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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마을답게, 식료품점부터 대장간까지의 기능을 얇고도 넓게 아우르는 유일한 잡화점의 주인인 이덕수 할아바이는 요새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핏 보면 그 험상궂음에 사람들은 누굴 또 담궜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의견들은 항상 오답이었다.
"할아바이! 왜 그래?"
"으응, 저기 또 왔잖냐."
"에? 아—!"
할아바이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끝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애써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으로 만들고서는 가게 유리창 앞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세 꼬맹이들이 있었다. 앞니가 인상적일 정도로 툭 튀어나온 신문배달부 권민, 시원할 정도로 옆머리를 민 주근깨 얼굴의 곽춘식, 늘 무표정으로 있으면서도 어떻게 표현할 것은 다 하는 단답벌레.
그렇게 셋은 오늘도 누구도 사지 않을 바이올린과 트럼펫, 그리고 드럼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비쌈다."
"비따네여…."
"에."
언제부터였을까, 가끔이지만 역시 이 모든건 마을을 지나치는 떠돌이 극단 탓이다—라는 것이 굴뚝 청소부 곽춘식의 주장이었다. 정해진 곳이 있다기보다도 자신들을 부르면 어디서든 바람결에 몸을 실은 것처럼 나타나는 그들. 격식과 무대를 갖추지 않고 나팔과 드럼, 그리고 바이올린을 포함해 여러가지 악기를 흥겨운 곡조로 연주하는 그 자유로움이 너무나 부러웠지만 냉엄한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마치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별명, 짬통스처럼, 고작해야 신문배달, 굴뚝청소부, 심부름꾼에 불과한 그들에게 있어 악기들이란 아무리 그 기준에서 싸구려라 할지라도 턱없이 비쌌다. 그러니 하루 일과가 끝나고 주머니 속에서 동전이나마 겨우 짤랑일 따름이면, 덕수 할아바이의 잡화점에 진열된 그 악기들이 해가 지고 달이 뜨도록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걸걸한 목소리가 뇌리에 벼락이라도 때리듯 그 셋에게 내리쳤다.
"으응, 느이들 셋은 언제꺼정 고 앞에 있을거여?"
"…."
이상은 더없이 화려하나 현실은 각박하다. 그것을 어린 아이들도 알지언정, 어른이라고 모를리가 있을까. 그러나 속내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 이덕수는 저마다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주눅이 든 세 아이들 중에서는 그나마 익은 하나만 불렀다. 방금까지 온 얼굴을 힘껏 유리창에 들이밀고 있던차라 그 동그란 안경이 삐뚜름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한 권민이다.
"거기 이빨 큰 놈은 이짝으로 와바야."
"엑?"
"응, 신문배달 허잖냐. 우유배달도 혀라. 돈 줄테니꼐."
일을 하라는 것은 곧 돈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졸지에 덩그라니 남은 곽춘식과 단답벌레는 그 기회를 잡은 권민을 부러워하는 마음보다도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상할 정도로 두텁고 거대한 손이 춘식의 어깨를 둑 챘다. 덩치의 차이 때문일지는 모르지만, 춘식의 몸이 그 힘에 휘청일 정도라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가 뒤를 보았다.
"어이, 춘식아."
"아잇! 캘칼 님 아니심까? 근데 왜—"
"—나랑 같이 일 하나 하자고 말이지."
이 마을을 거점으로 삼고 온 세계를 여기저기 쏘다니는 모험가가 도대체 굴뚝 청소부인 자신과 무슨 일을 한다고. 회의적인 얼굴로 뚱하게 있던 춘식은 그런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제 어깨 너머를 엄지손가락만 치켜든 채 가리켰고 그 끝에는 등까지 닿을 정도로 화려한 은발을 자랑하는 귀족이 있었다. 그, 비즈니스 킴이 평소 이상으로 말을 더듬으며
"아잇, 아이잇! 뭘 보나 이 천민들이! 내, 내, 내 친히 가지고 있는 성, 응 그래 성 청소를 맡기려는건데."
