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분량조절에 실패했구먼요...
*뭐 지난 4~9편까지 캘칼님 나온게 1편이었으니 나름대로 할당제..라고 합시다... 근데 이게 맞나?
*그리고 왜 캘칼님을 '이상한 놈'으로 지정했는지를 여기서 어필 하겠습니다잉.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등 뒤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서늘한 칼날이 몸 속을 파고드는 느낌. 신체의 중요한 혈관이 파괴되어 갈 곳 잃은 피가 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빠져 나올 곳만을 찾는 이 격하고도 비릿한 움직임.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그 아득함에 쓰러졌겠지? 귓가에는 자신이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했다며 뿌듯해하는 한 광신도가 실실거리며 웃는 소리가. 멍청하긴! 그는 마음 속으로 한껏 비웃어주며 천천히 쓰러지는 척을 했다. 나름대로 인생 최대의 업적일텐데 그걸 무시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예로부터 성의를 다하면 그걸 무시하지 말라고도 했지 않는가?
"형제여, 밟아버립시다!"
"밟자! 이 이교도를 밟자!"
과연 그의 연기가 기가 막히게 좋았는지, 눈가에 일말의 희망 비슷한 것을 띄고 광신도들이 그를 '밟기' 위해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제 캘리칼리는 아예 눈을 살짝 까뒤집고 미처 회복되기 전에 새어나와, 머금었던 피를 살짝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거구가 한쪽 무릎을 꿇은 모양이 되고 광신도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자.
"까꿍이다, 이 놈들아!!"
"뭐야!!"
"뭐긴 뭐야, 형사시다!"
개중 덩치가 다른 이들보다 조금 작은 광신도의 다리를 잽싸게 붙잡고, 프로레슬링에서 흔히들 '자이언트 스윙'이라고 하는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사용의 예시와 다른 점이라면, 그는 자신이 쥐고 흔드는 사람의 안전을 그닥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 끝에 매달린 사람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면 이미 격한 회전운동으로 인해 심한 멀미가 와, 안색이 매우 창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곧 열심히 휘두르던 생체무기(?)가 오늘의 식사메뉴를 도로 확인할 기세가 됨을 느낀 캘리칼리는 "형제님을 놔줘 이 악마야!!" 라고 외치는 광신도 무리 쪽으로 몸을 힘껏 돌리면서 양 손에 힘을 은근슬쩍 풀고는 외쳤다.
"니들 밥이 맛 없댄다!!"
등 뒤에 박힌 칼날을 뽑자, 그 주위로만 낫지 않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그 흉기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주위를 살짝 둘러보았다. 다행히 전부 정신을 잃었을 뿐, 아니 뇌진탕이 발생한 사람이 조금 더 있을 뿐, 실은... 팔이나 다리 뼈도 부서진 사람이 좀 많이 있을 뿐이었다.
"나 원참, 이놈들 근성이 없어요 근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어깨도 풀고 손도 뚜둑 소리 나게 꺾던 그가 혼잣말을 툭 내뱉으며 다음 층으로, 또 다음 층으로 뚜벅뚜벅 걸어올라갔다. 그렇게 5층까지 진을 치고 있던 모든 광신도들을 주먹(과 때떄로 생체무기)으로 꺾고 옥상까지 올라간 그는 저 놈들이 정말로 멍청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옥상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놈들은 아래 층에서의 소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여전히 경찰과의 대치 상태였던 것이다. 그는 설마 눈치 챌까 싶어 급히 몸을 숨기고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었나 확인했다. 1시간이 조금 지난 상황. 밑에서 시간 끈다고 얼마나 진땀을 뺐을까. 이제 남은 저 놈들만 제압하면, 아이도 무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너무 안일했던 탓일까.
빠직!!
