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교류)악마사냥꾼
*저번에 연성교류로 퇴마융의 캘 외전을 부탁드렸던 것이 왔읍니다!
*익명 요청이라 아쉬운 마음에 익명으로 이 갓작을 대신 올립니다 여러분 많이 봐주시고… 이 자를 칭찬감옥에 가둬주십쇼
캘리칼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있는 저택을 바라보았다. 외딴섬처럼 산중 깊은 곳에 들어서 있는 이 저택. 오감이 이야기한다. 이 안은 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집주인이 직접 사정사정하며 제발 이 집과 그 안에 있는 자기 아들을 구해달라 하는 것 아니겠나. 두려워 말라 주께서 나와 함께하시니. 나아가라 저 악을 뚫어내고, 어둠을 헤쳐내어 어린양을, 저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라. 캘리칼리는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차가운 푸른색의 눈동자가 집안에 내려앉은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자신을 비웃으며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악령과 푸른 눈동자가 마주쳤다. 악령은 자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의 위험성을 모른 채 입을 나불거렸다. 물론 신경 쓸 캘리칼리가 아니었다. 그가 듣기에는 악령의 주절거림은 너무나도 약했고, 그는 너무 많은 시간을 구마사제로 지내왔다 뭐 누군가 말하기를 그것은…. 악마 사냥꾼이라 불린다고 했으나 뭐 어쨌든 똑같은 것 아니겠나?
캘리칼리는 성큼성큼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걸어온 길 뒤엔 어둠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장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둠은 다시 살아 돌아올 것이다. 다만 심장을 터트리면 어떤 것이 흘러나올지 모른다. 캘리칼리는 조심스레 하나하나씩 빛으로 악을 구원하며 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기도문을 외우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직은 신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서 해결할 수 있기에.
젊었을 적, 많은 꿈이 있던 그날에 캘리칼리는 고통의 감옥에 갇혀있어야 했다. 이유는 몰랐다가 그저 어디선가 새어 나온 악마들이, 악령들이, 악과 같은 어둠들이 그를 덮쳤으니까. 단순히도 그가 자신들을 죽이거나, 제패할 피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서 발걸음을 돌려 이 길로 향했다. 그뿐이었다 그 감옥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그래서 악을 잡았고, 어둠을 지웠으며, 악마를 사냥했던 것뿐 뭐…. 이젠 사냥이라기보단 구마라는 의식이 맞겠지.
가장 안쪽 방으로 심장을 고쳐내기 위해 그가 들어섰을 때 한 남자가 곤히 잠들어있었다. 다시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서히, 보인다. 저 안에서 생명을 자신의 인형으로 쓰는 존재의 기운이. 흐음.... 고민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칼리는 한 손으로 간신히 숨만 쉬는 남성의 머리를 잡았다. 안 나올 건가? 침묵이 흘렀다. 뭐, 안 나온다면야 직접 꺼내주지. 캘리칼리는 눈을 감고 천천히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외웠다.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기도문은 악에게 귀가 찢어질 듯한 신성함을 선물했다. 천천히 아가토가 눈을뜨고, 마치 무언가를 벽에 내팽개치듯 손을 던졌을 때 검은 연기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다 서서히 형태를 갖추었다.
하! 이젠 신부행세인가?! 신부행세가 아니라 신부야. 그리고.. 질문은 내가 한다. 무어라 영체를 가진 악령이 따지기도 전 캘리칼리의 주먹이 그의 영체에 그대로 부딪혔다. 질문을 하겠다고 했으나 캘리칼리는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억력이 좋았으니, 또한 호기심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뿐이었다. 캘리칼리가 구마를 멈추었을 땐, 이미 저택은 악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조용해져 있었다.
그 일이 벌써 몇 년 전이더라? 캘리칼리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뒤로 조언을 따라 수도원에 들어와 조용히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물론 응답은 없었다. 그 대신 깨달음이 있었을 뿐. 물론 그 깨달음이 뭔지는 아직은 잘 모른다. 다만, 해치우기만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고, 캘리칼리 그 자신의 강함을 퍼트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강한 것엔 악마들이 꼬여 든다, 어둠은 강한 것을 탐하고, 캘리칼리는 강했다. 어떤 이가 기도문 대신 자신의 신체로 악과 맞서겠는가.
물론 캘리칼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에도 여럿 있었고 이후에도 여럿 있었으나 이미 그들은 목숨을 잃었다. 약했기에, 그들은 그것을 몰랐기에 그래서 캘리칼리또한 기도문을 외워보고자 했으나 얼마 못 가 주먹을 휘두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늑대가 목줄을 못 차듯 캘리칼리또한 비슷한 이유였다. 그래서 조언을 따라 수도원에 들어갔다. 가서 스스로 목줄을 찬 늑대가 되고, 오직 강함은 두렵고 거대한 악과 어둠에만, 간절하고 필요할 때만 쓰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캘리칼리는 어쩌면 수도원에서 평생을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
그랬던 그가 나온 이유는 단순했다. 조언을 해준 이가, 스승이 주교님께 도움을 청했고 캘리칼리는 그것을 따라 바로 달려간 것뿐 오랜만이구만? 꽤 익숙한 성당을 캘리칼리는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신부가 된 이유가, 악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이유가 깃들어있는 곳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요한신부님. 안녕 못혀. 여전하시군요. 그때와 똑같은 대답. 그러나 저 말 안의 뜻은 꽤 반갑다는 뜻이겠지.
신부님…. 저는 왜... 부정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학생이 캘리칼리를 올려다보며 울먹였다. 그야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서지. 대학에서도 왜 자네를 내보내 주었겠나? 부정형은 그 말을 듣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나같은게뭐라고…. 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으나 캘리칼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부정형이 지닌 힘은 강했고, 마치 지난날의 자신과 비슷한 어쩌면 더 좋은 힘을 가지고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 자 들어가자고, 난 보좌를 넌 곧 올 카르나르를 따라 공부하면 되는 거야. 물론…. 그 인간이 신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인간만큼 구마를 확실하게 알려줄 사람은 없지. 불안한 듯이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하는 부정형의 등을 두드리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 시간이 없어 어서 가자고. 마치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부정형과 함께 캘리칼리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