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기자 호드님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위기라서 기자 호드님인 걸로 채택 결정 땅땅땅
*호드어 매스터를 스승님으로 구합니다. 어떻게 해야 그 특유의 발음을 찰지게 살리는겁니까?
"그럼... 기자님은 '호드' 씨라고 부르면 되나?"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국적인 억양이 강렬하고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미중년이 그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품에서 꺼낸 작달막한 명함을 받아 든 인터뷰이는 갑자기 비슷한 이름의 괴짜가 생각나서 '푸흡'하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기자가 그 웃음을 이해하지 못해하는 표정을 짓자, 인터뷰이가 "아니, 뭐랄까 그 이상하달까, 착한 사람이 하나 생각나서." 라고 말하며 손을 휘적거렸다가 큼큼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녹음기가 켜진 것을 본 인터뷰이는 거듭 기자에게 익명으로 진행되는 부분임을 확인받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그으게... 한 이틀 전이었나? 응급환자들 보다 보면 시간관념이 없어가지고 좀. 아무튼, 애가 한 명 구급차에 실려서 왔어요. 어휴, 아주 그냥 어떻게 살아있나 싶더라고. 듣자니까 부모라는 작자들이 애를 그렇게 마구 패고 눈을 지지고 그랬답디다. 그래도 애라서 그런가? 회복력이 좋아서 지금은 이제 막 회복 단계에 들어섰는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 뭐. 애를 살린 것 까진 좋다 이거에요. 필요한 모든 비용도 해결된 부분이고. 근데 그 애를 그렇게 만든 부모 말이에요, 진짜 사이비 종교 뭐 그런거랍니까?"
"그 부분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기자가 더듬거리지만 단호하게 의사의 과대망상을 쳐냈다.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비종교 문제에 관련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 호드는, 불과 이틀 전에 문제의 종교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인근의 종합병원에 있다고 해서 방문했지만 그 대상이 고작 12살의 어린이였다는 사실에 당황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아이를 대신해서 자청한 의사에게 익명을 약속한 채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건질 만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수첩 위로 중간중간 메모하던 기자는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질문을 건넸다.
"부모가 없는데, 아이 치료비는, 누가 냈습니까?"
"응? 아, 아아 그거? 그게 말이지 총무과에서 연락을 줬어요. 계좌도 아니고 그 보스턴백? 그런 좀 큼지막한 가방에 돈이 잔뜩 담겨져서 왔는데 그걸로 치료하라고 그랬다더라고요."
"어떻게 그 사실을, 아셨습니까?"
"으음....나도 이건 건너건너 들은거라 좀 부정확한 건 이해해주셔. 최초 발견자가 신고를 하고서는 나중에 퀵으로 돈가방을 보냈다던데."
호드는 그 부분까지 추가적으로 받아적고나서 펜 끝으로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거렸다. 설명은 되지만 묘하게 최초 발견자라는 부분이 붕 뜬다는 느낌을 받았던 탓이다. 어쩐지 한사코 이 사건에서 발을 빼려는 모양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 치고는 가방 한가득 돈을 건네준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의사를 통해 취재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아이의 집주소까지만 확인한 뒤 약간의 취재료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낯선 거리인 탓에 지도앱으로 더듬어가며 찾아간 주소는 '여기서 사람이 살 수는 있을까' 싶은, 그런 폐가에 가까운 단층 주택이었다. 잡초가 진작에 점령한 마당을 지나, 호드는 현관문 손잡이를 살짝 당겨보았다. 잠금쇠에 걸려야 할 문이 덜컥거리지도 않고 경첩에서 비명을 지르며 천천히 열렸다. 그의 뒷목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집에 온기가 전혀 없다는게 말이 되는 건가? 나름대로 큰 덩치와 그에 걸맞는 키 덕분에 그는 집 안에서 일어난 정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잔뜩 굳어진 얼굴로 그는 경찰에게 바로 신고했다.
잠시 뒤, 집 주변으로 노란색 폴리스라인이라는 새로운 데코레이션이 장식되었다. 등 뒤로 '과학수사'가 적힌 사람들이 앞서서 그 안으로 들어갔고, 최초 신고자가 된 기자는 의심쩍어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형사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발견했는지를 설명했다.