"이봐! 약속한 건 똑바로 말해야지! 거기서 나온 건 누구거라고?"
능글맞은 듯 위협적인 그 웃음에 비즈니스 킴은 손사래를 홱 치며 알아서 하라고 말할 따름이고, 그 사이에서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을 떨쳐내지도 못한 곽춘식은 캘리칼리의 우격다짐과도 같은 손에 이끌려 비즈니스 킴의 성으로 향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잡화점 앞에 덩그러니 남은 것은 단답벌레 밖에 없었다.
두 친구들이 바람결처럼 사라진 자리에도 불구하고, 단답벌레의 변함없는 표정은 평소와 같이 뚱할 따름이다.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춘식, 마을 곳곳을 발에 불이 나도록 급히 우유배달을 하는 권민. 이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은 과연 우연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나름대로 경험해 온 바가 있기에 단답벌레는 고개를 갸웃거리지도 않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고, 그 탓 때문에 제 등 뒤로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구둣발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단답벌레 군?"
"에?"
종종 자신을 심부름꾼으로 써주는 마을의 사립탐정, 카르나르 융터르가 평소와 같이 파이프 담배를 손에 쥔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얼굴은 잡화점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단답벌레에게 왜 그러고 있느냐는 듯 의아해하는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은 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탐정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명백히 생각되는 시점에서, 단답벌레는 더 이상 추측의 영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제 질문을 입 밖으로 흘렸다.
"무슨?" 그 유명한 말버릇만 아니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건만, 사립탐정은 별 생각없이 답했다.
"뭐, 잘 되었군요. 지금 맡은 사건 때문에 여러가지로 힘든 터라 일손을 구하고 있었는데."
낯선 사람을 일일이 면접까지 하며 고용할 필요가 있느냐며 사립탐정은 표표히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방향으로 파이프 담배연기를 희미하게 남기며 저 멀리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꽁무니를 단답벌레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잡화점 앞에 단답벌레의 고민은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배회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어른들이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그렇게 평소보다 훨씬 늦어, 가로등의 불빛이 거리를 하늘의 별빛마냥 비추는 어둑한 밤이 되어서야 아지트에 하나둘씩 모인 그들은 늦게 돌아온 시간 만큼이나 쌓인 피로에 절어 서로가 대충 흘깃거려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부르튼 발을 차가운 우물물로 식히는 권민, 어디서 그 많은 먼지들을 온 몸에 묻히고 온 것인지 곳곳이 새카만 검댕의 흔적이 남은 곽춘식, 그리고 무슨 필사를 그리 시키는지 손바닥이 잉크로 물들어버린 단답벌레까지.
"에효."
셋 중 누군가가 흘려버린 한숨은, 저마다 오늘이 얼마나 힘들고 고되었는지를 은근슬쩍 풀어놓는 듯 하였다. 평소라면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셋이서 신이나 떠들 시간이었건만 그러지도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서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이나 할 따름이었다. 굳이 서로가 다 같이 힘든 마당에 내가 더 힘드니, 네가 더 편했다느니 이런 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던 그들은 겨우 잠자리를 마련 한 채 저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잘 자라는 인사를 했고 그 답은 은은히 피어오르는 코고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어디선가 자명종을 대신 하듯 닭우는 소리는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눈을 뜨게 되기 마련이다. 귀를 조심스레 기울여본다면, 마을 어디선가 낚시꾼 노스페라투 호드와 같은 사람들이 일과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 그러나 짬통스들은 저마다 잠자리에서 쉽사리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서 새어나오는 것은 근육통이었다.
"흐으어…!!"
"아."
"으아, 아파 죽겠슴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일감을 급히 받아내 소화시키려니 몸이 파업을 일으킨 셈이다. 저마다 욱신거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놀려가며 빳빳한 싸구려 빵을 억지로 목구멍 너머로 넘기고 나갈 채비를 하는 자체가 일종의 고역, 더 나아가 고문과도 같은 심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처럼 어쩔 수 없었다. 근육통으로 인한 통증을 끙끙거리며 호소하던 그들의 얼굴은 알게모르게 웃음기가 조금씩 돌고 있었다. 그 단답벌레마저도.
