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세 놈들 이야기 - 사생결단(3)
*전투씬!! 전투씬 전투씬!!!
*근데 막상 하려니까 무지 힘드네요. 전투씬 잘 쓰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하늘을 나는 노스페라투 호드에게는 익숙한 그 장소가 멀리서 보였다. 그가 슬쩍 아래를 내려보니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모는 오토바이에 카르나르 융터르도 헬멧을 쓰고 그 뒤에 타고 있었다. 캘리칼리가 쓴 헬멧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네비게이션처럼 사용하는 모양이라서, 호드는 어처구니는 없었지만 그 다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호드가 먼저, 그 다음에 다른 두 사람이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헬멧을 벗은 두 사람, 캘리칼리와 융터르의 표정은 괴인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실제로도 받았던 경험 탓인지 제법 창백한 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평온해보였다. 아마도 이걸로 저 지긋지긋한 놈과 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은 호드의 좌우로 나란히 서서 저 멀리 가로등도 없는 곳에서부터 그 지긋지긋한 놈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괴인인 것은 맞았지만 놈이 그 사이에 분신을 마구잡이로 만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인체의 기본적인 실루엣만 가까스로 맞춘 인형 덩어리들이 수십을 넘어 백 개하고도 더 되는 듯 달려들고 있었다. 그 끝에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괴인의 '본체'가 악에 받친 눈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으로 여길만한 점은, 인형덩어리에는 기존처럼 다양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좋아... 진짜로 이것만 하면 끝, 맞나?" 손을 풀던 캘리칼리가 먼저 입을 열고,
"그럴겁니다. 다들 무사히 다시 뵙도록 하죠."
"솔직히, 융터르 님, 당신이 가장 걱정됩니다." 호드가 걱정스러워하는 말을 건넸다.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으니 별 수가 있나. 잘해 보자고."
그리 말하는 캘리칼리와 호드가 가장 먼저 앞서 달려 나가 인형덩어리들과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호드는 인형덩어리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은 덕분에 마음껏 전력을 다 할 수 있었다.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력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어두운 폐허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빛이 하늘에서부터 땅 위로 내려쳤다. 더불어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깊게 패인 흙먼지까지. 그것들의 기세가 잠잠해지자 보이는 것은 새카맣게 타버린 뭔가의 고깃덩어리들 위에서 호드는 번개가 연신 피어오르는 눈으로 적들을 바라보았다.
한편 캘리칼리는 괴인이 자신을 원하던 이유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호드처럼 압도적으로 쓰러트리지는 못하지만, 절대로 그는 죽지 않는다는 자신의 말을 실현시키고 있었다. 경찰이라는 입장에서 총을 함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신체능력을 제외하고는 무장은 그저 삼단봉에 불과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면서 덤벼오는 놈들을 차근차근 쓰러트리고 있었다. 완력도 상당해서 한 손으로 잡아 던지고, 악에 받친 비명을 지르는 괴인에게 "조용히! 해라 좀!!" 라고 외치며 삼단봉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그는 진중하게 상대를 바라보는 호드와 달리 유쾌하다는 듯 연거푸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걱정거리로 포지션이 잡혀버린 융터르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인형덩어리들이 그런 그를 약점으로 생각이라도 했는지 일부가 힘싸움을 하려던 두 사람을 지나쳐 곧장 그에게도 덤벼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급히 그에게 향하려 해도 적들이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적이 코앞까지 달려오는데도 여전히 태연한 그가 두 친구에게 귀를 가리켰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는 아는 두 사람이 동시에 귀를 꽉 틀어막자마자 상담사는 그 예전에 들어보았던 위압감 넘치는 것 이상으로 위에서 짓누르는 착각을 느끼게 만드는 명령을 내렸다.
"움직이지 마."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인형들은 몸을 우뚝 멈추고 순간 움찔거릴 뿐이었다. 두 사람도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았었는지 창백한 얼굴로 자신들의 포위망을 (캘리칼리는 발로 걷어 차는 등의 행위를 추가함으로서) 벗어났다. 갑작스럽게 고요해진 폐허 한 가운데에 있는 두 사람에게, 평소처럼 소리없는 걸음걸이로 융터르가 다가오며 말했다.
"뭐, 이 정도면 짐덩어리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괜찮겠지요?"
"...후... 잡히지만 말게, 잡히지만."
"그렇습니다. 융터르 님, 간 매우, 부으셨습니다."
캘리칼리가 아닌 호드가 그런 말을 한 것이 제법 웃겼는지 심리상담사는 그저 시원하게 웃고선 의미심장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며 다시 말했다.
"어떻습니까? 평소대로라면... 그냥 여기서 끝내버리곤 하지만. 두 분 생각을 듣고 싶군요."
두 사람도 이제 카르나르 융터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과격한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마 이 10분 안에 그가 원한다면 저 적들이 아직은 원인을 몰라 당황해하는 눈치의 괴인에게 자살돌격을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저들끼리 죽이고 죽는 광경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급하게 새로 분신을 만들어 내려는 괴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각자 한 마디씩만 할 뿐이었다.
