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에필로그 : 이상한 놈 이야기
형사들은 출입문을 왈칵 열고 나타난 거대한 덩치를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유독 오늘따라 피투성이인 상태의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워낙 섬뜩하게 보이기도 한 탓이었다.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팀장이 늘 손에 쥐는 플라스틱 서류철로 그런 형사의 머리를 빡 소리 나게 때리면서 성질을 부렸다.
"야, 이 미친 놈아! 옷이라도 갈아입고 와라 좀! 어?!"
상사의 폭력에도 그는 그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제 자리에 앉고서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갈아입을 시간이 있었다면! 진작에 그랬지 않겠습니까. 저 이제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은데 혹시 물수건 좀 갖다 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러면서 피가 굳는다며 중얼거리고는 진짜 피곤하다는 듯이 그는 피투성이인 상태로 의자에 몸을 기대듯이 누웠고, 그런 뻔뻔한 부하의 만행에 팀장이 얼굴에 또 다시 주름을 늘려가면서도 그 얼굴에 따뜻한 뭔가를 던져주었다. 물수건이다. 그 온기에 세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행동으로 최소한 살갗에 묻은 피는 꼼꼼하게 닦아낸 그가 잘 썼다며 도로 돌려주려 했을 때는, 이미 그 본래 색이 처음부터 갈색 언저리의 뭔가였나 싶을 정도로 많이 더러워져있었다.
사실 스스로 말한 것 처럼 드물게 그는 한 발짝도 정말 못 움직일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면 진작에 벌써 죽고도 남았을 상처가 옷 아래에서 조금씩 아물어가는 중인데, 이게 또 상당한 피로감을 동반했던 탓이다. 그렇게 온 몸을 굴러가며 입은 상처의 원인은 뒤이어 경찰차들이 오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밝혀졌다.
"빨리 빨리 안 걸어?!"
"야, 저 새끼들 얼마 털었다고 했지?"
"현금 100억원 어치에 금괴도 손댔다고 했습니다."
"은행 쪽에다가 그거 정확히 알아보고 와봐라."
형사 무리들이 아직 복면도 채 벗지 못한 강도들을 거칠게 끌고 경찰서 복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 중 한 놈이 의자에 늘어져라 앉아있던 캘리칼리를 보고 '히에에엑' 이라고 한 것 같은 괴상한 비명소리를 내며 흡사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도망치려고 했다.
그 모습에 캘리칼리가 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이, 이젠 좀 괜찮나? 아까 먹은 총알이 좀 많아서 난 속이 더부룩하거든! 혹시 소화제라도 있나 해서 말이야!"
"아아아악!!! 빨리 저 좀 데리고 가주세요!!"
강도들이 그 모습에 자신을 끌고가던 형사들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사정하는 진귀한 광경이 있은 후, 다시 조용해지자 형사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커피 사러 가는 길인데 뭐 마실거냐고 물어왔다.
"초코 프라푸치노, 휘핑 가득에 초코시럽 듬뿍. 아 자바칩도 좀 넣어주고. 사이즈는 벤티로 하지."
"생긴건 쌍화탕이나 먹게 생겼으면서..."
"하! 취향인데 존중은 없나?"
동료가 나가면서 가운데손가락을 빳빳하게 치켜세우며 나갔고, 어리버리한 신참이 캘리칼리에게 어물쩡거리며 다가와서는 혹시 안 아프냐고 물었다.
"자넨 이게 안 아플 것처럼 보이나?"
그리 말하며 그가 소매를 걷자 뭔가 둥그스름한 흔적이 거의 뼈까지 파헤치던 자국이 스멀스멀 아무는 것이 보여, 신참은 저도 모르게 히엑이라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다. 신참이 그런 얼굴을 하는 이유를 본 팀장이 다시 "좋은 거 잘 보여준다 이 망할 놈이" 라며 타박을 놓고는 저 놈은 원래 이상한 놈이니까 신경쓰지 말라며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
그 말. 원래부터 줄곧 듣곤 했던 이상한 놈이라는 말. 그는 어쩐지 그 말을 듣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오히려 좋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기행을 받아줄 놈들. 어쩌면 자신보다도 이상한 놈들. 그래도.
그는 조만간 바꾸기로 마음먹은, 액정이 처참하게 깨진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밥이나 한 끼 하자는 내용을. 두 친구의 핸드폰에서 보자면 자신은 이상한 놈이라고 지칭되어있겠지. 아무렴 어떠랴 싶다. 그때였다. 베테랑 형사 한 명이 뺑소니범 체포하는데 좀 지원이 필요하다며 소리란 소리를 질렀다.
지루한 사무업무에서 벗어날 기회만 노리고 있던 캘리칼리는, 동료에게 부탁한 음료도 잊고는 바로 자원했다.
"좋-아, 내가 가지. 오토바이로 먼저 앞질러 보겠네."
"자네 예전에도 그랬다가 진짜 죽을 뻔 했던 건 알고 있나?"
"알지! 근데 지금은 안 죽거든."
"진짜 이상한 놈일세. 나같으면 그런 몸이여도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이상한 놈. 이상한 놈이라. 역시 어감이 좋단 말이야. 그는 그렇게 속으로 그 단어를 입에 넣고 굴리며 씩 웃었다. 역시 자신은 이상한 놈이라고 부르는게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