"으흐흐… 어데 뙤끔 고댕해따고 돈 더 바다듭니다."
"진짜, 진짜 말임다! 쬐—끔만 더 고생하면 우리 진짜로 악기 사는거 아님까?"
"…그러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악기는 마치 건너지도 못할 정도로 넓은 강 그 건너편과도 같아서, 눈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과분할 지경이었지만 어제 하루 동안 고생하고 받은 것을 생각하면 점차 그 폭은 좁아드는 것 같았다. 불가능하다 여기고 포기했던 꿈이 이제는 현실성을 조금씩이나마 띄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오는 기쁨이란. 덕수 할아바이가 은근슬쩍 "느이 친구들끼리 한 잔 혀." 라며 줬던, 눈처럼 뽀얀 색의 우유를 단숨에 들이킨 그들은 막 일어났을 때와 달리 개운하고 가뿐해진 얼굴로 저마다 일을 받기 위해 마을 광장에서 인사를 나누고는 뿔뿔히 흩어졌다.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그로부터 며칠 뒤, 자전거 페달을 밟는 권민은 제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전거 꽁무니에 달아놓은 수레 위의 우유궤짝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어제보다 더 묵직하게 울려퍼지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오늘의 일감에 얼굴에 핏기가 사라질 정도로 기겁하는 권민에게 이덕수는 퉁명스럽게 말했었다.
"음, 별 수 있냐. 우유 먹겄다고 허는 넘들이 많은디."
그 등 뒤로 독고혜지가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힘내!'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연신 입을 뻐끔거렸지만, 그것만으로 극복하기엔 이번에는 꽤 난적을 만났다며 권민은 조금만 더 하면 손에 닿을 바이올린 하나만을 생각하고 페달을 연거푸 밟아대는 것이다.
"어? 권민 님!"
"으어, 튠딕 님…!!"
"아니, 아니 이게 대체 뭔 일임까? 사람 다 죽어가는뎁쇼?"
엉겁결에 페달을 밟아대며 신문을 던져대고 우유를 문 앞에 내려다놓길 반복하고 있으려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이 눈 앞에 있었고 제 꼴과 비슷한 춘식이 그 성문 앞에서 거의 널부러지다시피 한 것이 보였다.
탐험가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임시 조수가 된 그는 그가 탐험이라 부르고 실제로는 파괴에 가까운 행동을 하느라 엉망이 된 자리를 청소하다 겨우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이라며 제 처지를 말해주었다. 어찌나 그 묘사가 생생했던지, 듣고 있는 권민의 눈 앞에는 거대한 덩치의 탐험가가 성의 온갖 비밀장치들을 건드리고 돌아다니며 껄껄 웃는 모습이 생각났고—
"—오우, 이게 누구야?"
"으익!?"
"이봐 춘식아. 신문이랑 우유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만 여기서 넋을 빼 놓으면 어떻게 하냐, 응?"
제 몫이라는 듯 우유 두 병과 신문 하나를 권민에게서 빼앗듯 받고 대금을 떠넘긴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춘식이 조금만 더 쉬고 싶어라 하는 눈치도 가뿐히 무시한 채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이래서야 자기가 더 힘들었다고 말하려던 계획은 물건너 갔다는 생각에, 권민은 다시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줘가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은 비즈니스 킴의 성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사립탐정 카르나르 융터르의 저택 앞이다. 가끔 돌발행동을 하는 것 빼면 나름 점잖은 사람이니, 권민은 적어도 단답벌레 만큼은 덜 힘들겠다 생각했건만….
"아?!"
