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했습니다. 다음에 세 편까지 하면 깔끔띠하게 끝날 각이 나올 것이라고요!
*그리고 혹여나 다른걸 연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추리향 함유도는 0.01 마이크로그램도 넣지 않을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멤 in the Z 같은건 진짜 무리 안할거에요. 근데 원치 않게 연재하는게 지금 또 있어...
*왜 처음부터 3편씩 쓰기로 해서 끝까지...
상담소에서의 그 사건 이후로 며칠이 흘렀다. 그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다는 것은 사건과 어떤 관계라도 있다면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캘리칼리 데이비슨, 카르나르 융터르, 노스페라투 호드 이 셋에게 특히 그랬다. 그나마 셋 중에서는 가장 소식이 빠른 것이 형사 쪽이었지만, 그나마도 그가 동료들에게 한 주장이 먹혀 사이비 종교 사건 때의 그 폐허에서 감시를 한 것이 뻘짓은 아니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놈이 그 자리서 얼쩡거리는 건 확실하네. 멀리서 감시했을 때 건물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였거든."
"왔다갔다라니, 누가봐도 굉장히 불길하게 들립니다만."
"무슨, 꿍꿍이가, 있을 지, 모릅니다."
셋은 다시 융터르의 상담실에서, 말하자면 비상대책회의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그래봐야 거의 잡담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셋 중에서는 그 누구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 골치 아픈 변태 때문에 며칠을 고생해도 좀 심하게 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한 탓이다.
"놈이 사고를 안 치니, 이제서야 기사가 원래대로 돌아온 느낌이군요."
"부장이, 이젠, 히어로 쪽, 관심도,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네. 이제서야 원상복구.. 뭐 이런거 겠지. 그동안 마음 고생 좀 했네. 수고했어."
확실히 상담사의 말대로 인터넷판 기사들이 한때는 히어로 호드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네 마네 하며 온갖 루머의 온상지가 되어있었으나, 지금은 그냥 흔한 가십거리가 그 자리를 다시 꿰차고 있을 뿐이었다. 언론에게 한참을 시달린 탓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오다가, 그 변화의 원인을 이제서야 알게 된 캘리칼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나저나, 또 세뇌시켜서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건가? 좋-아 계속 그렇게만 하게, 나중에는 진짜로 콩밥 한 상 잘 차려드리지."
"콩밥은 입맛에 맞지가 않으니 그 제안은 거절하는 걸로 하지요. 뭐, 들키지만 않으면 되잖습니까."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기자답게 촌철살인같은 호드의 말은, 또 다시 융터르가 커피를 뿜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보던 캘리칼리는 제 무릎을 쳐가면서 껄껄 웃어댔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의미 해보일지언정, 그들 셋에게는 충분히 유의미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런 유쾌한 기분도 망쳐버리겠다는 듯, 그 날 밤도 밤을 새던 융터르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라 일부러 받지 않았건만 연거푸 걸려오기에 상담사는 약간의 짜증이 일어나는 것을 겨우 감추며 전화를 받았다.
늘어진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억지로 연기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녀엉... 상담사 아저씨?
"용케도 전화를 다 할 생각을 하셨군. 번호 추적해달라는 의미인가?"
-아니이, 어차피 이거 다른 사람 핸드폰이니깐 해도 소용없지롱.
"용건만 좀 말해주면 좋겠는데."
-아저씨가 호드 님이랑 친하니깐 말이야아... 전해달라구 하고 시퍼쪄.
그 쯤되자 융터르는 귀여운 척은 그만 하라고 말하려는 것을 애써 참고 있었다.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이나 심호흡하는 것 조차도 저 놈에게는 어떤 트집거리가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그는 "빨리 말하기나 하시지." 라고 말할 뿐이었다. 놈도 시간을 더 끌 생각은 없었는지, 언제 와야하는지와 자기가 있는 위치(형사가 주장했던 대로 그 폐허)를 말하고는 경찰들과 같이 오면 큰일 날 것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저 혼자서 할말만 하고 사라지는 일방적인 통보에 언짢았지만, 그는 급하게 다른 두 사람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도 그럴 줄 알았던지라 크게 동요하지는 않은 채였지만 이제와서 무슨 꿍꿍이가 있어 연락을 했는지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져서 사방이 어둑해질 때쯤, 약속한 시각이 되어가자 폐허의 입구에서 세 사람이 모였다.
"생각해보면 우리 셋이 이렇게 모이게 된 것도 다 사이비 종교 사건에 엮인 덕분인데 말이지."
"캘리칼리 님께서는 여기 처음 와보시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여기는 저와, 융터르 님만, 왔었습니다."
폐허 자체는 처음 와보는 캘리칼리가 플래시를 켜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문득 그 컨테이너로 위장한 지하실이 떠오른 탓이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 변태에게 아직 꼭두각시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조금 앞섰다.
"역시 좀 같이 왔어야 했나?"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놈에게 휘둘리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으니..."
여차하면 자신이 나서면 된다고 말할까 했던 융터르는 그것 마저 적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애써 뒷말을 삼키고 그나마 가장 멀쩡한, 문제의 교주실이 있었던 건물로 성큼 걷기 시작했다.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장소가 주는, 서늘한 긴장감이 싱거운 대화는 가볍게 압도해서 셋은 점차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갈 뿐이다.
세 사람 전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그 중 호드가 제일 심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두 사람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호드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겠다며 엄포를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형사나 상담사가 하는 말이 자신이 내민 결론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지해주겠다는 의미임을 알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두 사람을 끌고 가버리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까, 호드의 긴장감이란 그런 쪽이었다.
그런 그의 귀에 뭔가가 자그마하게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로 규칙적이게 '삑삑'하는 소리. 호드가 위에서 진범이 들을새라 조심스레 말했다.
"들리십니까?"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네만."
"아주 작게, 삑삑 거리는, 기계음이 들립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곧장 연상해낸 형사의 얼굴이 어두컴컴한 실내에서도 새하얗게 질린 것이 보일 정도였다. 그의 입에서 "폭탄" 같은 소리가 신음처럼 빠져나왔다. 상담사도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현기증을 느끼고 계단 손잡이를 겨우 붙잡아 몸을 지탱했다.
"놈이 기폭 스위치를 가지고 있겠군요."
"진짜로 경찰들을 불러모았다면 지체없이 터트렸을까?"
"이미 잃을대로 잃어버린 놈이니, 아주 가능성이 없진 않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문제의 폭탄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고, 또 어디에 있을지도 짐작조차 되지 않는 상황. 그렇게 교주실로 가는 비상계단 앞에서 형사는 조금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거 문고리가 부서졌는데?"
"오, 이건, 제가 한겁니다."
호드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잠깐이나마 즐거웠던 해프닝이 생각나 웃었다. 문이 잠겨있어 당황하던 상담사가 너무 쉽게 문고리를 돌리던 자신을 보고 살짝 질려하던 얼굴. 융터르도 그 때의 일이 생각났던지라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호드 님 완력에 겁을 좀 먹었었습니다."
"좋-아. 그 때의 즐거운 이야기는 다 끝나고 밥이나 먹으면서 하자고. 지금은..."
"변태와, 이야기, 할 시간입니다."
호드가 단호한 얼굴이 되어 문을 열고 교주실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갔다.
52. 세 놈들 이야기 - 사생결단(끝)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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