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나간 과학팸을 찾습니다...
2. 그래서 찾을 예정입니다...
3. 그거 아시나요? 이 편 이후로 나올 고멤 분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두둥.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루숙바'라는 제법 큰 규모의 술집이 있다. 본래라면 주인 해루석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노래들이 흐르거나, 때때로 한 쪽에 마련된 라이브 무대에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제법 낭만적인 공간이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노래 대신 좀비들의 비명소리가 흐르는 바가 되었으니.
술집 안의 사람들은 서로가 죽지 않게 조심하자며 마음을 모은 듯 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이 되어버렸다. 테이블이나 의자따위로 세워둔 바리케이트들은 제법 믿을만 했지만, 졸지에 바깥에 나갈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은 저마다 적이 되거나 최소한 그에 준하는 정도로 사이가 틀어져버렸다. 말하자면 내부의 적이다. 그 와중에도 서로 싸우지 말자고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말리는 것은 그나마 손님으로 와있던 카르나르 융터르와 권민, 그리고 알바생 프리터와 바 오너 해루석 정도였을 뿐. 나머지는 서로의 물건들을 노리고 싸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수순이 진행되자 해루석 마저도 주인의 권한이었던 축객령마저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이었다면, 이 넷이 졸지에 소수파로서 밀려났어도 사람들은 그들을 노린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그들에게서 뜯어낼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이데 우디들도 노뎌디는거 아닐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가장 센 상대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결국 저희의 마지막도 저렇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러려고 저 사람들에게도 물자를 아낌없이 푼 건 아니었는데..."
피폐한 얼굴로 권민이 카르나르 융터르에게 말했고, 그는 가감없이 가장 현실적인 말을 했다. 그렇찮아도, 천박하게 말해 세력싸움에서 밀려나 바 내부에 있는 식료품 창고를 빼앗기듯 넘겨줬는데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보면 결국 내놓을 만한 것은 목숨 밖에 더 없으니. 마지막에 말한 해루석은 그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이를 갈듯 말했다.
그렇찮아도 지금도 자기네들끼리 패싸움을 한 끝에 죽은 시체는 생기자마자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 내던져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불쾌하기 짝이없는, 마치 썩은 토마토가 땅에 닿아 으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면 어김없이 좀비들이 비척거리면서 그 살을 뜯어먹는다. 저렇게 먹이 신세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당장 내일이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둘의 대화를 듣던 주인과 아르바이트 생도 표정이 좋지는 못했다. 가게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했을 상황이지만, 그 배려심이 목에 칼날을 들이미는 꼴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이제와서 저들에게 합류할 수도 없는, 이래나 저래나 불가능한 상황만이 앞에 닥쳤다는 생각에, 네 사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우울감에 빠졌다.
그런 상황이 코 앞으로 닥쳐왔을 무렵, 사건이 갑자기 터졌다. 내분은 마치 연속으로 폭발하는 지뢰라도 되는 양, 그 가장 강력한 생존자 그룹 내부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2층의 구석진 자리에 있던 네 사람은 긴장한 얼굴로 그 상황을 바라보았다. 내분의 원인은 간단했다. 요컨대, 먹을 것의 배분 문제로 앙심을 품은 것이다. 분위기를 읽은 네 사람은 조용히 2층에도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로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곧 덕트테이프 따위로 보강까지 마무리가 지어졌을 쯤, 우려한 모든 예상 중 가장 생각지도 못하고, 가장 거대한 사고가 터졌다. 척살 대상이 언제 감염이 되었던 것인지, 죽고난 뒤 좀비가 된 것이다.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 이거 치워줘!"
"아, 안돼!! 물렸어!"
"아아아악!!!"
다행히 공사 쪽으로도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을 한껏 살린 프리터가 주도해 만든 바리케이트는 곧 좀비가 된 자들이 두드려도 박살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네 사람이 방심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챙길 수 있는 한 물건들을 꼼꼼히 챙긴 후 옥상으로 올라가 그 문을 잠궜다. 달리 말하자면, 그들은 타의적으로 옥상에 고립된 것이다.
