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썰입니다./멤고 단편 - 그 외

아저씨즈 3인이 공포 배경의 방탈출 게임을 해보았다고 합니다.

김만성피로 2022. 12. 1. 15:07

내가 또 미쳤지....

1. 저는 분명 다른 분이 연성을 해줄 것이라 믿으며, 마치 감나무에 잘 익은 홍시가 제 입으로 쏙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워있었습니다.

 

2. 근데 그게 입이 아니라 얼굴에 떨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건 더 이상 홍시가 아닙니다. 땡감이죠. 감이 땡처리 되었다, 이겁니다. 융하하하.

 

3. 아무튼 고로시학 학부생으로서 이러한 처사에 대해 생각을 해본 결과, 내공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1.

 캘리칼리 데이비슨, 카르나르 융터르, 노스페라투 호드는 '중년즈'라고 한 데 엮이는 것치고는 드물게 서로 어울릴 시간이 없다가, 통칭 '할배즈'로 불리는 세 노인들에게 등 떠밀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재미나게 놀고 오지 않으믄 니들은 국물도 읎는기여 라며 반은 협박조로 말하던, 이덕수 할아바이의 배웅 인사가 절대로 무서워서 그런 것이 맞았다. 아니 애당초 그 '국물'이라는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거의 울며 겨자를 먹고, 벙어리가 냉가슴을 앓듯이 서로에게 묘하게 품은 불만을 제각기 가슴속에 삭히며 시간을 보낸 결과 대략 2시간 정도면 이 어색한 관계도 끝이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결국 이 2시간을 어떻게 빨리 녹여내느냐가 관건인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던 캘리칼리가 "어어, 저거 재밌겠구만!" 이라며 어딘가로 손가락질 했다.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이 바로 따라갔다.

 

 "음... 방탈출 카페, 인가요?"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친 표정의 융터르가 반색을 했고,

 "그럼 줴안이, 하놔, 있숩니다. 가장, 무숴운 것으로, 한번 해봅쉬다." 라며 호드가 한 술 더 떴다.

 

 그냥 방탈출도 하다보면 어려운데 여기서 공포 소재를? 보통 사람이라면 그건 아니라며 바로 어깃장을 놓았겠지만, 하필 그 말을 하려던 융터르의 목소리를 캘리칼리의 "그거 정말 좋겠구만!" 이라며 정말로 들뜬 목소리가 전부 지워버렸다. 

 

2.

 "이봐요, 가장 무서운 걸로 좀 추천해주시죠."

 "어... 혹시 남성 세 분, 맞으십니까? 혹시 처음이신가요? 방탈출?"

 

 방탈출 카페의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자신의 몸을 전부 가리는 캘리칼리의 능글맞은 표정에 더 당황했다. '무서운 거 찾으시면 그냥 거울만 봐도 될 거 같은데.' 라는 표정을 애써 감추던 그녀는 분명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두 남자들에게도 들으라는 듯이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저희 방탈출 카페에서 가장 무서운 테마가 하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병대원 분들과 특전사분들도 이 테마에 도전하셨다가 중도포기하셨거든요. 혹시 괜찮으신가요들?"

 "걱정 말래도! 어이, 아가씨. 우리들이 쉽게 겁을 먹을 것처럼 보이나?"

 

 캘리칼리 데이비슨 뒤로, 자신만만해 보이는 노스페라투 호드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카르나르 융터르의 얼굴을 살짝 훑어본 그녀는 곧 결심하고 문제의 그 테마로 남성들을 안내하며 속으로 생각을 했다. '비상탈출 장소에서 미리 대기 타야겠네.'

 안대를 쓰고 앞사람의 어깨를 잡아 이동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개중에서 키가 가장 작은 융터르가 선두에, 끝에 캘리칼리가 나란히 움직이는 그 모습은 어쩐지 실로폰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인솔했던 직원이 인기척도 없이 홀연히 사라진 뒤 곧바로 방송으로 "제한시간은 100분입니다 여러분. 이제 안대를 벗으셔도 됩니다." 라는 소리가 들리자, 세 남성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벗었고 곧 후회했다.

 

 "오마이갓. 경고를, 무쉬해숴는, 안되었숩미다."

 "아니, 이걸... 이 정도는 좀 과한 것 아냐? 진짜 무섭잖아!"

