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조절 실패!! 그래서 걍 이어서 쓰겠읍니다.
*아무래도 두 아저씨가 성향이 좀 다르게 책정되도록 하다보니 대비가 확실히 되어버리네유. 그리고 설명이 길어지고 있어!!
*이럴때는 캘불ㅇ....아니 캘칼님이 융화제가 되는 것이 좋겠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참고로 이 놈놈놈 시리즈 망상을 하면서 동물로 비유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해봤는데, 융님이야 뭐 늙은여우(공식)이고, 캘칼님은 늑대, 호드님은 의외로... 리트리버가 떠오르더라고요. 그것도 골-든.
"... 아니면?"
"날 쓰러트려라, 뭐 이런 말을 기대했습니까? 그냥 방해됩니다. 당신."
융터르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잘 구슬리기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 될 그를 방해된다며 내친 것이다. 그러고는 갑작스럽게 가로등이 켜진 좁은 골목길마저도 피해 어두운 곳으로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호드는 히어로로서 입는 슈트에서 평소에 입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순식간에 환복한 후 그를 따라잡으며 말했다.
"이러면, 방해는, 되지 않습니다."
"끝까지 감시하시겠다, 이런 의미입니까?"
"앞은, 더욱, 위험합니다."
"오, 제 걱정을? 이거 참 황송하네요."
융터르보다도 체격이 큰 호드는 그런 비아냥과 시비조의 말투에도 굴하지 않고 위험하기 짝이없는 공사현장을 오히려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순전히 툭 튀어나온 철골이라던가 깨진 유리조각과 같이 까딱하면 몸이 다치기 쉽다는 이유에서. 일부터 내쳤는데도 자신마저도 걱정해주는 저 모습에 융터르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 저 사람은 그저 사람이 착하다는 것을.
한편 노스페라투 호드의 경우에는 융터르가 저리도 성큼성큼 걷는 것이 너무나 불안했다. 걷는 길마다 온갖 장애물 투성이가 있는데 굳이 그 쪽으로 골라서 다니는 이유도 그렇지만, 비록 공권력을 언급했어도 어떻게 할 예정인지 어떤 말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저 자로 인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는 전혀 모르는지, 융터르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들 앞으로 저 멀리에 이 구역 전체를 두고 봐도 유일하게 멀쩡한 건물 하나가 우뚝하고 서있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소위 '성전의 입구', 라고 할까요."
융터르가 어떻게 그에 대해서 아는지 호드는 폐가를 떠올리며 짐작했다. 분명 그들로 하여금 모종의 수를 써서 알아냈으리라. 당연하자면 당연하겠지만 입구 앞에서는 나름대로 무장을 한 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고, 그들이 일종의 검문을 하는 모양인지 점차 줄이 생길만큼 앞이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융터르는 그 어수선해하는 사람들 사이를 유심히 바라보다 약간의 틈이 보이자마자 호드를 보며 "제 뒤에 바짝 붙으시죠." 라고 말하고는 그 대열에 줄을 섰다, 라기보다는 새치기를 했다.
호드도 눈치가 없지는 않다. 자신처럼 비행을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 건물이 교묘하게 방벽처럼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융터르의 경우라면, 저 너머에 있을 사람들을 확인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테니까. 그러나 어떻게 저 경비를 뚫고 지나갈 생각일까. 그는 염려스러워 하는 표정을 거둘 수 없었다.
줄이 점차 짧아지고 곧, 융터르와 호드 차례가 되었다. 경비는 하물며 "암호는?"이라는 의례적인 말도 없이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던 호드이기에 낭패감으로 식은땀이 목 뒤를 타고 흘렀지만, 융터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은연중에 이 덩치 큰 감시역도 자신의 일행이라는 듯한 어필을 경비원들에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릴 제, 천상에서 나팔이 나를 부르리오다."
"통과."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 후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아차린 호드는 융터르에게 어떻게 그 암호를 알았냐고 질문했지만, 융터르가 도리어 "어떻게 알았을 것 같습니까?"하고 되묻는 통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 발 밑으로 어마어마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곳까지 도착한 그 많은 사람들이 저 밑에 모여있는 것임을 깨달은 호드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생각보다 인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융터르는 오히려 지하가 아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노려보았다. 무려 7층짜리 규모인데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유. 그것을 생각하며 무작정 따라오는 동행인에게 그는 입을 열었다.
"절대로, 제가 하는 말을 이제 듣지 마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힘입니까?"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융터르가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갔다. 당연히 그 쪽에도 건물입구와 같은 경비가 서 있었다. 호드는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어 두 귀를 꼭 막았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가 잔뜩 경계상태였던 경비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슨 말을 건네고 나니 그 경계가 만전했던 긴장감은 어디로 가고 멍청하게 입을 헤벌리는 바보들만 남았을 뿐이었다. 이제 되었다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를 향해 호드가 민첩하게 따라 계단을 타고 올랐다.
같은 방식으로 6층의 경비까지 전부 무력화 시키는 모습을 보던 호드에게 융터르가 "이제 설명이 되었겠군요." 라며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말로 쏘아붙였다. 그런 어투가 오히려 마치 '이제 됐냐?' 라고 힐난하는 듯하였기에 호드는 고개만 끄덕였다.
7층으로 올라가는 입구 바로 앞에서, 융터르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꽤나 장문의 타자를 치고서는 도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한 호드가 작은 목소리를 냈다.
