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일 쓰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다름이 아니라 캘칼님인 것 같습니다.
*껄렁한 아저씨가 앞뒤 안 재고 지른다던가 하는 호쾌함이 있어서 그른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저씨 피 좀 많이 흘리십니다.
*하지만 캘불암에 웃고 마는 제 자신은 싫습니다....
토요일 밤 8시가 조금 넘긴 시각,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광역수사대의 지휘 아래에,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게(?) 노골적으로 신도의 재산을 거침없이 갈취하고 폭력도 서슴없이 저지른다는 사이비종교 집단의 소탕 작전에 합류한 상태에서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합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최근 내부에 정보원을 심는데 성공했다." 라고 어필했기 때문으로 그의 입장에서 보면 먼저 잠입해버린 카르나르 융터르가 놈들에게 잡히지 않고 정보를 보내오는데 성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연락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그의 스마트폰 화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광역수사대 소속 형사 하나가 지휘부에게 달음박질을 치며 소리란 소리를 질러댔다. 잔뜩 긴장한 베테랑 형사들이 그에게 해당 내용을 서둘러 공유해달라고 했고, 곧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그들이 아예 빼앗듯 낚아채서 수사에 참가한 전 인원에게 바로 배포했다. 곧 이어 지정된 무장경찰들이 출발한다 어쩐다 소란이 이어지는 동안, 단말기를 돌려받고 한숨을 푹 쉬던 그에게 '나쁜놈'의 이름으로 메시지가 다시 왔다.
[무사히 탈출 중에 있습니다. 경찰은 언제 도착하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젠장, 차라리 내가 거기에 잠입했으면 이보다 심장이 떨리지도 않겠군."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캘리칼리의 손가락은 화면을 이리저리 두드리고 있었고, 그것은 곧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이미 출발했네. 이 나쁜 놈의 새끼야] 곧바로 스마트폰을 책상 위로 내던져버린 그는 긴장감이 탁 풀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앉아있는 의자가 이렇게나 푹신하고 편안한 것이었나 그런 생각도 하였다. 다음 주 중으로 한번 만나서 진짜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할까? 밥 값은 그쪽이 내는걸로 하자.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나니 이내 곧 풀린 긴장감이 엄청난 졸음이 되었다.
그러나 그 한 끼 같이 하자던 약속은 바로 당장 지키기가 어렵게 되었다.
규모나 위험도와 아무런 관계없이, 모든 사건이란 놈은 늘 그렇듯 예고편도 없이 급작스럽게 들이닥치기로 약속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모든 것이 끝난 줄 알고 본래 자리로 돌아와 일상적이고도 부재중인 사이에 대책없이 쌓인 서류작업을 해결하느라 정신없는 그런 나날에.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한 종합병원으로 급하게 오토바이를 몰았다. 들어볼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물게 당황한 융터르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와 별개로 곧 XX종합병원에 눈이 먼 어린이를 인질로 잡아, 납치한 일당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서로 빗발쳤기도 했다. 이미 그 아이가 사이비종교의 피해자임을 알고 있던 그는 자연스럽게 미처 체포하지 못한 잔당들이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상부에서도 적절한 인원을 파견하려고 했으나 캘리칼리가 먼저 나서서 자신을 보내달라고 간청(이라기보다는 겁박에 가까웠다)하였고, 그의 기행과 비교적 최근에 생긴 특성을 인지하고 있던 상부에서는 특별한 반대없이 허가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곧이어 경찰 오토바이를 끌고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매우 시끄럽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광신은 광신이군, 교주 석방을 위해 인질을 잡는게 하필 애냐?"
혼잡한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량 사이로 요령좋게 빠져나가면서 그는 혼잣말을 했다. 먼저 전달해 준 상담사가 광신도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부터 짐작은 했어야 했는데. 교주라는 놈이 그의 세뇌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자였고, 지금의 납치-인질극은 그 영향일 것이라는 상담사의 추측도 그의 마음을 한껏 심란하게 했다. 그들이 있다는 종합병원 근처에 도착한 그는 오토바이를 거의 내던지다시피 세웠고, 곧이어 겨울바람 특유의 찬기가 한껏 기세를 부리는 건물 옥상 위에서 누군가가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교주님을 석방해라!! 그러지 않는다면 이 배교자는 죽는다!!"
"진정해! 아이는 아직 교리도 배우지 않았다고 했으니 관계자가 아니잖아!!"
"시끄러!!"
5층 높이의 병원 앞마당에는 이미 다른 경찰들과 협상 전문가가 진을 치고 인질범을 향해 맞대응을 하고 있었다. 인질범 무리 중에 한 놈이 아이를 여차하면 바로 바닥에 내던질 기세였다. 실제로 위협을 하는 것이었는지 발버둥 치는 아이의 발이 난간을 연신 스치고 있었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상상 이상의 또라이들이라며 치아가 빠드득 소리가 나는 것도 무시하고 있었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면 그냥 무작정 들어갔겠지만, 지금은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그를 더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다. 비겁하게 인질을 잡아? 정정당당의 정신은 그놈의 교주에게 갖다 바친지 오래인가? 아니지, 그런 것 따위 진작에 내다버렸으니 저런 짓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거 아냐?
