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성피로 2022. 11. 17. 02:05

*(1)에서 이어집니다.

*분량 조절 대실패! 칙쇼!!

*(1)과 마찬가지로 살인묘사와 험한 말 사용합니다. 지뢰 주의해주세요!


 얼핏 보면 가벼운 무장차림이지만, 재빠르게 움직여서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스타일인 뢴트게늄과, 혹시나 불안하니까 몰라요오-라고 가볍게 말하면서도 들 수 있는 한 모든 화력을 총동원한 비밀소녀는 서로를 보면서 공연한 긴장감에 한마디씩 주고 받았다. 그렇게 뭐 든 것도 없이 가다가 전처럼 또 무기 부수면 어떻게 할거냐는 비밀소녀의 타박에, 그러는 비소님이야 말로 너무 무거워서 기동성 확보도 안되겠네 라며 뢴트게늄은 핀잔을 줬다. 그렇게 서로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하다가.

도착했습니다. 바로 올라오시지요. 라고 평소보다 더 지친 어조로 말하는 융터르의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뛰쳐 나갔다.

 

 그 말대로 아지트의 주차장 앞에서 단답벌레가 운전석에 앉아 두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뢴트게늄과 비밀소녀는 동시에 차 안으로 뛰어들어 가다시피 탑승하였다.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그들은 이내 곧 낯설고 역한 냄새를 맡았는데, 먼저 그 정체를 깨달은 뢴트게늄이 말했다.

 

 "뭐야, 융터르 씨 왜... 왜 이렇게 피비린내가 나요?"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리퍼닥이 쓴웃음을 짓고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하듯 말했다. 순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생각하던 뢴트게늄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심적부담이 어마어마할 것을 알기에 더 쓴소리를 하지도 못하고 툴툴거렸다.

 

 "아, 아니 이럴거면 그냥 날 시키지... 그 적응도 아직 덜 된 양반이..."

 "프리터 님을 구하는 가장 멋진 역할을 해주시면 되시지 않겠습니까?"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것처럼 헛헛한 웃음을 짓는 융터르가 다른 일행에게 도착하면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저지른 일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한 다른 두 사람은 조용히 있었지만, 피곤에 지친 리퍼닥이 어울리지 않게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면서 자는 것이 제법 웃겨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면 반드시 놀리자고 세 사람은 무언의 협정을 맺었다.

 도심 한가운데였다면 심야에도 차량이 많이 돌아다니기에 속도를 원활히 내기 어려웠으나, 다행히 이들이 향하는 곳은 아까의 호텔보다도 더 도시 바깥으로 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던 터라 단답벌레는 속력을 더 빠르게 내었다. 그리고 곧.

 

 "도착." 차를 서둘러 멈춘 단답벌레가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게 그 창고인가 하는 덴가봐요?" 뢴트게늄이 제법 큰 규모에 혀를 내두르고

 "벌레들이 득시글득시글하게 생겼네요-." 비밀소녀는 얼마나 많은 적들이 있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서둘러 갑시다. 프리터 님을 구해야지요." 어느 새 잠에서 깬 융터르가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창고를 바라보았다.

 

  호텔과 달리 잠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4명 전부 자신의 무기를 단단히 쥐고서 당당히 앞으로 걸었다. 그 모습에 잔당들이 적들이 습격했다며 서로 목청 높이자, 가장 먼저 뛰쳐나간 것이 뢴트게늄이었다.

 그는 "이건 프리터 님의 몫! 이것도 프리터 님의 몫! 요것도 프리터 님의 몫이다!!"라고 외치면서 프리터가 만들어 준 예리한 카타나를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정확히 칼질 한 번에 먼저 나서서 덤볐던 잔당들의 목이 하나씩 떨어졌다. 지나가는 곳마다 피분수를 만드는, 그 과감하기 짝이 없는 그의 전투스타일을 이제서야 제대로 안 나머지 일행은 "저러니까 매번 다쳐서 오는거다" 라며 한탄을 하고는 반 박자 늦게 따라 나섰다.

 바로 뒤이어 공격에 가담한 것은 의외로 단답벌레였다. 그는 차 문을 바리케이트 삼아 비밀소녀가 들고온 무기 중 스나이퍼 라이플을 겨눠 스코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격해킹을 이용한 방식으로, 적의 사이버웨어를 마비시키거나 불태우거나 혹은 감전을 시키면서 적지않은 데미지를 줌과 동시에 무력화 된 적들을 차근히 맞춰나갔다.