 "후... 그냥 방탈출만 해도 충분했는데..."

 

 방탈출이 아니라 폐가 탈출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리얼리티를 한껏 살린 것인지 어디선가 쿰쿰한 곰팡이 특유의 냄새가 한껏 긴장한 일행의 코를 자극했고, 그 사이로는 음산한 냉기가 빈틈없이 메꾸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압권인 것은, 시작장소부터 이미 누가 보더라도 '이건 지리게 무서운 귀신테마입니다'를 어필하는, 주위 환경이었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어쩐지 공통적으로 영화까지 나왔던 모 유명한 좀비 게임의 시리즈 중 하나의 배경인 거대한 저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긴장한 그들이 각각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근데, 우리 여기서 살거냐?" 라며 핀잔을 놓은 캘리칼리의 한마디에 모두가 이 방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무거나 건들여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유의미한 발견을 한 것이 호드였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삭아빠진 침대 매트리스를 아무 생각없이 들쳐올린 그가 열쇠를 발견하고는 멋진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호드 클래쓰, 입뉘다."

 "쟤 저런 캐릭터 아니었지 않냐?"

 "글쎄요, 발로란트 합방때도 저러셨으니..."

 

 물론 나머지 두 사람은 서로 소근거리며 전혀 그 자뻑에 호응해주지 않았고, 시무룩한 호드가 잠겨있는 문의 자물쇠에 열쇠를 갖다 대보았다. 헛돌았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았던 두 사람은 당연히 "호드 클래스" 하며 놀렸다.

 

3.

 시작지점에서 20분이 조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문이 열렸다. 호드가 찾은 열쇠로 퍼즐이 있는 서랍장을 연 캘리칼리와, 그 퍼즐을 푼 융터르도 각각 1점씩 얻었다며 어색함 따위는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열심히 상호 간 고로시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복도잖아?"

 "복도네요."

 "끝이, 안 보입뮈다."

 

 호드의 말처럼 앞이 한치도 보이지 않는, 조명이라고는 전혀 없는 복도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으려하는 모습을 직원이 지켜보고 있던 것인지, '여러분, 손전등 챙기세요 손전등.' 이라며 본래는 힌트로 차감되었어야 할 서비스를 챙겨주었다. 직원의 말대로 유독 삐걱거리는 바닥의 판자를 들어올리자 손전등이 넉넉하게 마련되어있어, 그들은 각각 하나씩 챙겨 복도를 비춰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방들이 더 있군요."

 "하아... 둘, 셋, 넷... 저길... 다 돌아다녀봐야 하나?"

 "예에쓰, 다 가봐야, 할 것 같습뮈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냉기에 몸을 움츠린 그들은 한데 뭉쳐 복도마다 난 문 손잡이를 한번씩 밀고 당기고, 심지어는 미닫이문일지도 모른다며 모로 밀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딱 한 군데, 문에서 녹슨 경첩 특유의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아무런 마음 속 대책도 없이 섣불리 연 댓가는 참혹했다. 밝은 곳에서 봤다면 살짝 놀라고 말았겠지만 하필 그 방도 복도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어두웠고, 그 안에서 꿈에서도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귀신의 탈을 쓴 애니메트로닉스가 바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으어아---워우 씨!! 깜짝이야!!!" 

 

 셋 중에서 가장 깜짝 놀랐던 캘리칼리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동시에 그 인형에게 주먹질을 날렸지만 다행히도 기물파손의 죄를 짓기 전에 문제의 인형이 도로 방 안으로 쑥 들어가 손전등으로 비췄을 때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녹슨 철 따위가 서로 헛도는 특유의 끼익거리는 소리가 방금 전의 인형과 연상되어버린 아저씨들은 누구도 먼저 나서서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 호드가 마침 자신의 앞에 서있던 융터르를 앞으로 툭 밀었다. 당황한 그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제가 들어갑니까?"

 "예에쓰, 융터르 님, 우리 중 겁, 가장 안 먹으셨숩미다."

 "그래, 융터르 자네는 할 수 있어! ...난 아니지만."

 

 도저히 응원같지 않은 응원을 듣고 선뜻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융터르도 핏기라고는 없는 얼굴로 안 가겠다고 버텼다. "저도 지금 겁 많이 납니다. 방금도 보셨잖습니까. 그 인형 보고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라고 항변을 했지만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의 두 아저씨들이 입을 모았다.