"자네 맘대로 하게. 언제부터 우리 눈치를 봤다고 그러나?"
"스스로, 나쁜 놈이라고 해놓고, 눈치 너무 잘 보십니다."
"...뭐 그러시다면야. 기꺼이... 그럼 다시 귀 좀 잠깐만 막아주시죠."
두 사람이 귀를 막자마자 새롭게 만들어진 인형덩어리 분신들이 다시 그들을 향해 덤벼오는 것을 본 융터르가 서늘한 웃음을 띄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덤벼오는 적들과 죽을 때까지 싸우십시오."
굳어있던 인형들이 몸을 돌려 새로운 분신들과 몸을 부딪치는 동안, 호드와 캘리칼리는 전력으로 괴인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그 모습에 융터르는 서로 싸우는 인형덩어리들을 보며 작게 말했다. "뭐, 여기선 제게 맡기고 먼저들 가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이제는 원본이 되어버린 두번째는 자신이 분명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본래 원본이라 주장하던 자가 별볼일 없기도 했고, 더욱이 단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여겼다. 하지만 이 상황은.
분신을 무작정 만들어 낸 괴인이 지친 모습을 보이자마자, 괴인이 반격할 겨를도 없이 호드의 주먹이 먼저 번개와 같이 그 얼굴에 꽂혔다. 괴인의 얼굴에서 역겨운 살가죽 타는 냄새가 저 멀리에 있는 융터르까지도 맡을 수 있을 만큼 심하게 퍼졌다. 괴인이 자신의 주특기인 뼈를 손 끝에서 추가로 만들어내 호드의 심장을 노리려 했지만, 대신 캘리칼리가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야, 이건 또 뭔가. 뼈? 하! 무슨 닌자라도 되나?"
"저걸로, 원본을, 죽였습니다."
"닌자 맞구만!"
지체없이 그 뼈로 된 가시를 뽑아 바닥에 내던진 캘리칼리가 으르렁거리는 어조와 함께 씩 웃었다. 형사는 마치 이거 보라는 듯, 피가 새어나오던 그 자리에 금방 새 살이 차오르는 것을 괴인이 두 눈 부릅뜨는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렸다.
"어때, 보이나. 탐나?"
"내놔!!"
"이거 미안하구만! 탐라는 제주도의 옛 지명라던데!!"
그의 어처구니없는 농담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괴인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그들이 아니었다. 캘리칼리가 괴인의 움직임에 귀신같이 반응해 그 멱살과 팔뚝을 억세게 쥐고는 바닥으로 메다 꽂았다. 그러나 악에 받친 탓인지, 괴인이 곧장 일어나서 우격다짐으로 뼈를 팔뚝부터 손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뽑아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분노로 이성을 잃고 허우적거린다고 해도 그 위력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여서 휘말린 인형덩어리들이 처참하게 찢겨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경에 융터르가 들어오려던 순간.
괴인이 눈가를 부여잡지도 못하고 한때는 사람이었을 것으로도 생각 못할만큼 듣기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영문을 모르던 두 사람이 심리상담사를 바라보다가 그 주위로 맵싸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품에서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 손에 쥐고 있던 상담사가 비웃는 어조로 바닥에 쓰러져 허우적대는 괴인에게 말했다.
"역시 당신은, 참... 웃긴 사람이라니까요. 비겁하고... 웃기고... 하하."
"그럼, 이제, 끝낼 시간입니다."
라며 호드가 순식간에 날아왔다. 그가 끝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형사와 상담사가 몇 발자국은 멀리 떨어졌다. 업어치기를 당했던 충격에 페퍼 스프레이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황에서, 괴인은 히어로가 어마어마한 전기를 몸에 흘려넣는 것에도 반응할 수 없었다. 곧 매캐한 타는 냄새가 퍼지는가 싶더니 괴인이 '괴인이었던 것'으로 변해버렸다. 문자 그대로 죽지만 않을 정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버린 호드는 마치 더러운 것을 만졌던 사람처럼, 손을 허공에 툭툭 휘젓고는 내뱉듯이 말했다.
"당신은 죽이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당신을 넘길겁니다."
"그-렇지... 그 동안 날 엿먹였던 걸 생각하면 여기서 죽는게 곤란하지. 좀 많이 많이 괴롭혀줘야 내 속이 후련하겠거든!"
겨우 죽지는 않았는지 바들바들 떠는 괴인의 입에서 숨을 토해내는지 연기가 새어나오고, 저 멀리서는 경찰차와 구급차 따위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켜고 달려오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있었다. 격하게 싸워 지쳐있던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노스페라투 호드에게, 핸드폰을 아직 손에 쥐고 있던 카르나르 융터르가 괜찮냐며 다가왔다. 보름달과 별이 유독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상담사도 시원하다는 듯 그 행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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