 사건을 담당했던 자였다.

 "안녕하십니까?"

 "벌써 소문 다 퍼졌어요? 아, 이러면 안되는데."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동료형사가 이마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캘리칼리 데이비슨 형사님과, 아는 관계여서, 소식듣고 찾아왔을 뿐입니다."

 

 본인 입으로 이상한 놈이라 자청할 만큼, 확실히 동료들에게 그 악명이 상당했던지 침울해있던 형사들이 "그 놈이랑 아는 관계라고요?"라고 되물어 볼 정도였다. 친구 대신 아는 사이라고 했을 뿐인데도 저런 반응이라니, 얼마나 괴팍한 인간인건가? 내심 당황하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살짝 진동했다. 그를 붙잡고 '대체 어떻게 친하게 지냅니까?' 같은 소리를 하던 형사들에게 양해를 구한 채 확인하자, 발신자가 그들 사이에 약속했던 일종의 별칭인 '나쁜 놈' 카르나르 융터르인 메시지였다.

 그 내용에는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자신과 통화를 했으며, 그 전날 밤에는 자신을 노리고 온 자들이 습격을 했었다는 내용이었다. 사로잡으려는 의도를 보이고 채찍 비슷한 것으로 공격을 했으며, 그 강도가 상당하고 주모자격으로 보이는 자는 음성변조를 심하게 하였다는 부분이 특히 호드에게 의미심장하게 와닿았다. 이런 정보라면, 틀림없이 유용할 것이다. 누구에게든.

 

 "형사님, 제보가 있는데, 저와 협조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날 이후로 호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히어로 슈트 차림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명백한 공권력인 캘리칼리를 단순히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사로잡으려 했다는 의도를 다방면으로 궁리해본 결과, 가능성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그 첫  번째는 지독한 원한이고 두 번째는 그의 능력에 대한 불온한 호기심이었다. 이어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융터르에게 전달하자, 상대 또한 "저로서도 두 번째 의견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라며 동의를 표했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이유도, 스스로를 미끼로 삼아 놈들을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명확한 추정의 연속된 과정일 뿐이지만, 놈들을 잡으려면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 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평소에 하던 일을 소홀히 했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일부러 행동패턴을 바꾼지 이틀이 지났을 무렵. 전과 같이 평소보다는 낮은 고도에 상대적으로 저속비행을 하던 그의 바로 밑에서 손가락 굵기 정도의 줄 같은 것이 제법 빠른 속도로 달라붙으려 하였다. 무심코 전기로 내치려고 했으나, 저들이 노리는 자신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싶었던 호드는 몸을 유려하게 돌려 가뿐하게 피한 뒤 허공을 부유했다.

 본래 목소리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도 추측하지도 못할 만큼, 심하게 변조된 목소리가 저 아래에서 올라왔다.

 

 "노스페라투 호드. 히어로. 본인 맞나?"

 "목적을 말씀하지 않고 묻는 질문엔, 답할 이유는, 없습니다."

 "...."

 

 대답을 거부한 호드는, 비인간적일 정도의 적막함에 긴장을 했다. 누가 보더라도 본인이 맞지만 어째서 확인하는 것일까? 자신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그의 머리 속에서는 한 가지 터무니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저 자는(아니 사람이 맞기는 한 것인가?) 이런 일을 한두번 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길한 예감을 떨치지 못한 호드가 땅을 힘껏 박차고 날아오르자, 그의 비행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예의 그 줄들이 뒤따라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상대방은 대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움직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떤 살아있는 생물처럼 여러 가닥의 끈들이 그의 주위를 지속적으로 포위하려고 하는 모습은, 호드를 마치 사냥하려는 거대한 뱀처럼 보였다.


 그러나 뱀이 지상에서 뛰어오르지 않는 한, 제 몸을 아무리 늘려봐야 더 먼 곳에 있는 먹잇감을 물 수 없듯이 노스페라투 호드의 눈 앞이라는 아슬아슬한 거리에 결국 그 끈이 더 닿지는 못했다. 거의 50미터 가까이 되는 길이의 끈은 그를 끝끝내 붙잡으려고 몇 번이고 꿈틀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보다도 저 끈의 소유자가 마주해야하는 더 큰 문제는, 자신을 잡으려고 나름대로 포위망을 꾸렸지만 결국 자기들끼리 엉망진창으로 꼬였다는 것이다.

 

 "이제, 게임 끝났습니다."

 

 단호하게 말한 호드는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끈을 붙잡고 세차게 끌어당겼다. 어딘가 설명하기 힘든, 묘하게 물컹거리는 감촉을 참아낸 그 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확히는 뭔가를 강제로 끊어낸 흔적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비교적 빠르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허탈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겨우 삼킨 호드는 유일하게 남은 이 이상하고 물컹거리는 끈을 경찰에게 넘겨보기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이것이 무엇인지, 확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으리라.

 

-17. 나쁜 놈 이야기 - 은둔자(1)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