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웹소설 읽다보면 계속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 "쓸데없는 묘사가 많은거 아니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그리고 제가 그러고 있군요. 반성중입니다...
*하지만 전 액션신을 길게 쓰는 병이 있어요...
*뭔가 여기서 시마이한다던가 그런식으로 해버리면 (3)을 바로 이어서 써야 할지 모르니까 입다물고 있겠습니다.
녹음파일을 건넨 뒤 '듣는 귀가 많을지 모른다'라며 자신을 도로 경찰서로 보낸 기자는, 어차피 후속 보도를 위해서 한 번은 답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동행 의사를 표했다. 녹음파일에 정신을 팔릴 뻔 했던 캘리칼리는 어차피 '이것만 듣고 바로 조지겠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건성으로 그러라고 답했고, 기자가 그렇게 "그럼 연락 주시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경찰서로 돌아온 그는 팀장에게 잠시 볼 일이 있으니 외근으로 처리가 가능하냐고 (반은 협박이 섞인)요청을 했고, 그 자신도 몰랐지만 캘리칼리가 떠나고 난 뒤 왜 허가해줬냐는 다른 팀원의 질문에 팀장은 허가 안 해주면 죽을 것 같아서 해줬다고 변명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이어폰을 막무가내로 귀에 꼽은 채 묵묵히 문제의 정보를 듣기 시작했고, 교주로 추정되는 상대가 온갖 정보를 줄줄이 토해내는 것을 꼭꼭 집어 삼켰다.
"하, 기자 양반이 은근 이런데서 허술하구만?"
아직은 필요하기에 삭제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이 끝나면 이 파일은 그 가치의 중요성과 관계없이 삭제해야겠다고 그는 결심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제기했어야 했을 의문이었는데! 현장에서 당신 심리상담가랑 만났구만? 음성파일 속에는 작지만 친구 특유의 조근조근거리는 극도로 낮은 저음의 목소리와 기자 특유의 독특한 어투가 섞여있었다.
노스페라투 호드는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늦은 오후에 받았다. 일전에 교주에게서 들었던 문제의 은거지 주소와 함께, 언제까지 도착하라는 내용이 제법 강압적인 문체로 적혀있었다. 기자는 낮에 만났던 형사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이런 자연적으로 거친 언사가 그와 부정할 여지도 없이 어울린다는 것에 납득했다. 그러나
"오, 이런."
적힌 시각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모자랐다. 일반적인 수단을 사용하면 도착은 커녕 진작에 늦어버릴 상황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복장으로 재빠르게 환복하고 노을이 지는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약속시간을 맞춘 그는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거대한 컨테이너가 도열해있는 항구에 마련된 은거지 입구 근처에서 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에 기대 껄렁하게 서있던 캘리칼리가 하늘에서 둥둥 뜨고 있는 그를 보고 매우 힘차게 인사를 건넸다.
"어-어이! 여기다 여기!"
"오."
"다 알고 있으니까 내빼지 마시지, 기자양반."
"맙소사. 어떻게, 아셨습니까?" 곤혹스러워하는 얼굴로 기자가 물었다.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라며 캘리칼리가 스마트폰을 여유롭게 흔들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호드가 이마를 감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형사는 곧바로 이어 말했다. "뻥이야."
뒤이은 말에 당황한 호드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착지하자 형사는 킬킬거리면서 대꾸했다. "네가 준 파일에 내 친구 목소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몸 쓰는데에는 젬병이거든. 단독으로 진입할 것 같지는 않고... 근데 그쪽은 보아하니까 몸을 좀 쓰는 편인거 같아서. 혹시나 하고 찔러봤지!"
결국 떡밥을 뿌려봤고 호드는 그에 맞춰 반응을 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시간을 어처구니없이 촉박하게 잡으면 따로 연락을 한다던가 해도 되었을 텐데, 그에 맞춰 곧이곧대로 반응을 한 자신이라니. 더욱이 형사가 친구 목소리라고 했으니, 이미 그 상담사도 저 형사와 구면인 관계라는 의미였다.
호드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나중에, 다같이 밥이나, 한 번 하는게 좋겠습니다."
다른 컨테이너에 둘러싸여 거대한 선박선에 곧 실리지는 못할 것 같은 빛바랜 푸른색의 컨테이너 앞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했다. 이곳이 그 징글맞을 광신도 놈들에게 있어 최후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곳이 틀림없었다.
"좋-아 우리 노스페라투 호두(몇 차례 정정해줬는데도 캘리칼리는 꿋꿋이 호'두'라고 불렀다)는 그, 전기를 쓴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피해 안 가게, 조심해서 사용하겠습니다."
"아냐, 상관없네. 필요하면 나까지 그냥 지져버려."
"예?" 그 황당한 요구에 호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어차피 안 죽네 난." 꼭 먹잇감을 앞둔 늑대처럼 그가 송곳니까지 보일 정도로 크게 씩 웃었다.
쇠사슬 끝에 걸린 자물쇠를 호드가 간단하게 끊고 컨테이너의 문을 활짝 열자 나오는 것은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그 모습에 캘리칼리가 "신의 자식이라더니만 악마의 두더지 새끼였나?" 라며 농담을 건넸다. 그 특유의 넉살에 호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고, 계단의 반대편 끝에도 달려있던 철문이 콰당소리를 내며 열리고는 각목부터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소총까지 가지각색의 무기를 들고 있는 광신도들이 그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날뛰어볼까?" 호드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캘리칼리가 먼저 입을 열고,
"몸, 조심 하십시오." 그런 캘리칼리를 염려하는 얼굴로 호드가 답했다.
