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재해석) 그래도 루석바는 평화롭다.
*그림 날조하기, 대망의 마지막입니다.
저도 모르게 엇하는 소리가 나와버렸지만, 그 비싼 술을 전부 바닥에 헌납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테이블보다도 카운터에 손님들이 더 많이 모여계시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런 실수 하나하나에도 겨우 웃음을 참는 소리가 해루석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 내포된 의미를 모를리 없는 바 오너는 손님들에게 내비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감정을 조절했고, 결국 그들의 시야와 청각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참았던 말을 터트렸다.
"이게 다 풍신 님 때문 아닙니까 이거어―!"
과연 대마법사다 라고 감탄하기에는 지금 그 단답벌레보다도 더 작아진 자신의 모습에 그는 한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바람의 마법사께서는 구석진 곳 테이블에 앉아 머쓱한 듯 허허 웃으며 자신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닿자 다시 멋쩍게 중얼거렸다.
"으응….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돌아올걸세―"
"그게 도대체 언제인데요?!"
작아졌다 라는 말은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어려졌다가 더 올바른 표현이다. 풍신이 가지고 온 이상한 아이템에 제대로 휘말린 탓에 정신을 차리고보니 몸이 어려진 상태이고 이미 바 오픈을 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그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몸으로도 어쨌든 바텐더 일을 한다는 직업정신이 너무 충만한 그 선택.
몸이 작아졌다 한들 기억마저도 그 나이쯤으로 간 것은 아니었기에, 때때로는 여유롭고 때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주문을 받고 칵테일을 만들기를 거듭하였다. 민망하게도 그런 모습이 귀엽다며 주로 여성 손님들이 사진을 찍어대기에, 그는 다급하게 그 행동을 말렸다.
"손님, 이건 어디까지나 사생활 침해로―"
"꺄아악 귀여워!!!"
"이런 맙소사, 전혀 듣고 계시질 않잖아?"
이런 일이 몇 번은 반복된 끝에 결국 마감시간까지 무사히 영업을 할 수 있었고(물론 그 와중에 다른 고멤들도 소문을 듣고 와서 놀라거나 놀리거나를 하였다.) 고사리손으로 분명 원래는 보통 사이즈였어야 했을 거대한 밀대를 슥슥 문지르면서 그는 언제 풍신이 말하는 그 때가 언제인지만을 한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내일이 되어서도 이 모양이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염려가 끊임없던 해루석이 한숨을 푹 쉴 무렵, 루석바의 차임벨이 청아하게 울려 그는 그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영업시간이 종료되어―"
"어머나, 루석님 이게 뭐에요오?"
"에?"
매끄러운 주황빛 머리가 인상적인 비밀소녀가 지친 얼굴로 들어오다 어려진 해루석을 보고 그 파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오늘도 나름의 선행이 다소 바빴던 것인지, 이미 질리도록 SNS를 타고 올라온 자신의 상황을 아직도 몰랐던 눈치가 분명한 그녀가 배시시 웃으면서 다시 한번 "어머 이게 정말 뭐에요" 라고 말하면서도 크게 놀리지는 않은 채 카운터에 슬며시 앉았다.
"마지막으로 저 한 잔만 만들어주심 안되나요?"
"그 비밀소녀님 실례지만 아직은 현역 고등…"
"여자의 나이는 비밀이라구요~."
그 넉살 좋게 넘어가는 말에 밀대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그가 작게 웃으며 다시 쉐이커 안에 여성 손님들이 좋아하는 칵테일을 능숙하게 만들어 내민다. 아페롤 스프리츠 입니다. 라며 내놓은 술에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닮은 선명한 주황색.
오늘도 루석바는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을지언정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