 적들도 당연히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후미에서 자유롭게 공격하는 그를 저지하려고 했고, 그런 단답벌레를 엄호하는 것이 비밀소녀였다. 그녀는 주로 돌격소총을 들고 앞뒤 가리지 않은 채 덤벼오는 적들을 차근차근 쓰러트렸다. 이따금 맷집이 딴딴한 놈들이 총탄세례를 맞고도 우직하게 뛰어올 때는 재빠르게 샷건으로 교체해서 "이거나 먹어!!" 라고 외치는 모습은 평소 그녀를 잘 안다고 여겼던 단답벌레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전황이 혼란스러워지자 융터르가 다시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움직였는지, 그는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가있었다. 호텔에서 나이프파이팅을 했던 것과 달리 문자 그대로 암살에 치중한 그는, 전투에 정신이 팔린 잔당들을 우선해서 해치우다가도 종종 고립되어 위험에 빠진 뢴트게늄 근처로 내려와서 도와주고는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럴 적마다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뢴트게늄이 헛웃음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고맙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 뢴트게늄이 징그럽게도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우리 귀여운(?) 프리터 님 왜 납치했어!!"

 

 어떤 울분을 풀거나 한풀이를 하는 것처럼, 평소 몸에 부담된다고 어지간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산데비스탄을 이용해 급가속한 뢴트게늄이 종전보다 몇 배는 더욱 빠르게 내달렸다. 잔상이 흐릿하게 남을 정도의 속도로 베는 그 모습을 넋놓고 지켜보던 적들은 자신이 베였다는 사실도 그만큼 늦게 알아차렸다. 곡예수준으로 유려하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조차 그들에게 아깝다는 듯.

 그런 그의 모습은 적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압도적인 속도 뿐만이 아니라 총알에 몸이 뚫리고 칼침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다며 외치고, 피를 흘리고 피를 튀기면서 계속 카타나를 휘두르는 모습은 그의 백발과 기묘한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가속도를 이용해 벽을 박차고 이동하기까지 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있어도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졸개들은 그저 멍청하게 서 있다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체력적인 부담때문에 주로 목을 노린다는 것을 눈치채더라도, 기습적으로 칼이 아닌 발차기로 머리를 박살낸다는 변칙적인 패턴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뢴트게늄은 곧 섣부르게 일찍 산데비스탄을 발동시킨 것을 후회했다. 발동시간이 끝나자마자 몸을 격하게 움직인데에 따른 반동이 뒤따라와 행동이 조금 전과 비해 크게 굼떠진 탓이다. 그리고 적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약해진 상대를 가만히 내버려둘 이유도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행동대장 급은 되어보이는 적이 "니들 병신이냐? 한꺼번에 덮쳐!!" 라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을 신호로 적들이 일제히 뢴트게늄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한 가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뢴트게늄이 워낙 독보적으로 적들을 도륙했던 탓도 크겠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점을.

 

 "이거나--- 먹어어어--!!!"

 

 활짝 열린 창고 문으로 자동차가 갑자기 달려오는데 맑고 명랑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총탄을 쉴 새 없이 뿌리기 시작했다. 입구 근처의 적을 깔끔하게 정리한 비밀소녀가 단답벌레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내밀고 돌격소총을 마구잡이로 쏘는, 그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듯 또 어울리는 모습에 뢴트게늄은 "아니 멘트는 좀 다양한 걸로 준비하시지." 하면서 씩 웃었다.

 갑작스럽게 자동차가 위협적으로 몇 바퀴를 도는 난입에, 당황한 적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비밀소녀가 미리 준비한 회복제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호흡기 모양의 그것을 잽싸게 사용한 뢴트게늄은 특유의 과할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 들면서 다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2층에 있다가 언제 왔는지 융터르도 여차하면 응급처치를 할 생각이었는지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뢴트게늄의 손아귀에 힘이 다시 돌아왔다.

 


 "이 병신같은 새끼들이, 고작 4명한테 밀려?"

 "대장은 왜 또 연락이 안되고 지랄이야?"

 "야 씨발 다 조져!! 조지라고 이 개새끼들아!!"

 

 지상의 비명소리를 유심히 듣던, 창고 지하에서 자신들을 위해 무기를 만들라고 협박당하는 중인 프리터는 뻔뻔할 정도로 태업하고 있었다. "훗! 저 프리터입니다! 이런 저렴한 재료로 만들라니, 절 모욕하시는 겁니까?!" 라며 코웃음이나 치는 그 모습에 열이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 조직원들이 그냥 죽이자고 발악을 하는 모습에도 겉으로는 매우 태연해보였다.

 

 '큿소오-!! 이거 심장에, 정말로! 무리가 가는군요!' 