신문과 우유를 근처에 내려놓기 무섭게 벌컥 열린 그 문. 픽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단답벌레가 퀭한 얼굴인 채로 제법 어둑한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창문이 있어도 커튼으로 가려놓은 탓에 낮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컴컴한 그 안에서 단답벌레가 갑작스럽게 마주한 햇볕에 눈을 찌푸리면서도 권민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겨우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기도 전, 단답벌레는 권민이 내려놓은 신문과 우유를 들고 그 안으로 들어갈 따름이었다.
갑작스럽게 세상이 멸망했다. 천재지변이 일어났다던가, 이 작은 마을에까지 전쟁의 마수가 손을 뻗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롯이 짬통스 세 사람에게만 닥쳐온 재앙이었으니까. 그 악기들이 마을의 잡화점에 얌전히 누워있을 때부터 줄곧 눈에, 마음에 담아왔으며 그걸 곧 살 수 있게 될 만큼의 돈을 모았을 시점. 일을 하지 않아도 악기를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겠다 믿어 의심치 않은, 그런 날에 권민이 평소의 예의 바른 모습과 믿기지 않게 절망한 태도를 숨기지 않으며 이덕수 할아바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악기가 팔려따고요—?!"
"이런, 싸—가지를 목청에다 팔아 늠겼나, 얻다 대고 고함이여!?"
"그치만… 그거…."
춘식이 권민과는 달리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목 바깥으로 토해내지도 못하고 물에 젖은 눈으로 덕수 할아바이를 올려다보며 말했지만, 마을에서 가장 엄하기로 소문난 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이미 팔린 물건을 뭔 수로 도로 내놓으라고 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할아바이의 말에 어떤 대꾸도 할 여지가 없음을 알아차린 단답벌레가 조용히 두 친구의 어깨를 짚으며 포기하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예상치 못하게 이른 시간, 아직은 햇빛이 따뜻한 한낮에 그들은 이상할 정도로 기운이 없는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그러나 그 걸음걸이에 기운이라고는 담겨있을 턱이 없었기에, 영혼을 잃은 사람들처럼 한숨을 픽픽 쉬기도 하고 이따금은 길거리에서 주저앉은 채 시간을 속절없이 보내기도 하였다.
"다음에." 마찬가지로 시무룩함이 얼굴에 드러나지만, 그나마 셋 중에서는 가장 정신을 다잡은 단답벌레가 말했다.
"에?"
"다음, 기회에."
두 사람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어쨌든 돈은 일하면서 계속 모을 것이며 악기가 그것만 있겠냐는. 그러나 그런 단답벌레 마저도 예상 못한 것이 있었다. 어둑어둑해진 시간대라 앞이 한치 안 보이는 방 안에서 폭죽이 갑작스레 튀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으억?! 대체 뭐, 뭔 일임까?!"
"뭐야!!"
"에?"
세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리둥절하자 방 안이 환한 빛으로 가득 싸였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셋에게 익숙한 그림자가 셋이 드리워졌다. 독고혜지, 캘리칼리 데이비슨, 카르나르 융터르다. 그들이 각자 권민, 곽춘식, 단답벌레의 앞에 서서 불쑥 포장된 꾸러미를 저마다 내밀었다.
이쯤되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지경이다. 각자 뿌듯해하거나 으쓱해하는 상대방에게서 선물꾸러미를 받아 어떤 주저함도 없이 뜯은 짬통스들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도 잡화점에 있던 것보다 더욱 좋아보이는 바이올린, 트럼펫, 드럼이 자신들 손 안에 들어온 것에 뛸 듯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으응, 아주 동네 다 떠나가겄구먼."
"이보게, 덕수 할아바이. 이럴거면 그냥, 아까 낮, 낮에 줘도 되었잖는가?"
원체 작은 집이라 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근처에 있는 덕수 할아바이에게, 비즈니스 킴이 퉁명스레 물어왔다. 돈은 돈대로 주고 악기는 일부러 더 좋은 것으로 구해준다는, 어른들의 계획이 귀족에게는 그리 이해가 가지 않은 탓이다. 그 질문에 덕수는 슬슬 별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기만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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