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상한 놈 이야기 - Catch me if you can(5)
*이제 최후의 해결편이라는 느낌으로 쓰고 있습니다.
*네 가능한 만큼은 회수할라고요...
*그래도 놓친게 나중에 발견되었다? 그건 맥거핀이라 칩시다.(아님)
비밀 서랍에서 나온 스마트폰이 이토록 터무니 없는 연관성을 지니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노스페라투 호드에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전달하고는 저도 모르게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긴장이라도 했었는지 식은땀이 제법 묻어 나왔다.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을 그는 다시 곱씹었다.
"일이 꼬일래도 이렇게 꼬일 수 없구만. 어떻게... 아 제기랄."
이제와서 그 변태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는지는 쟁점조차도 되지 않는다. 설령 묻더라도 그 놈의 뒤틀린 성정으로 무슨 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제약회사 쪽을 파자니 이건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로 보이기에 건드려봐야 귀찮아질 가능성만 높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놈이 왜 피해자를 죽였는가 하는 동기. 심증으로는 그 괴상망측하게 뒤틀린 팬의 마음가짐이라고 역시 생각되었다.
"...그러고보면 따까리 놈이 호드랑 덩치가 비슷하다고 했던가?"
그는 문득 혼자서 중얼거렸다. 첫번째 공원에서의 습격사건에서 변태놈이 위증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 공원에서 따까리가 범행을 저질렀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피해자를 추락사로 위장할 수 있을만큼 멀리 내던지는 건 어지간한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따까리가 등장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
어떻게 자신의 충복이자 공범을 만들어냈는가라는 의문도 떠올랐지만, 어차피 그 변태새끼가 사람의 정신을 조물딱거릴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약이 언제 효과가 발휘되는지 정보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사건 전에는 입수했을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높다.
결국 호드 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오만가지 짓거리를 하는데, 그 의도가 너무나 순수하고도 그만큼 괴상해서 오히려 왜 그렇게 까지 하고 싶어라 하는지 오히려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분수에 맞지도 않은 탐정놀이는 그만하자였지만. 감식관의 전화가 때마침 왔다.
"뭐냐?"
-뭐냐니, 안 알려줘도 됩니까?
"아니 말하게. 결과 나왔나?
-일단 소식 두 가지가 있는데요, 좋은 소식하고 더 좋은 소식입니다. 어떤 거 먼저 들으실래요?
"아무거나 좀 말하게. 10만원 어치 상품권 확 내가 써버리기 전에."
조금 전까지 머리를 쓰느라 복잡해져있던 캘리칼리가 틱틱대면서 답을 독촉하자, 상대방은 상품권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본론으로 이어갔다. 먼저 좋은 소식은, 형사가 건네준 두 봉투 속의 내용물은 필적과 지문이 일치하다는 것. 더 좋은소식은 그 지문이 경찰청의 범죄자 DB 조회에 걸렸다는 것이다. 정말로 좋은 소식이었다.
형사가 간만에 개운한 기분을 느끼면서 그 조회 결과를 물어봤지만 얼굴이 딱딱하게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거 확실한건가?"
-아니 형사가 되셔서는 사법체계를 무시하시는 발언을 하십니까? 확실하다는데 제 사표까지도 걸겠습니다.
"알았네 알았어, 혹시나 모르니까 다시 한번만 더 확인 좀 하겠네. 그 놈이 사이비 종교 사건의 관계자였다는 것, 맞나?"
-진짜 의심 많으시네, 직접 보실래요? 아님 제가 보내드려? 뭐 범죄자 그 쪽이라기보다는 교주를 믿었던 쪽이라는 거 같긴 한데.
슬슬 짜증까지 섞인 목소리로 감식관이 투덜거리는 것을 형사가 겨우 상품권 시리얼 번호로 달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사이비종교가 튀어나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건지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마음만이 범람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이후로는 유의미한 발견을 하지 못하고 늦은 오후가 되서야 캘리칼리는 서로 복귀하였다. 그래도 일단 자신이 내린 결론을 묵묵히 들어주는 팀장이 "그래, 그 놈이 일단 지금까지 우리들을 엿 먹인 놈인 것 같다, 이거지?" 라며 이를 득득 가는 모습은 안심이 되었다.
자리로 돌아와 추가적인 수사과정에 관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이에, 상관이 목청 높여 다른 팀원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흐려진 집중력 사이로 "가면을 쓰면서 옆에는 히어로 호드와 비슷한 덩치를 부하로 데리고 다니는 놈" 운운하는 것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경찰들이 그 놈에게 휘둘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보고서 작성은 하는 둥 마는 둥 해버리고, 데이터 베이스에서 더 상세한 정보를 열람하기로 결정했다. 가면을 벗고 머그샷을 찍은 것인지, 어딘가 흐리멍텅한 눈빛을 빼면 딱히 인상이 깊지 않은 외모. 그에 비하면 심문기록은 제법 살벌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간부진의 눈에 들어 중간 관리직 정도의 위치에서 신도들을 관리함(아마도 그 망할 능력 덕분이겠지?). 교주에 대해서 광신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체포 이후로는 배신감을 격렬하게 표현함. 누군가를 믿고 따르려는 성향. 기타 등등.
"이거 설마하니 믿는 대상을 교주에서 호두로 바꾼건 아니겠지?"