"에-에... 그러니까, 취재 때문에?"
"그렇습니다. 많이, 깜짝 놀랐습니다."
"뭐, 심적으로 부담되시면 뭐... 여기 말고 저 쪽으로 가서 이야기를?"
"그건, 괜찮습니다."
"에휴, 그럼 뭐 됐습니다. 선생님한테 뭐라고 하려던건 아니고, 그 혹시나... 그 종교 쪽 취재하시는?"
마지막은 거의 속삭이는 형사의 목소리에 호드는 작게 끄덕였다. 그러자 형사가 떨떠름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직 확실한 것도 없으니까 서로서로 좋게 하자고 타이르고는 그를 보내줬다. 호드 또한 불확실한 정보로 기사를 작성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짧게 동의하고는 현장에서 발을 뺐다. 다만 이렇게 된 이상,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하자는 형사의 제안에만 동의했다.
문제의 현장을 떠올리기 싫어도 떠올릴 수 밖에 없던 기자는 눈을 꾹 감았다. 실은 형사와 이야기하는 동안, 집 안에서 수사하던 과학수사대원들이 "확실하네, 지들끼리 마구 찔렀어." 라고 떠드는 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식을 학대한 인간 말종이라 하여도, 저런식의 죽음은 옳지 않다고 그는 늘 생각해왔다. 어떤 악행이라 하여도, 그 결말이 죽음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비열한 회피에 불과했기에.
지속적으로 초동수사를 담당한 형사에게 (정보료를 포함한) 접근을 한 결과, 호드는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세피아빛이 부드럽게 감도는 자신의 방 안에서 그는 전화로 열심히 알려주는 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죽은 두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인 어린이의 부모가 맞으며, 부검을 한 결과에 따르면 죽기 직전 이틀 이상은 물과 음식을 건들지 않았다는 것. 남자 쪽은 그래도 아이를 구타했던 것으로 인해 근육이 완전히 퇴화가 되진 않았지만, 여성 쪽은 완전히 퇴화되었는 점으로 남자가 여자 쪽을 죽을만큼 찌를 수는 있어도, 여성 쪽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그저 서로 마주보고 서서 어떤 방어나 회피동작도 없이, 그저 마구잡이로 찔렀다는 점을. 그리고 걸려있는 달력을 보니 토요일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가 몇 겹이나 그어진 것으로 보아 어떤 약속이라도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까지.
<뭐어, 이건 참고만 하시죠.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그 종교 관련된 것들은 제법 지들끼리 세워둔, 그 등급이 높아야 가질 수 있답니다. 우리 쪽도 놈들 집회 장소가 어딘지 확인 중입니다.>
형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호드는 조금 더 현장을 살펴본 뒤 신고를 할 걸 그랬나, 살짝 후회했다. 어떤 종교에서 간부급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관련된 정보를 더 품고 있었을텐데. 하지만 그런 후회를 금방 지우게 만들어버릴 정보가 한 줄 그의 뇌리를 스쳤다. 어떻게 칼을 서로 찌르는데 방어를 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그 조차도 어떤 공격에는 반사적으로 방어하려는 본능이 있고, 다치면 당연히 고통도 느낀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서로를 공격했다는 사실이.
분명 처음에는 오롯이 사이비 종교의 취재를 목표로 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찰은 그 폐가의 사건을 방법이 괴상한 자살로 치부해버리겠지만, 힘을 얻은 자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자살이 아니다. 누군가의 개입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입술을 잘게 씹은 그는 자신이 너무 음모론에 빠진 것이 아닐까 했지만, 확인할 수 있다면 확인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노스페라투 호드는 곁에 있는 테이블 위의 달력을 바라보았다. 토요일. 불과 서너시간 뒤가 바로 그 날이다. 부부가 저지른 악행은 심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심판을 죽음으로써 가로챈 자가 누구인지 어쩌면 내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그에게 들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든 자였다면, 분명 죽이기 전에 어떤 정보라도 끄집어냈을 터이니.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벼락 한 줄기가 밤하늘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8. The Good meets The Bad(1)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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