 

 "아까 퍼즐 푸는 걸 봤는데 말이야, 자네가 우리 중에서는 제일 브레인이다 싶더라고."

 "저희는, 손전등으로, 방을 비춰 두리겠습뮈다."

 "... 아뇨, 저 혼자 못 들어갑니다. 손전등으로 지원해주시더라도 같이 들어가셔야죠."

 

 한사코 들어가기를 거부하던 융터르의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은 두 거대한 물리적 수단 앞에 소용이 없어 결국 문제의 방에는 사짜 심리상담가만 홀로 들어가게 되었다. 두 사람은 복도 입구에서 오도카니 서있으면서, 방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아니 이게 뭐야." 라던가, "오 이런!" 이라고 말하면서도 차마 큰소리로 놀래지도 못하고 가쁜 숨만 몰아서 쉬는 소리를 들으며 들어가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15분 정도가 지난 후, 융터르가 낯빛에 핏기라고는 전혀 없는 얼굴로 나왔다. 안이 제법 무서웠던 모양인지 손이 달달 떨리는 그는 호드의 손에 열쇠를 쥐어주고 독기에 가득찬 눈으로 말했다.

 

 "이제 호드님이 해보실 차례입니다."

 

4.

 융터르가 손에 쥐어준 열쇠로 탈출 완료 지점의 문을 열어보려 했던 호드는, 헛된 기대에 또 다시 배신당한 마음으로 복도에 돌아와 열쇠와 맞는 문을 열어보았다. "제발, 이러지, 마쉽시오." 라며 중얼거렸던 그의 기도가 무색하게 그 중 하나가 맞아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호드의 얼굴은 절망에 가득 차서 "오마이갓" 이라느니, "홀리 ㅆ..." 같은 감탄사 아닌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다.

 누가 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죽을 상을 한 호드가 결국 등떠밀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융터르와 달리 조금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뭔가가 잘 풀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약간의 고군분투가 있는 모양인지 호드 특유의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자 캘리칼리가 몸을 살짝 기울여 융터르에게 속삭였다.

 

 "어이, 아까 자네가 들어갔던 방이 어땠길래... 그러나?"

 "직접 보시면 잘 아실텐데요."

 "나, 나도... 들어가라고?"

 "호드님도 저도 한 번씩 했는데, 캘리칼리 님께서 빠지시면 되겠습니까? 생즉사 사즉생이다, 생각하고 함께 하시죠."

 "아니 그거, 전혀 다른 상황에서 쓰는 거잖나?"

 

 가장 먼저 혼자 방의 퍼즐을 풀었어야 했다는 억울함 때문인지, 융터르의 독기 가득한 말에 캘리칼리가 당황해서 반론을 하려던 찰나에 눈가가 살짝 젖어있는 호드가 방에서 나왔다. 그 또한 열쇠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정말로 무서웠는지 손에 난 땀으로 열쇠가 다 축축해져있었다. 그는 파르르 떠는 입술로 캘리칼리에게 그것을 품에 안겨주다시피 내밀었다. 시간이 20분 정도 흐른 뒤였다. "캘리칼리님만, 하쉬면 됩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물기가 느껴졌다.

 호드가 가져온 열쇠를 찔러본 결과,  남은 두 문 중에서 출구와는 거리가 먼 쪽이 열렸다. 그 문을 열어버린 캘리칼리의 눈이 지진을 일으키며 두 사람에게 닿았다. 융터르는 "그런다고 저희 봐드리지 않습니다." 라고 매정하게 말했고, 호드도 "예에쓰, 캘리칼리님이 안 하쉬면, 이거, 불공정, 언페어." 라며 딱 잘랐다. 이미 겁을 먹은 그도 대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왜 그 난리를 쳤는지 알겠구만, 캘리칼리는 손전등으로 이리저리 방 안을 둘러보며 한 층 더 겁에 질렸다. 이건 뭐야, 고문실인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아닌게 아니라 세면대에는 모조 피로 가득해서 안이 보이지도 않았고 한쪽 구석에는 붕대로 온 몸을 칭칭 감싼 인형이 마찬가지로 시뻘건 물 속에 잠겨있었다. 온갖 고문도구들이 데코레이션처럼 장식되어있는 것은 덤이었다. 뭘 하나만 건드려도 '으어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던 캘리칼리는, 조금만 더 이성을 잃는다면 차라리 다 부숴버릴 것 같았기에 필사적으로 열쇠를 찾으려 이곳 저곳을 찌르고 쑤셔댔다. 설마하는 생각에 인형에도 손을 대려 하자.