설마 그런 것이겠느냐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예 자신의 입맛대로 호두를 조종하고 휘두르는 일종의 애착인형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라면서 곧바로 부정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면 정말이지 세상에 둘도 없는 상변태이자 상 또라이가 아닐까.
한편 팀 분위기도 살벌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첫번째 피해자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는 제보에 급히 형사 두엇이 달려가서 간단히 탐문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상담사의 제보대로 혼자서 기습을 당했다는 내용을 이제서야 확인한 나머지, 성격이 괄괄한 베테랑 몇 명이 "이 새끼가 우릴 가지고 놀아?!" 라며 상관만 없었다면 더 심한 수준도 거리낌 없이 했을 욕을 애써 참는 상태까지도 치닫고 있었다.
절대로 좋지 않은 의미에서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였다. 누군가가 제보전화를 받고 팀장에게 바로 전달했다.
"팀장님, 아까 소식들어오면 전달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그 가짜 노스페라투 호드가 사람을 습격했답니다."
"뭐? 그 새낀 어딨는데?"
"융터르 심리 상담소라는 곳이라는데요."
넌지시 둘의 대화를 듣던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을 느꼈다.
상담사는 그 현장에 없었다. 먼저 도착한 엠뷸런스가 벌써 싣고 갔다는 모양이다. 최초 제보자가 되어있던 기자가 검은 정장차림으로 황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상담소 복도에 널부러지듯 주저 앉아있는 가짜 호드를 어떻게든 수갑 채우고 들어올리려는 동료들로 정신이 없었다. 자신이 최초 발견자와 대화하겠다며 다른 형사들의 접근을 막은 채, 그런 기자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네 괜찮나?"
"최악까진, 아닙니다."
"그래. 말하긴 힘들겠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주게."
정신적으로 힘들어보였으나, 호드는 그런 형사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급히 전화를 받고 향했을 때는 이미 진범과 그 부하가 상담사를 습격했고, 상담사가 진범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부하가 세게 밀쳐 책상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채 쓰러진 사이 진범이 도망갔다는.
널부러진 부하는 자신이 화가 난 나머지 때려 눕힌 것이라며 순순히 체포에도 응할 기세였지만, 형사는 간단하게 그 요청을 잘라버렸다.
"어차피 히어로 호드가 융터르 그 친구를 습격하려던 놈들에게서 주먹질 했다, 뭐 이렇게만 말해줘도 충분하네. 거기다가 저 놈 벌써 정신도 차렸거든.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는 듯하니 난 이만 수사하는 척이라도 좀 하겠네."
천연덕스럽게 탐문을 종료하고, 기자는 다른 형사들에게도 병원에 실려간 상담사에게 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한 다음에 자리를 떴다. 마음같아서는 자신도 그 따까리 놈에게 주먹질을 날리고 싶은 참이지만 애써 참으며 습격당한 현장에서 나온 정보로 주위를 탐문해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이 근방에서 이상한 사람을 못 보셨습니까? 가면을 썼는데 피를 질질 흘리는 그런 사람."
"아... 아까 저기 저쪽으로 가던데요."
집요하게 캐묻기를 반복한 결과 한 시민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손가락질하면서 가리켰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방향은 지금 슬럼화 된지 오래인 건설현장이자 한때 사이비종교 건물이 있던 자리였으니까. 무엇보다도 거리가 꽤 되었다. 놈을 몰아넣으려 했는데 하필 그 그물에 굉장히 큰 구멍이 났다는 사실. 형사들은 질린 얼굴이 되어 말했다.
"이거 저쪽에다가도 연락 넣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아오 썅, 사정설명 잘해라. 저기서 괜히 그 개새끼한테 홀리면 골 아프다."
"넵. 지금 바로 협조 요청 하겠습니다."
저들끼리 떠드는 것을 가만 지켜보던 캘리칼리는 전화를 걸려던 어리바리한 신참의 핸드폰을 뺏어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그 행동에 당황한 동료들이 뭐라고 하려 했지만, 곧이어 그가 말했다.
"그 새끼, 아마 저 폐허에 있을거다. DB에 그 쪽 출신이라고 뜨더라고."
"비약이 너무 심한거 아냐? 아니 출신이 그렇다고 갑자기 즐거운 내 고향 이 지랄을 한다고?"
"어차피 여기 아님 저쪽 밖에 이 동네에선 갈 구석이 없는데, 놈이 뇌가 있으면 저쪽으로 가서 괜히 일 더 키우고 싶진 않을걸. 지 따까리도 체포된 마당에. 자길 쫓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걸 누가 좋아하겠냐?"
캘리칼리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상담사가 정신을 차렸다는 호두의 전화가 그나마 들었던 걱정을 조금은 달래주었다. 당장이라도 정보를 알려주면 곧장 뛰쳐나갈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직 추정 단계에 불과한 놈의 소재지를 바로 밝혀 공연한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에둘러서 놈을 점차 궁지에 몰아넣을 계획이라고 말해줬으니, 결정적인 순간에 멋있게 날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화를 끊고서도 여전히 마음은 편하지 않다. 궁지에 몰린 쥐가 깨문다고 하던데, 놈은 그냥 쥐라고 하기에는 덩치가 좀 커야 말이지. 멀찍이서도 보이는 폐허의 그림자 어딘가에 놈이 숨어서 무슨 꿍꿍이를 저지를지 생각하자니 가슴이 답답한 그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언제야 끝이 날지 갑갑한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51. 세 놈들 이야기 - 사생결단(5)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