"거 참, 안 죽는대도." 형사의 그 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지하실로 뛰어들었다.
감히 고압의 전력을 거침없이 내뿜을 수 있는 노스페라투 호드 앞에서 안 죽을테니 맘껏 전기 쓰라던 캘리칼리는 그 장담대로였다. 아니, 그 이전에 이미 그가 입었던 부상이 도대체 얼마나 많았는가 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도 완벽한 초인은 아니라 조금씩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가 한 방울을 흘린다고 하면 감히 덤빈 광신도는 수 리터 정도는 쏟는 수준으로 가성비가 맞지 않았다.
형사는 본인이 말한대로 날뛰고 있었다. 배에 샷건을 정통으로 맞아도 아무렇지 않다며 오히려 그 사람의 얼굴에 제대로 주먹을 꽂아버린다던가,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상대에겐 아예 그 칼을 맞아주면서도 명치에 깔끔한 뒤돌려차기를 선사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어야 했던, 그 무수한 공격은 그야말로 소용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터트리는 광기가 서린 웃음이 감히 그에게 덤비지 못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한편 노스페라투 호드는 자신의 전격 공격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었다. 그의 개인적인 신념에 의해, 압도적인 전력을 거침없이 내뿜는다기보다는 신경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교란시켜 마비를 시키는 공격이 거의 주로 이루어졌다. 때때로는 일부러 어두운 공간에서 강한 빛을 만들어 내, 어두운 지하공간에 익숙해져있던 광신도들의 눈을 멀게 하고 그 사이에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로프 따위로 굴비엮듯이 매달아 놓기도 했다.
히어로의 눈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한 벼락이 그의 팔과 다리를 타고 흐르면서 누가 보더라도 '저걸 맞으면 틀림없이 죽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우리가 더 수적으로 우세하다! 저 이단자들은 분명 지칠 것이니 차라리 순교하자!" 라며 선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맹목적인 광신의 분위기가 사람들을 타고 흐르자 그들이 휘두르는 냉병기는 더욱 힘이 실렸고, 아군끼리 맞출까 걱정되어 어중간한 거리에서는 차마 못 쓰던 총을 서슴없이 발사하기 시작했다. 저들 사이에서 "순교"라는 단어가 어떤 구호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호드는 자동으로 눈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비겁하게 저 안전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들을 고기방패로 쓰는 행위라니. 낮은 천장으로 인해 날아오를 수는 없었지만, 그는 다리에 온 힘을 주어 벼락같이 내달려 선동가의 멱살을 잡았다.
"전도사 님이 당했다!!"
"전도사 님을 놔 줘!! 이 악당들아!!"
그런 소리가 들리며 캘리칼리를 상대하던 광신도들도 전부 노스페라투 호드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상대할 적이 없어진 형사가 그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호드에게 붙잡힌 '전도사' 라는 멱살을 붙잡힌 양반이 그 키차이로 인해 허공에 살짝 떠 대롱대롱 매달리면서도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하늘로부터 약속받은 미래를 이미 지니고 있다!! 설령 죽더라도 하늘에서 나팔을 부는 천사가 우리를 맞이 할 것이며 우리는 선 켁!!" 떠들어대던 그가 축 늘어졌다. 광신도들이 정신 팔린 사이에 용케도 들키지 않고 도착한 캘리칼리가 툭 말했다.
"전도사가 아니라 이건 순 선동꾼이었구만?" 그는 방금 손날치기로 기절시킨 사람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봤다.
강제로 마음을 어떤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한 차례 이상은 겪어보았던 덕분인지, 선동의 능력을 지녔던 이 '전도사'의 말에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컸다. 반대로 광신도들은 그 영향에서 갑자기 끊어지자 일종의 번아웃이라도 온 것처럼 마음 속이 어쩐지 공허해지고 싸울 의지조차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쐐기를 박아버린 것이, 교주의 음성이 선명하게 녹음된 음성파일이었다.
이곳도 그들에게 일종의 예배 공간이었던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벽에 군데군데 스피커가 매장되어있었고, 덕분에 그 얼간이 교주의 '천음'이 무기력하고도 무감정한 목소리로 곳곳마다 울려퍼졌으니까. 처음에는 격한 부정을, 그 뒤에는 이건 전부 거짓이라는 분노를, 그 다음에는 협박 받아서 녹음한 것 아니냐고 봐줄테니 그만 틀어달라는 협상을, 그 이후에는 교주에게 배신 당했다는 우울과 곧 이어서 수용이라는 단계를 거쳐 이 지하 공동에는 어느덧 꺽꺽 거리는 울음만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가 융터르 그 친구한테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자신은 좋은 사람 아니라며, 친구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하! 입 터는건 진짜 잘하는구만! 근데 이걸 어쩐다, 난 이미 이상한 놈이라고 평가 당한지 오래인데."
요근래 마음편히 웃지 못했던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큰 소리로 '하하' 소리를 연신 내가며 웃었다. 자신을 고평가 해준 그 상담사의 말이 그렇게나 웃겼는지 연신 배를 붙잡고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호드가 먼저 포승줄 비슷한 뭔가로 꽁꽁 묶어둔 사이비 교단의 신도들이 호송차량에 줄지어 이송되는 것을 본 그가 손 끝으로 눈물을 닦고는 말을 이었다.
"좋은 놈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두 자네인데?"
"오, 그렇습니까?"
"내가 한 걸 보라고, 팔다리 박살은 기본인데 말이야." 그러면서 가리키는 손끝에는 구급차량도 조금씩 보였다.
그 말에 정장차림으로 순식간에 바꾼 호드도 납득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4. 삼자대면(1) - side. 나쁜 놈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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