"그건?"
"아까 공권력의 힘을 빌린다 하였을텐데요? 이제 슬슬 빌려도 되겠다 싶었을 따름입니다... 아 이런."
태연하게 대꾸하고 문을 열려던 융터르가 무의식적으로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문이 잠겨있었다. 이런 건 들은 적이 없는데. 락픽을 배울걸 그랬나하면서 중얼거리는 그 목소리를 들은 호드가 성큼 앞으로 나서더니 문고리를 쥐고 가볍게 돌렸다. 그러자 쇠로 만든 것이 분명한 잠금장치가 '우두둑'소리를 내며 부서져버렸다. 그 모습에 융터르가 드물게 놀라 할말을 잃었다.
"이러면, 괜찮습니까?" 별로 힘도 쓰지 않았다는, 태연한 얼굴로 호드가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에, 예... 고맙습니다."
"지금 여기 7층, 어디가 목적지입니까?"
"교주가 있는 곳입니다."
헛도는 수준으로 너무나 매끄럽게 돌아가는 손잡이를 매만지며, 융터르가 조금은 날선 기운을 거두고 말했다. 그 문을 열자 지난 6층까지의 어두컴컴하고 황량했던 내부와 달리, 복도가 환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여기까지 모든 경비를 뚫고 올라올 놈은 없다'고 자만하는 듯 하였다. 두 사람은 발등까지 푹푹 파이는 고급진 카펫의 촉감이 맘에 들지 않았고, 더욱이 이 넓은 공간에 단 하나의 문만이 있는 것에서 교주라는 작자의 오만함을 손봐주기로 하는 데에는 합의를 보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악마의 부하들아."
"오, 이미 다 알고 있으셨습니까?"
"CCTV라는 것도 모르더냐? 이 무지한 것들."
그 문을 열자 누가 보더라도 교주인 사람이 두 팔을 벌려 그들을 매도하는 말로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그 양옆으로 총기를 겨누는 경비들이 도열해있었다. 이미 안전장치가 풀려있어 두 사람이 자칫 잘못 움직이면 곧바로 발사할 기세였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느릿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융터르는 계속 교주의 태도를 비웃었다.
"흠, 천당에 사람들을 이끄신다는 분이... 현세의 부에 제법 관심이 많으실 줄은 몰랐는데."
"하늘은 지상의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대신 맡아두는 것 뿐이다!"
"무슨 핑계가, 그렇습니까?"
그 어처구니 없는 답에 호드마저도 한 소리 할 정도였다. 융터르가 잠깐 어깨너머로 그를 바라보다가 살짝 귀를 가리키고는 다시 교주 쪽으로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면, 당신 교리에 내가 좀 흥미가 많아서 말인데... 신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한 위대한 업적에 대해... 사실대로 전부 말해."
융터르가 은근슬쩍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 휘말렸을 호드는 마지막에 어쩐지 자신을 무릎꿇리게 만드는 절대적인 목소리를 그대로 따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이비종교 교주는 그 말에 저항을 시도하려는 듯, 게거품을 문 채로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꼭두각시들에게 뭔가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아마도 쏴죽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미약한 번개가 경비원들의 몸에 흐르더니 순식간에 경비원들이 쓰러졌다. 어느 순간에 정장에서 히어로의 슈트차림으로 돌아온 호드가, 아직도 전기가 감도는 손을 살짝 털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기절."
"그렇다는데... 이제 이 자리에는 지켜줄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더 부르도록 할 생각은... 내가 허락하지 않거든. 그러니(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 그가 다시 귓가를 가리켰다.) 저항하지 말고 네가 했던 그 모든 만행을 전부 말하시지."
이번에는 그 말에 저항할 수 없었는지 교주의 눈에 초점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융터르가 쓴웃음을 짓고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기능을 실행시켰다.
지하의 널찍한 공간에서 공동 예배를 드리기로 한 사이비 종교의 모든 신도들은 예상보다 교주가 너무 늦게 나온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소란 덕분에 남아있던 경비병력들은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부 투입되었고, 비어있는 입구를 경찰들이 속속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미 건물에서 빠져나와 있던 노스페라투 호드는 그런 상황임을 특유의 청력으로 알아차리고, 같이 나왔지만 여전히 탐탁치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융터르를 보며 살짝 웃었다.
"원만히 해결되어, 기쁩니다."
"오, 그렇습니까?" 융터르가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대꾸했지만 호드는 그것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받아쳤다.
"당신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아무도, 죽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될 생각 없습니다. 내가 아는 친구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 분도, 언젠가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 말하는, 긴장감이 풀린 선인은 오늘 처음으로 마음 편하게 웃었다.
융터르는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그 얼굴이 해맑게 웃는 것에 도통 적응을 할 수 없었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이거 예전에도 당했던 것 같은데..." 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경찰은 만나기 부담스럽다며 날아오르려던 그에게 건넸다.
"카르나르 융터르라고 합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시면 찾아오시지요."
"노스페라투 호드입니다. 나중에 녹음하신 것, 저도 보내주시면 감사합니다."
호드 또한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고는 더 지체해선 안된다며 훌쩍 날아올랐다. 꽤 유명한 신문사의 사회부 소속 기자가 영웅놀음이라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하던 융터르의 입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으로도 피곤한데 저런 양반하고도 얼굴을 다 틀 줄이야.
-10. 이상한 놈 이야기 - 해결사(2)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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