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이제 캘칼님도 호드님을 만나야죠?
신문사 앞. 분명 연락을 할 때는 이 앞의, 공원처럼 꾸며진 공터에서 만나자고 했을 터인데 도통 상대방이 나오지 않아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공연히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분명 만나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자신이 저지른 터무니 없는 실책을 도저히 용서 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만나지도 않을 기자를 만난다는 것도, 자신과는 접점이 거의 없던 광신도들에 대해 정보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상담사 친구에게 상의했겠지만, 그가 부탁한 아이를 위기에 빠트릴 뻔 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내린 차선택이었다.
신문사 근처. 소위 '알찬 내용'으로 부장에게 크게 칭찬 받은 노스페라투 호드는 광신도 관련 후속 취재를 전담하기로 해, 히어로 활동을 겸하기가 상당히 빠듯했다. 그 때문에 자신을 만나자고 한 형사와의 약속에 꽤 지각하게 되어버렸다. 손목시계로 벌써 20분이 넘어가버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며, 문제의 형사는 또 누구인지 당황하던 그의 입에서 어떤 저항도 없이 '오' 소리가 흘러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초조함에 못 이겨 달달 떠는 다리.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리는, 험악한 인상의 남성이 저기에 있었다.
캘리칼리는 평소에 이렇게 심각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와 본 적이 없었기에, 문득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심정이 이런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 주변으로 지나치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살짝 손가락질을 하거나 혹은 둘 다 하면서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상 한번 제대로 썼나, 그런 투덜거림을 하며 시계를 보니 이제는 20분을 충분히 넘겼다. 망할, 퇴짜 맞았겠다? 기자의 무례함에 대해 경찰서로 복귀하는대로 단단히 항의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이 신문사에서 기자가 오면 절대로 정보 주지 말라고. 그렇게 마음 먹었던 그의 눈에 시계를 흘깃흘깃 보며 자신의 방향으로 달려오는 상당한 거구의 중년이 보였다.
호드는 형사로 추정되는 사람의 인상이 생각보다 무섭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 얼굴은 평소에 상대하던 범죄자들 보다도 좀 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 곳곳에 묻은 핏자국은 어찌나 진하게 배여있던지 세탁소에 맡긴다 한들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미처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키 마저도 굉장히 커서 자신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커보였다. 그리고 그런, 깔끔하게 '무서운' 사람이 자신과 약속을 했고 자신은 대차게 지각을 한 것이다. 그는 부리나케 내달리기 시작했다.
"기자님, 이시죠?" 캘리칼리가 생각보다는 정중하게 물었다. 액면가가 자신과 거의 비슷해보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호드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호드가 명함을 안주머니에서 꺼내며 말했다.
"들어서 알겠지만 당신 기사 보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사이비 종교 관련 정보, 말입니까?"
캘리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호드'라고 불러달라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편이지만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면 턱없을 정도로 거대한 덩치가 아닌가. 검은 정장 아래로 설핏 비쳐지는 체격도 어지간한 형사 못지 않았다. 말투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 특유의 발음이 강하게 섞여 있었지만 듣기 어려울 정도가 아니었다. 그런 기자가 먼저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커피라도 자신이 사겠다고 말하는데서 그의 뿔났었던 마음이 조금은 녹았다. 순전히 단 것이 당겨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자가 자주 들린다는 카페의 제법 안쪽 깊숙한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잠시 서로 어색한 침묵을 가지고 있다가 복수심과 비슷한 뭔가로 마음 속에 불이 들끓고 있던 캘리칼리가 먼저 입을 열음으로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였다.
"최근 그 망할 놈들의 소굴에 직접 갔다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내용이, 궁금하신겁니까?"
"아뇨, 혹시... 후, 아 젠장." 캘리칼리는 자신의 실책을 말하는 것에서 굉장한 부담감과 망설임으로 대화를 잇지 못했다.
"최근,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일." 꼭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호드가 말했다.
"알면 되었습니다. 톡 까놓고 말하죠. 놈들 잔당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 말에 대답을 바로 하지 않은 호드는 자신 앞에 놓여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몇 초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태연자약한 느낌이었기에 인내심이라는 덕목을 그리 챙기지 않았던 캘리칼리가 초조함에 테이블 위에 얹어놨던 손가락을 건반처럼 토도도독 소리 내며 연신 두드렸다. 새끼손가락부터 엄지손가락까지,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다행히 그 리듬감있는 박자를 호드가 답변함으로서 그만 멈출 수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최근 관련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내놓으시죠. 수사 협조 차원에서."
"위험한 곳에, 단독 진입을 하시는, 겁니까?" 염려스럽다는 듯 묻는 기자의 질문에 캘리칼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눈 앞의 형사는 어딘가 조급해보였다. 병원에서의 인질극에 대해 말하자면 본인의 실책이 그리 중대하지 않았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지만, 뭔가 그에게는 더 깊은 사정이 있는 듯 하였다. 노스페라투 호드는 그의 눈 안에서 불안과 초조함과 그 이상으로 격한 분노가 탈출구를 찾아 헤메는 것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이 불안한 형사에게 최근 사귄 상담사를 소개시켜줄까 했으나 그것까지는 만난지 불과 몇 시간도 채 안 된 사이로서 하면 안 될 결례라 생각하고, 호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죄책감 때문입니까?"
"기자가 이젠 심리상담사도 겸직하는건가?" 형사가 반사적으로 반말을 사용했다. 그것이 더 익숙해보였다.
"저는, 여기 오기 전 그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
입술을 세차게 깨무는 형사에게 호드는 자신이 문제의 그 아이를 만나고 왔음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 아이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상담사가 건넨 동화책 녹음파일과 함께 간 것이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그 아이는 오히려 자신을 껴안아 구해준 형사아저씨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음을 전해주었다. 살면서 자신을 껴안아 준 사람이 이번에 두 사람이 되었다며 매우 기뻐했다는 것도 덤으로 전했다. 눈가가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 형사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말했다.
"알 놈들은 다 알긴 하지만, 기자님은 나에 대해서 모를테니 이것만 말하죠. 난 어지간해서는 안 죽습니다. 죽을 생각도 없고. 하지만, 저 놈들 아가리에 주먹 한 방씩은 꽂아줘야겠습니다. 그게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위험하다 할지라도."
눈가를 한 번 비빈 형사의 목소리는 결연함 이상으로 단호함이 느껴졌다. 호드는 그 모습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하고 최근에 입수한 정보로 어떤 녹음파일을 그의 스마트폰에 전송했다.
-13. The weird meets The good(2)에서 이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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