 

 -그건 건드는 것이 아닙니다. 파손에 주의해주세요. 경고입니다.

 

 라며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니 그걸 다 보고 있었단 말야? 그런 생각에 캘리칼리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탐색에 집중했다.

 

5.

 융터르와 호드가 긴장한 채 문 앞에서 캘리칼리를 기다린지 어느덧 30분 째, 모조 혈액으로 팔뚝이 시뻘겋게 물든 그가 긴장감으로 벅차올랐던 숨을 몰아 쉬면서 나왔다. 두 사람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무슨 말을 하기 보다는 수고했다며 등을 토닥거려주며 마지막 방 앞에 섰다.

 

 "여러분, 지금 중대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뭔데 그러나?"

 "혹쉬, 시관이 얼마, 남쥐 않았숩니까?"

 "네. 대략 15분 안에 이 방을 끝내지 못하면 저희 강제로 퇴장당합니다."

 

 융터르의 그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어떤 이유든 공포 배경의 방탈출에서 강제퇴장? 이건 분명 다른 고멤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기 충분할 것이다. 시간초과라는 말을 해봐야 어차피 고로시각을 날카롭게 재고 있을 그들, 특히나 뢴트게늄이나 히키킹이 그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에붸붸 무서워서 도망쳤대요' 이런 소리를 할 것이 분명했다. 셋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결연하게 마지막 방 문을 열었다.

 천만 다행으로 아직까지 세 번의 힌트 기회를 전부 쓰지 않았던 그들은, 본능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각자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했다. 순서와 관계없이 일단 뭐든 잘 찾아내는 호드가 융터르의 앞에 퍼즐 무더기나 갖가지 탈출 아이템을 발견해서 인도하고, 융터르는 그것을 정신없이 풀었다. 한편 그런 그가 골머리를 싸겠다 싶으면 지체없이 캘리칼리가 힌트 좀 달라고 바로 눈치채고 말하는.

 이쯤되면 공포심이고 뭐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셋이 마지막 방에서 빠져나와 'GOAL'이라 적혀있는 문으로 뛰어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는, '철컥'하고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문을 열어제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축하드립니다, 탈출 성공하셨습니다!" 라고 건넨 축하인사를 듣자마자, 특히 캘리칼리가 다른 두 사람을 어깨 동무하고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6.

 카페 로비에서 각자 음료수를 하나씩 시켜 마시며 그들은 놀란 가슴을 저마다 진정시키고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19초 정도 남기고 클리어했다더군요. 심장,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융터르가 한숨쉬며 말했다.

 "예에쓰. 마지막에, 캘리칼리 님, 뷔명 때문에, 더 놀랐습뮈다." 호드는 아예 귓전이 울리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아니, 나도 놀랐어! 내가 들어간 방 말인데, 거기에 웬 인형이 있더라고! 혹시나 싶어서 건드렸는데 방송이 나오던걸? 건들지 말라고."

 

 캘리칼리가 모조 혈액을 물티슈 따위로 닦아내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냐'는 그것. 당황한 목소리로 융터르가 그 말을 받았다.

 

 "방송...이요?"

 "그래 방송. 그 안에 인형이 있는데 건들려고 하니까 만지지 말라고 하던데?"

 "정말 들으신 게 맞습니까?" 그 말에 융터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그렇다니깐?"

 "저희는, 방송, 못 들었습뮈다." 호드도 다시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황한 마음에 캘리칼리가 눈을 끔뻑거리다가 직원에게 "저기, 아까 인형 건들지 말라고 방송...하셨죠?" 라고 질문을 건넸는데, 직원도 눈이 동그래지는가 싶더니 말했다.

 

 "인...형이요? 여러분들 놀래키려고 한 두개는 있긴 한데, 그거 건들지 말라고 방송한 적은 없는데...? 왜 그..러세요?"

 

 중년 셋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동시에 너나 할 것 없이 카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