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은 극도로 소수의 인원만이 들어올 수 있다. 검은빛이 돌 정도로 진한 갈색 투성이의 가구들을 비추는 유일한 조명은 불꽃을 닮은 듯 일렁이는 전등불이 전부였기에 얼마나 넓고 깊은 것인지, 이미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쉽사리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방 안은 단 두 사람만이, 절대로 피를 흘리거나 다칠 염려가 없을 두 사람만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그 첫 번째.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의 손가락에 길쭉하고 밝은 갈색빛의 두꺼운 토막 같은 것이 끼워져있고, 그 손 아래로는 독하기로 소문난 위스키 온더 락이.
그가 토막의 한쪽 끄트머리를 능숙하게 전용 커터로 잘라내고 입에 물자, 그 곁에 있던 두 번째 남자가 고급 성냥의 개비 하나를 빼어 반대쪽에 살짝 들이 밀었다. 안쪽까지 속불이 고스란히 타오를 수 있도록, 뻐끔거리고는 곧 만족스럽다는 듯 손을 뒤로 젖히고 나서야 성냥개비를 들었던 남자가 몸을 뒤틀어 꺼트렸다. 그렇게 오늘의 한 대가 시작되고, 시가를 입에 물었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배신자가 있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입에 문 시가의 향을 가볍게 굴리며 즐기고는 곧 그 안을 위스키로 씻어내린 보스,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얼굴은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그 눈은 흡사 굶주린 늑대처럼 번들거리는 것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 곁에서 보좌하는 조직의 변호사, 카르나르 융터르는 그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곧 얄팍한 서류철을 그에게 내밀었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 그 종잇장을 팔락거리는 캘리칼리는, 어두침침한 실내에서도 그 내용물이 너무 선명하게 읽혀지는 탓에 단정한 팔자수염의 균형이 깨져 뒤틀린 채로 혀차는 소리를 냈다. 기껏해야 1초도 안 되었을 그 소리는 너무나 선명하게 경멸이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확실한 정보인가?"
"수차례 사실 확인을 마친 것들만 선별했습니다."
융터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캘리칼리가 다시 제 손가락 굵기 정도가 되는 시가를 입에 물어 다시 그 연기를 입 안으로 굴렸다. 사실 확인을 마친 것들로만. 심증만 놓고 보자면 의심가는 놈들이 더 있다는 소리를 거듭 되새긴 보스는 이제 차라리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자신의 명성에 기대어 들러붙은 머저리들이 이제와서 제 목을 노린다라는 불쾌한 사실.
보스가 불쾌해진 제 기분을 연기와 함께 순식간에 토해내고 그 공허한 자리를 다시 위스키로 달랬다. 그런 한편으로 일반적인 궐련보다도 더욱 독한 그 냄새에, 담배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달갑지 않아하는 변호사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린다. 방 안에 희뿌연한 안개를 다시 만들어 낸 보스가 예리하게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킬킬 거렸다.
"자네도 즐겨보지 그러나. 좋은데."
"…되었습니다. 한 번 시도를 해볼까 했지만 영 입에 맞지 않아서."
시가케이스에서 한 대 끄집어 변호사에게 건네려던 캘리칼리는 피식 웃으면서 도로 그것을 밀어넣었다. "싱겁기는"이라는 작은 푸념은 덤이었으나 그는 카르나르 융터르가 거절한 이유를 평생 알지 못하리라. 그가 건넸던 그 시가가 품은 독을. 독한 연기로 가득찬 방을, 이제 실례했다며 빠져나오는 변호사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떠올랐다. 두터운 문을 닫은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배신이라… 배신은 아니지요. 당신보다 더욱 잘 할 자신이 있기에 노리는 것을. 뭐, 왕좌란 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연기로 가득찬 방만큼이나, 의뭉스러운 변호사의 말은 그렇게 순식간에 흩어 사라져버렸다.
'스터디 제출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별과제와 오펜바흐의 캉캉 (0) | 2023.04.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