상황이 제법 이상한 쪽으로 반전되었다. 좀비들도 굶주림을 겪는다는 사실. 그리고 굶주릴 수록 약해진다는 사실. 단순한 바텐더라고 하기에는 수상할 정도로 칼을 잘 쓰는 해루석이, "아댓층이 이당하게 됴용하디 않아여?" 라는 권민의 지적에 혹여나 싶어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 온 이후 그 추측을 사실로 입증해주었다.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죽어서 움직이는 시체에 불과한 놈들이, 사람처럼 뭔가를 먹어야만 그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 비척거리는 놈들을 잡는 것은 네 사람 중 가장 허약한 권민마저도 약간의 도움이 있다면 뒤에서 찌를 수 있을 정도였다. 몇 시간에 걸친 수고로움 끝에, 그들은 2층을 다시 확보 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융터르는 조금 기이한 것을 보았는데, 지금까지 좀비가 되지도 못 한 시체들은 먹이가 되었지만 가끔 그들의 피나 내장냄새가 강하게 묻어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깨끗했던 것이다.
"저들이 지금까지 사람을 어떻게 분별했는지, 그 답이 후각이라면 생각보다 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를일 입니다."
"하아니, 그럼 저 좀비들은! 눈은 거의 못! 쓴다는 소립니깟?"
프리터가 놀라서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태양빛에 약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어떻게 자기네들과 사람들을 구분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숨어지내기만 급급했었을 뿐이니까. 그 가설이 맞다면 다소의 역겨움은 감내하는 대가로 물자를 좀비 투성이에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행여나 상처에 좀비들의 피 따위가 묻어나오면 그대로 감염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바 안에서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의 배를 갈라 그 안에 우비를 쑤셔넣고 빼내기를 반복해 냄새만 잔뜩 배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단점이라면 그 역한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다는 정도. 그나마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린 프리터가 겨우 견딜 수 있어 조심스럽게 1층에 방치된 물자도 조금씩 올려보내는데 성공했다.
"정말.... 어지간히도 먹어댔네요, 이 사람들."
"해루석 님이 또 다른 곳에 물자라도 숨겨논 것이라 믿고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럴수가! 있었으면, 당장 저희들부터가! 이러지 않았을 텐데!"
경멸조를 숨기지도 못하고 해루석이 말했다. 사소할 수 없는 문제였다. 창고의 열쇠를 넘겨준 이후로 당시 가장 강력했던 생존자 그룹들이 추가적인 물자들을 구해오지도 않은 채 그저 먹어치우기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식량이 거의 바닥이었다. 네 사람은 프리터가 가져온 물자들의 상태를 보고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바를 거점으로 삼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
"근데, 우디 어디로 가댜하뎌?"
"환청일지도 모릅니다만 저기 도심 쪽에서 때때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싸우는 소리다, 이런 건가요?"
"그 소리! 저도 들었습니다. 뭔가... 레이저같이! 피용피용! 하고!"
그 때였다. 도심과는 정반대방향에서, 제법 먼 거리부터 연달아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굳이 가장 비슷한 소리를 찾자면 마치 뺑소니와 비슷한. 눈이 좋은 프리터가 그 원인을 알아차렸다. 군용차량이 연달아 좀비들을 치면서 도심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비옷을 입고 좀비들 사이로 뛰쳐나갔다. 가게 바깥으로는 소위 '뛰는 좀비'들이 없었기에 그가 전력으로 뛰어, 차를 세우는데 성공하였다.
"...사람들이 있다 하셨슴까?"
"그, 그렇습니다! 저희, 저희는 저기 보이는 저 바! 안에서 고립되었다가...."
프리터는 '곽춘식' 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붙인 군인에게 하소연을 했다. 운전석 쪽에서 묘하게 울적한 말투의 남성이 자기네들도 어렵다는 둥의 말을 했지만, 곽춘식이 그의 상사 격이었는지 그 불만도 곧 사그라들었다. 곧 운전석 문도 열리며 침울한 얼굴의 이등병도 자기 소총을 쥐고 내렸고, 프리터의 안내에 따라 바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어우, 어우.... 근데 그 냄새 대체 뭐임까?"
"이, 이건, 좀비들 냄새..입니다."
"아니이... 왜 그걸 입어요?"
"좀비들이! 냄새로 서로를 분간해서! 그렇습니다. 후후후..."
