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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이며 선량한 대탈출

Words : 8k 정신을 차린 직후에는 우스꽝스럽게도 무슨 외계인 따위가 운전하는 우주선이 제 머리 위로 착륙을 시도하는 줄 알았다. 유감스럽게도 조금 더 눈에 초점이 돌아오자 그것이 수술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러한 종류의 조명이었다는 점을 다소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왜 제 팔다리를 비롯한 몸통에 단단한 결박이 되어있는 것일까? 정신 차린 소피아는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 몸 아래로 시선을 흘끗 돌리면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봄직한 수술용 침대가 있고, 그 주위로는 우주선 같은 조명에 섬뜩할 정도로 날이 잘 세워진 온갖 수술기구들이 어떤 또렷한 목적 의식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욱신거리는 머리로도 그 정도의 답안은 쉽게 제출 할 수 있는 법이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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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포르테시모

Words : 5k 자그마한 마을답게, 식료품점부터 대장간까지의 기능을 얇고도 넓게 아우르는 유일한 잡화점의 주인인 이덕수 할아바이는 요새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핏 보면 그 험상궂음에 사람들은 누굴 또 담궜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의견들은 항상 오답이었다. "할아바이! 왜 그래?" "으응, 저기 또 왔잖냐." "에? 아—!" 할아바이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끝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애써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만들고서는 가게 유리창 앞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세 꼬맹이들이 있었다. 앞니가 인상적일 정도로 툭 튀어나온 신문배달부 권민, 시원할 정도로 옆머리를 민 주근깨 얼굴의 곽춘식, 늘 무표정으로 있으면서도 어떻게 표현할 것은 다 하는 단답벌레. 그렇게 셋은 오늘도 누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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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Red Button for Destruction

*모티브는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입니다. *지구를 관리하는 행성관리자 카르나르 융터르의 앞에서 필사적으로 입을 터는 다른 두 아저씨들의 고군분투입니다. *진짜입니다. Words : 20K 사람들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우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 한 우주인의 감상대로 지구라는 푸른 별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어쩌면, 달과 비교해도 그 거리가 제법 가까웠을지도 모를 정도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초월적인 존재를 인식할 수 없어, 그렇게 그는 다른 이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자신의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혹은 조만간 그는 선택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오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곧 그의 몸이 지구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가장 해악을 끼치는 자들과 닮기 위해, 그와 닮은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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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음악소리가 들리다

*장르는 무협입니다. *어쩌다보니 게르만계 이방인 카르나르 융터르가 중원으로 넘어와 무림인으로 산다―라는 설정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무명'이라고 함은 곧 융터르가 만?든? 가명 정도로 생각해주십사. *더불어 그런 융터르니까 가끔 외국어 쓰는 건 세이프입니다. Words : 15k 한여름이 주는 뙤약볕이 나무 사이사이마다 그림자를 드리우는 길을,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걷고 걸은지 오래되어 풀 한 자락도 나지 않는 그 오솔길은, 자신도 모를 산새 따위가 우는 소리가 메아리를 치고 그 사이로는 아무리 산 속이라 한들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는 더위를 아주 살짝 가시게 할 만큼의 바람이 불었다. 그런 길을 등에 새카맣고, 관짝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얇은 것을 한 메고 있는 남자가 죽립을 벗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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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깊은 물 아래에서

*저승차사 세 아저씨들의 이야기 후속편입니다. *저번 편이 일종의 파티 사냥이었다면 이번 편은 레이드 입니다. 히히. Words : 20k 저승에 산 사람이 들어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지만, 그것이 세 차사들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게다가 아직 임시긴 하지만 먼 미래,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정식 차사가 된다면 아무 문제도 없기에 그들이 그 특유의 검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것을 막지 않는 것도 있었다. 셋 중 가장 키가 큰 강림도령이 쥔 그 붉은색 포승을 쭉 따라가다보면 새까만 덩어리가 그을음 따위를 일렁거리는 모양새다. 그것이 저승에 와서도 움찔거리면 뒤로 포진한 다른 두 차사에게 겁박을 당하는 듯, 억지로 끌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승의 모든 이들이 그 덩어리의 정체를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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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을 위하여