 

 물론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지만. 이럴 때는 뻔뻔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을 제 아무리 심약한 그일지라도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친구들이 자신을 구하러 와준 모양인데, 섣불리 반가워하는 티를 냈다가는 순식간에 어떤 험악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료가 맘에 안든다고 무조건 어깃장부터 놓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감시하는 열댓명의 졸개들은 초조함이 점차 정도를 넘어섰는고, 행동대장처럼 보이는 한 놈이 장인정신을 내세우는 프리터의 멱살을 잡고 "니가 구조 요청 했냐?" 라면서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통신방해장치를 이 주변에 설치해놓고 연락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정말 바-보 같군요 후후훗!"

 "이게 날 지금 바보 취급해?!"

 

 행동대장이 멱살을 잡은 상태로 프리터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작은 체구로는 생각도 못할 만큼 단단한 체격을 지니고 있던 터라 올리기는 커녕 지쳐서 헥헥거릴 뿐, 어떤 영향도 주는데 실패했다. 오죽하면 그 부하들도 이 촌극에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자 했는지 얼굴이 시뻘개져있었다. 그 쪽팔린 현장에 더 있기도 싫었던 행동대장이 부하들에게 그만 처웃고 감시 잘 하라며 윽박지른 뒤 지상의 전투에 참여하려고 했다.

 그랬다. 계단을 올라가던 걸음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는가 하더니 곧바로 그 몸이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부하들은 이제는 발도 헛디딘다며 킬킬거리며 비웃다가 그 몸을 살펴보고 웃음을 뚝 그칠 수 밖에 없었다. 행동대장의 목 이상의 부분이 반 박자 늦게 따라 떨어졌다는 점 때문에. 그 직후에 계단 방향에서 일부러 껄렁대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 동작 그만! 머리 커트하고 싶은 놈들만 나오시지!"

 

 하얀색 와이셔츠와 마찬가지로 백발인 뢴트게늄이 흰색은 어디갔냐는 듯 피투성이가 된 채로 카타나를 어깨에 얹으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인조 안구에서 섬뜩할 정도로 하얀빛을 뿌리며 치아를 드러내고 씩 웃는 모양새가 그를 더욱 섬뜩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고작 한 사람인가 싶어 우습게 보려던 그들이 일제히 덤벼들려고 할 때 놈들의 발치에 위협사격이 가해졌다. 비밀소녀의 돌격소총에서 회백색 탄연이 피어오르고, 단답벌레도 "정지" 라고 말하면서 리볼버를 겨눈 채 등장했다. 졸개 중 한 놈이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이 좁은 곳에서 잘못 쏘면 인질도 죽는다며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그러나

 

 "그럼 칼로 찌르는 건 괜찮다, 이거군요?"

 "오, 그러네! 총만 안 쏘면 되는거 아냐?"

 

 전혀 위협을 받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태연한 융터르가 나이프를 빠르게 던져 지하실 천장에 매달린 파이프를 맞추고, 적들에게 고압으로 내뿜어대는 수증기로 혼란을 주자마자 뢴트게늄이 바로 뛰쳐나가 프리터를 인질로 잡고 있던 졸개의 심장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곧 잔당들과 프리터 사이에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공간이 생기자마자, 여전히 각자 총을 들어 적들에게 발사할 기회를 노리던 비밀소녀와 단답벌레가 프리터의 내민 손을 바로 잡아 안쪽으로 끌었다.

 프리터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재빠르게 확인한 비밀소녀가 단답벌레와 함께 올라가기 직전에 적들의 포위망 한가운데에 있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 외쳤다.

 

 "프리터 님은 무사해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렇습니다! 저! 아무데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프리터 본인도 그리 말하며 단답벌레와 비밀소녀에게 이끌려 먼저 계단을 올라가자, 뢴트게늄이 먼저 씩 웃으면서 융터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 융터르 씨 오늘 좀 많이 힘드실텐데 여긴 저한테 맡기고 먼저 올라가시죠?"

 "흠... 영화 같은데서 '여긴 나한테 맡겨라' 소리를 하는 사람의 늘 결말이 좋지 않은 걸 봤습니다만."

 

 그러는 리퍼닥도 양보를 하지 않을 기세였고, 결국 함께 싸우기로 결심한 두 사람은 전부 체력이 얼마 없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후까지 힘을 짜내기 시작했다. 

 등을 맡댄 두 사람 중 먼저 움직인 융터르가 재빠르게 몸을 크게 낮추고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졸개의 허벅지를 나이프로 깊이 찔렀다. 정확히 대동맥이 위치한 자리를 건드려 순식간에 피보라가 천장을 닿을 기세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뢴트게늄은 아직 몸을 일으키지 않은 융터르의 어깨를 짚고 날듯이 넘어가 동료의 엄청난 출혈에 당황하던 적을 짓밟고 늑골 사이로 칼날을 쑤셔 넣어 심장을 정확히 찔렀다.