자신도 모르게 저들이 자신의 큰 덩치를 눈치 채는 것은 아닐까 염려해서 앞마당 한 쪽의 나무가 무성한 산책로에 자신을 숨겼던 캘리칼리는 평소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저들을 뒤에서 덮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 그런 경험도 까짓거 나쁘지 않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뒤, 먼저 대피해있던 의사 한 명에게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며 혹시 장례식장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장례식장 입구를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본관과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애당초 세간의 인식 때문에 제법 한적한 곳에 위치해있어 일부러 알고 가지 않는 한, 애당초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있기도 했고. 인이어로 연결된, 본관에서 놈들과 대치중인 다른 경찰들에게는 잠입했다고 미리 알린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본관까지는 전력으로 뛰며 침입자를 경계하던 다른 광신도들이 그를 알아차리기 전에 주먹을 날리거나 엎어메치기 같은 기술을 쓰며 무력화시켰다.
"좀 자라, 괜히 멍청한 놈들 때문에 니들도 피곤하기 전에."
손을 탁탁 털면서 툴툴 거리던 그는 이미 기절한 광신도들을 향해 툭 내뱉듯이 말했다. 이럴 때 무전기로 상황파악을 하는 것이 의례적인데 놈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 대신.
"저기 형제님이 쓰러졌다!"
"이단자다!! 이단자가 나타났다!!!"
"아 진짜, 니들 이러기냐?"
그 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였던지 근처에서 다른 쪽을 경계하던 광신도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몰려왔다. 기껏 먼 곳으로 돌아와 잠입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들키다니. 뭐, 어차피 평소 고기 먹다 풀 뜯어봐야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는 오히려 후련한 기분이 들어 송곳니까지 드러날 정도로 씩 웃었다. 뭐 이러면 까짓거 다 패고 가면 되잖아?
인이어에서 찌지직거리는 무전이 고막에 거슬리게 울렸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지금 살가죽 터지는 소리가 자꾸 들리냐고. 그 때쯤에 괴성을 지르며 덤비려던 마지막 광신도의 명치에 주먹을 세게 꽂아 넣었던 캘리칼리가 힘을 주었던 손을 털며 답을 했다. 지금 적당히 덤비는 놈들을 봐주고 있으니 옥상에 있는 놈들 주의만 끌어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잠입과는 거리가 먼 타격음이 연신 그쪽에서도 들리는지 염려와 의심이 뒤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진짜 괜찮은 것 맞나?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없겠군. 다만 작전에 실패하면 그건 전적으로 자네 책임일세. 알았나?>
"예-예, 명심해두죠. 일단 1층 정리 다 되었으니까 슬슬 사람 빼서 좀 치워주시기나 하시고. 네."
틱틱 내뱉는 어투로 말하고 무선을 끊은 캘리칼리는 처음과 달리 아예 대놓고 뚜벅뚜벅하는 발소리를 감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옥상에 있는 놈들만 들키지 않으면 되니까. 오히려 이런 소리를 들려주면 적들은 늘 긴장하더라는 자신의 경험을 믿었다. 예로부터 이런 것은 기세싸움이었고, 말싸움을 제외한 각양각색의 싸움을 좋아하는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과연,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그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던 광신도들이 당황해서 저마다 웅성거렸다.
"뭐야! 어떻게 온거야?!" 그나마 체격이 조금 되는 자가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어떻게긴, 1층에서부터 올라왔지. 니들은 뇌도 없냐?"
"혼자다! 혼자서 왔어! 다들 덮쳐!!"
"덮치는 건 덮밥으로 충분하거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외친 캘리칼리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놈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낚아채 중심을 잃게 만들고는 다시 외쳤다. "신병 받아라!!"
웬만한 이들의 가슴 높이까지 붕 날아 그대로 동지들의 품에 기절한 채로 안겨진 그 모습에 분노한 광신도들이 무기를 손에 손마다 쥐고 있었지만 차마 선봉을 서기에는 두려웠는지 일정 거리만큼 떨어진 채로 에워싸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동심원의 중심에는 캘리칼리가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고히 서있어, 그가 움직일 적마다 그 원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그저, 빙글빙글. 그들에게서 자신에게 얻어맞는다는 두려움을 감지한 그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굴하러 왔으면 용감하게 덤벼야지! 니들 설마 쫄았냐!?"
도발이 효과가 너무 좋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장 가까이 있던 자들 부터 저마다 들고 있던 칼 따위를 꼬나쥐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11. 이상한 놈 이야기 - 해결사(3)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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