아 하필 왜 이럴 때 꼭 잘 마른 나뭇가지가 적당한 한 발자국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있는 것인가. 그 소리는 왜 이리도 주목을 잘 이끄는 것인가? 차라리 덩치 때문에 걸리기라도 하지! 정신이 새하얗게 변함과 동시에 모든 순간이 갑자기 터무니 없을 정도로 느릿느릿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그 자신의 움직임마저도, 그리고 저 멀찍이서 아이를 난간에 내던지는 순간도.
처음으로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자신의 온 몸에서 핏기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기분 나쁠 정도로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게 한 발자국. 자신이 다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차피 금방 나으니까. 하지만? 저 애는? 멍청한 어른들에게 휘말려 꿈도 미래도 전부 잃어버렸다. 크게 또 한 발자국. 그런데 이제 목숨도 잃게 생겼다. 여기서 가장 멍청한 어른인 자신 때문에.
저 아래에서 경찰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린다. 고작 5층 높이면 뭔가를 깐다던가 하는 대처를 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고민도 할 시간이 전혀 없이, 분명 앞에 거치적거리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을 밀쳐낸 그는 난간에 발이 닿는 세 번째 발자국에 힘을 싣고, 네 번째 발자국의 차례에는 하늘을 향해 뻗었다.
"제발... 닿아라... 좀!!!"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아이의 경악한 표정을 향해 뻗은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자마자 순식간에 모든 시간이 정상적인 배속으로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을 제대로 느낄 사이도 없이, 아이가 어떻게 떨어져야 다치지 않는지 궁리할 시간도 없이, 그는 그저 무작정 자기의 덩치가 훨씬 더 크니 그저 감싸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화단에 심겨진 나무들이 제법 날카로워 그의 살점이 거칠게 뜯어지고 재생되기를 반복하는 것이 순식간. 나뭇가지들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아이를 대신해 비명을 지르는 짤막한 순간이 지나자 겨울의 찬 기운에 꽝꽝 언 흙바닥에 두 사람이 떨어졌다. 곧이어 다른 경찰들과, 의사들이 주위를 에워싸듯 몰려들고 그런 사람들에게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표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아이부터 봐달라"며 넘겼다.
아직 머리를 몇 바퀴나 감싼 붕대를 채 벗지 못한 아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의사들이 급히 들고온 이동식 침대 위로 뉘여졌다. 그렇게 의사 무리들이 이제는 어떤 위협도 없는 병원 안으로 쑥 들어가고, 경찰들은 사색이 된 채로 그에게 계속 괜찮냐고 질문했다.
"괜찮아, 난 괜찮다고. 그래. 난 괜찮다니까!"
마지막의 그 목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인질이었던 아이는 무사히 구했지만, 결국 잔당 중 일부가 도망쳤다는 불완전한 결말을 맞이해버린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질책도 칭찬도 전부 들은 척 만척한 상태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인질극을 벌인 놈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여줄 생각 외에는 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어딘가 멍한 듯 하면서도 불길이 이는 눈빛을 한 그는 처음이었기에, 주변 동료는 물론이고 상관마저도 "저 놈 지금 건들면 뒤진다"며 접근하기를 한사코 말렸다.
그런 그의 분노가 평소 서류작업을 등한시하던 버릇조차도 바꿔버릴 지경이었다. 정확히는 그 사이비종교 관련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는 행위를 한정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런 그의 눈에 띈 기사가 하나 보였다.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얻었다는 느낌이 강한 어떤 기사. 뒤늦게 신문사를 보니 전국 단위로 배포되는 신문 중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 아닌가. 캘리칼리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과 그 밑에 적혀있는 연락처를 노려보았다.
-12. The weird meets The good(1)에서 이어집니다.
'공개 썰입니다. > 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The weird meets The good(2) (0) | 2022.11.24 |
---|---|
12. The weird meets The good(1) (0) | 2022.11.22 |
10. 이상한 놈 이야기 - 해결사(2) (0) | 2022.11.22 |
9. The good meets The bad(2) (0) | 2022.11.20 |
8. The good meets The bad(1) (0) | 2022.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