 그렇게 등이 빈 용병을 노리고 다른 조무래기가 크게 뛰어 마체테를 휘두르려는 순간에 몸을 일으켰던 리퍼닥이 정확히 간이 위치해 있는 옆구리에 나이프를 찔러 쓰러트렸다. 그 풀썩하고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는 뢴트게늄이 "거참,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니깐!" 하고 외치면서 겁과 광기가 반 씩 섞인 얼굴을 하고 덤벼오던 덩치를 먼저 앞서 나가며 쇄골부터 늑골까지 사선으로 베어 넘겼다. 

 

 "방금 공격이 더 무리하시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뢴트게늄 님." 

 "아니, 뭐 힘자랑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는 융터르 씨 왜 이렇게 잘 싸워요?"

 "저도 힘자랑 하고 싶었습니다."

 "뭐야 그게."

 

 졸개무리들은 순차적으로 덤벼서 두 사람의 힘을 빼는 전략이 쓸모없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동시에 덤벼오기 시작했다. 어떤 정교한 진을 짜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난전에 익숙하지 않은 융터르의 귓가에만 작게 들리도록 뢴트게늄이 속삭이고, 리퍼닥의 나이프가 절묘하게 용병이 지시한 대로 날아가 목표로 했던 적을 쓰러트렸다. 

 비명횡사한 동료의 위치가 개떼처럼 달려오던 무리의 한가운데였기에, 일제히 달려오던 자들이 저마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틈을 두 사람은 놓치지 않았다. 이미 체력을 한계까지 끌어다 쓰는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 공격은 더욱 더 간결해졌다. 그리고 그만큼 서로가 틈이 생기는 것을 철저히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더없이 충분할 정도로 합이 맞은 뢴트게늄과 융터르가 마지막 적까지 겨우 쓰러트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아, 아오.... 빨리 갑시다. 위에서 걱정할 거 같아."

 "움직, 일 수 있겠습니까?"

 "기어는 갈 수 있는데... 업어주시면 안되나요?"

 "안됩니다."

 "거, 참... 너무 하시네..."

 

 계단부터 창고 중반에 세워놓은 자동차까지 휘청거리는 아슬아슬한 걸음걸이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실없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도착했고, 만신창이가 된 용병과 리퍼닥은 자기 때문에 험한 꼴을 보게 했다며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한 프리터에게 괜찮다고 손짓을 하는가 싶더니 지쳐 잠들어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융터르 씨 말야. 잘 때 막 쌔근쌔근 소리 내면서 잔 거 알아요?"

 "제가요?"

 "예."

 

 융터르가 차 안에서 잠에 빠졌을 때 새근거리며 자는 의외성을 놀리겠다고 기필코 마음먹은 뢴트게늄이 결국 저질렀다.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합장한 손을 옆얼굴에 기대고는 '쌕쌕'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고는 리퍼닥의 잠버릇을 놀린 것이다. 게다가 곁에 있던 단답벌레마저도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있었다. 프리터가 정말이냐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뢴트게늄이 한참 키득거리며 웃다가 나중에 보여주겠다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프리터마저도 융터르 놀리기에 합류해서 웃고 있을 때, 비밀소녀만 유일하게 웃지 않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전의 타이거 클로 영역에서 픽서 놀음을 하던 그 할망구의 의뢰 때문이었다. 그녀는 중간에 파토를 냈지만 이후로 이 쪽에 대해 뭔가 손을 쓸 것 같다는 감이 들어 떨떠름하고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그녀 앞에 단답벌레가 데이터샤드를 하나 건넸다.

 

 "어머, 이게 뭐예요?"

 "의뢰."

 "네에?"

 

 단답벌레의 말처럼 그것은 할망구가 말하던 중요한 살림살이라는 것의 정체였다. 타이거 클로의 모든 영업장과 그 매출 등이 매우 상세하게 적혀있는 것이 과연 살림살이라는 표현을 쓸 법도 했다. 놀림감에서 탈출하려고 눈치를 살피던 융터르가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단답벌레의 곁으로 갔다.

 

 "그건 그 호텔에서?"

 "예."

 

 단답벌레는 짧게 대답했지만, 비밀소녀가 가치를 안 이상 이걸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 예상대로, 비밀소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일행은 그 날 이후로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 타이거 클로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영업장 중 대다수를 다른 갱단에게 빼앗기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비밀소녀만 알 것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