*드래곤 라자 AU입니다. *비명을 향하여 후속입니다. Words : 10k 어떤 의미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충 카르나르 융터르 답다고 하면 납득이 되는 깔끔한 레어 안이 엉망진창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본래 드래곤 하나가 있기에 적당한 작은 규모였기에 두 친구는 조금 불편해도 여전히 인간의 모양을 하기로 했지만, 그 선택을 둘은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어어!! 이봐! 확장공사라도 할까 하더니만, 그게 이런 식인건가!?" "차라리, 스스로, 박살낸다, 하십시오!" "이거 너무 오래간만이라 움직이는 게, 아니 이런 꼬리가 왜 갑자기." 드래곤이 그 아우성에 놀랍게도 쩔쩔맨다. "젠장! 차라리 넓은 공터에서 연습하게! 우리 다 깔려죽겠어!" 이미 완전히 다 커버린, 짙은 푸른색 비늘이 눈에 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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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향하여

*드래곤 라자AU 입니다. Words : 10k 검게 보이지만 햇빛을 받으면 짙은 푸른빛 비늘이 보이는, 고개를 한참은 뒤로 넘겨야할 만큼 까마득한 거대한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아니, 비명을 지른다. 비늘 사이마다 박힌 자그마한 것들은 인간들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그것의 비늘 사이사이마다 찌르고 박아넣은 병장기들이다. 감히 이 시대에 신 바로 아래에 자리한, 완전한 존재에게 마법조차 깃들지 못한 무기들이 유효한 공격에 성공한 것은 어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대단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라자가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저들이 라자를 죽였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라자를 통해 드래곤을 지배하려 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저 드래곤이 인간과 대화를 거부하지 않게 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라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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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위 나비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로 시도해서, 권민님이 자전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보고 싶었읍니다. *개인적으로 왁타버스 오리지널 힙합, '나비'를 브금으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Words : 5k XX대학교 영화과의 '권민'이라는 이름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저도 모르게 반문을 하곤 하였다. 아, 그 이빨? 어릴 적 과장되게 그려놓고는 하던 토끼의 앞니처럼, 그의 치아가 워낙 인상깊었기에. 실제로도 종종 짖궂은 사람들이 그 독특한 개성과, 그에 따르는 발음에 손가락질을 하며 놀리더라도 그는 늘 허허 웃는 소리로 넘어가곤 할 뿐, 굳이 그에 대해서 불쾌해하는 등, 감정이 상했다는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간혹가다 어째서 화를 내거나 불쾌해하지 않는지를 지적해도, 그 특유의 발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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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이야기 : the Bad man In to the Distortion World

*예전 연재하였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외전입니다. *나쁜 놈의 불꽃같은 주둥아리 털기 라는 것이 주제입니다. Words : 20K 루이스 캐롤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지각이라며 거듭 재촉하는 흰 토끼를 보고 의아해하던 앨리스가, 그 토끼굴을 통해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빠진 끝에 '이상한 나라'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카르나르 융터르는 자신이 어째서 이 곳에 왔는가를 그 앨리스에게 빗대서 자신의 처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시선을 끌만한 토끼도 없건만, 어째서 자신은 왜 여기에 있는지를. 아니, 토끼굴이라면 분명 있기는 하였다. 상담실 벽으로 난 이상한 구멍.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파란색의 구멍이 자신에게는 똑똑히 보인다. 어지럽기 짝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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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e hell's walkers

*신과함께 지옥편처럼 불교의 저승관을 참조했습니다. Words : 20k 만약 영감이 좀 과하게 좋아서, 이런 광경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냅다 달려가 죄송하다며 사죄를 하고 그 광경을 목격하는데서 얻는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보상을 준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천만 다행으로 자신들이 보는 이 끔찍한 상황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대신 오늘따라 별다른 이유도 익숙한 길에서 한기를 느낀다던가 이상할 정도로 몸이 뻐근하고 자꾸 기지개 같은 것을 하고 싶어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것도 다 그 영향에 따른 것이다. "잡았습니다!" 망자들을 엮을 때 쓰는 붉은색 오라가 보행자용 신호등을 만지작거리는 망자 하나를 낚아챘다. 일직차사 노스페라투 호드는 연신 그 포승을 던지고..

김만성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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