프리터는 멋쩍게 웃어 넘기려고 했지만, 두 군인들은 그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조금은 더 앞서 나갔다. 어쩌면 그 냄새를 못 참아라 하는 것 일수도 있고. 총알을 아끼기로 결심한 모양인지 군인들은 그 끝에 달린 총검으로 천천히 수를 줄여나가 결국 2층에 있는 나머지 셋과도 만날 수 있었다.
"도심에... 누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요?" 울적해보이는 이등병, 부정형 인간이 카르나르 융터르의 추측에 놀랐다.
"우호적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생존자가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 기반을 갖췄다. 그리 생각됩니다."
"여러분, 여기서 더 시간을 소모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슬슬 해가 질 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야합니다!"
시계를 본 해루석이 경고를 겸한 재촉을 함으로서, 엉겁결에 술집의 생존자들은 두 군인이 몰고 온 차량에 탑승할 수 있게 되었다. 운전은 아까와 같이 부정형 인간이, 조수석에 군용무전기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은 곽춘식이 타고 네 사람은 뒷좌석에 앉아 탈출에 성공했다는 감정으로 말없이 앉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살짝 사이드미러로 본 병장은, 다시 한 번 무전기를 만지작거렸다. 4인방의 말대로 도심에 사람이 있다면 무전 한 번쯤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렇게 차가 도심에 막 다다르었을 때쯤, 신경질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위험하지 않겠다 싶으면 데려오되, 물렸겠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리라는 내용의. 곽춘식이 당황과 들뜬 감정의 사이에서 그 내용에 난입하려 했지만 곧 도청에 가까웠던 그 수신이 끊겼다.
"주파수가... 주파수... 아이씨...!!"
"춘식 님 진정하세요...."
"아잇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지금 사람이! 어?!"
-으이?? 누군데 자꾸 이 쪽에 연결을 시도하는 그에요??
그 때, 인내심이 끊어져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곽춘식이 무전기의 채널을 건드렸었는지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가 곧바로 연결되었다. 바로 답하려 했지만 머리가 순간 하얘진 그가 어버버하며 말문을 못 트는 사이에, 융터르가 실례한다며 그에게서 무전기를 받아들고 상대방에게 답했다.
"실례했습니다. 현재 군인 출신 둘, 민간인 넷으로 이루어진 생존자 집단입니다. 혹시 저희도 선생님 쪽에 합류 할 수 있겠습니까?"
-잉? 다짜고짜 와도 되냐고 물으믄, 되게쓰요?
상대방이 언짢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쪽에는 일행이 여럿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잠깐 들리다가, 그보다는 더 젊고 신경질적인 느낌의 남성이 이어서 말했다.
-어디서 오셨는데요.
"도심 외곽에 있는 루석바입니다."
-...그 무기 있어요? 무기.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춘식이 융터르에게 고개를 연거푸 끄덕이며 총을 가리키고는 양 손바닥을 쫙 펼쳤다. 소총 10정. 그리고 그들이 있는 뒷좌석에 보이는 탄약도 제법 되었다. 융터르가 가감없이 바로 설명했다. 상대방이 고심하다 말했다.
-그거, 우리도 쓸 수 있게 해주면 오는 길 알려드릴게요.
-으이? 제자야,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그르는게냐?
노인은 의심을 하고, 젊은 사람은 경계를 한다. 상담사는 식은땀이 절로 목 뒤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잘못 말하면 거점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등의 위험이 자동으로 뒤따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에 대한 부분. 곽춘식이 고개를 연거푸 끄덕이는 것을 본 그가 살짝 목을 가다듬고 바로 답했다.
"저희를 받아주시는 조건이 그것이라면 당연하지요."
교묘하게 이쪽의 조건을 다시 강조했다. 무기를 넘겨주겠다, 대신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라. 오는 길로 퉁치지 말고 확실히 말해. 이번에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상대방이 잠깐 침묵하는가 싶더니 알겠다면서 위치를 안내하고는 무전이 그렇게 끊어졌다. 처음으로 차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기쁨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렇게 운전을 계속하던 부정형 인간이 무전에서 말한 주소대로 차를 몰자, 이상한 보랏빛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공간이 나오면서 그 아래로 한 소녀가 "안녕하십니까?" 라며 맞이했다. 거의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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