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세 아저씨가 서로서로 만나다가 한꺼번에 만납니다!!
*끄이이얏호!
*간만에 만담하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읍니다.
토요일 아침 9시. 간만에 본인 만의 휴식을 즐기려 했던 카르나르 융터르는, 올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온 것 아니냐고 두 방문자에게 쓴소리를 했다. 한 쪽 구석에 있는 카우치 소파에 늘어져라 누워있는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그 상태로 "아 그래서 원두 좋은 것 사오지 않았나?"며 하품 섞인 항변을 하고, 책상 근처에 있는 등받이 없는 소파에 앉아 있는 노스페라투 호드는 "여기가, 제일 이목 안 끕니다." 라고 하는 등, 어느 샌가 형사에게 물들어 반쯤은 뻔뻔한 태도였다.
아침인데도 순식간에 피곤해진 융터르가 선물 받은 원두 봉투를 열어보았다. 과연 캘리칼리의 말대로 좋은 원두였다. 풍미가 있고 적당한 산미도 느껴지는, 자신의 취향에 귀신같이 들어맞는. 설마 이런 것까지 알아보고 샀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그가 "이 소파 우리 서에도 들여놓으면 침대로 딱이겠는데?" 같은 소리를 하던 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에 만났던 그 식당에서 물어봐가지고 산건데?"
"아."
하기야. 그 식당에서 제공하는 커피가 맛있긴 했더랬다. 자신이 말끔히 잔을 다 비운 모습을 떠올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스스럼없이 친구 관계라고 하기에는 만난 빈도가 그리 많지 않지만, 취향을 기가 막히게 눈치채다니. 참 짐승같은 감각의 소유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기꺼이 그 원두로 커피를 내려 두 사람에게 내주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습니다."
"난 애당초 단 것만 먹는데. 혹시 시럽 같은 것 있나? 아니면 설탕?"
무의식적으로 융터르는, 오늘은 저 둘 앞에서 미간을 찌푸린다던가 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결심을 잊었다.
"그래서, 두 분이 여기 오신 이유가...?"
"오, 깜빡할 뻔했습니다."
"아- 그래, 그렇지. 잊을 뻔 했군."
상담실 주인이 '이건 커피를 망치는 길인데' 라면서도 한 쪽에는 얼음을 왕창 탄 잔을, 또 한 쪽에는 각설탕과 우유를 따로 내주며 질문을 하자 두 사람의 얼굴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인가? 형사는 당뇨가 걱정될 정도로의 각설탕과 우유를 맘껏 커피잔에 채우고 휘휘 젓더니 단숨에 들이키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사이비 종교 집단 이야기를 또 해야 해서 기분이 정말 더럽지만 어쩔 수 없네. 교주가 광신도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라고 했었나?"
"그렇습니다만."
"그 밑에 전도사라는 놈이 선동을 기가 막히게 하더라고."
"그렇습니다. 그 말에, 광신도들 마치 광전사처럼, 변했습니다."
전투 스타일이나 성향마저 두 사람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니 부정하기에는 어려울 터였다. 그리고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곧, 자신들처럼 어떤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점차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선한 쪽도 있겠지만, 주로 나쁜 쪽이겠지. 그나저나 그렇게 따지면 세뇌가 능력인 자신은.
그 생각을 본인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두 사람도 융터르를 보면서 각자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다참다 못 참고 터트리는 소리를 냈다.
"당신이, 빌런 아니라서 정말로 다행, 입니다."
"아하하하핫-! 그러게 말이야. 뭐 여기서 말하는 거긴 한데, 처음 만났을 때 나도 조종당하는 거 아냐? 생각했었거든!"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도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겁니까 두 분?"
"...사기꾼?"
동시에 돌아온 답변이 너무 치명적이었던 탓에, 융터르는 아직도 뜨거운 김이 나는 커피를 마시려다가 내뿜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자격없는 심리상담사도 크게 보면 사기꾼이지. 책상 위의 티슈로 겨우 그 민망한 흔적을 닦아낸 다음, 공연한 마음에 헛기침을 한 융터르가 이제는 아예 대놓고 웃는 두 사람을 보다 따라 웃었다. 언제 이렇게 실컷 웃어본 적이 또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을 배웅하고 난 뒤, 창문 너머로 두 사람이 각자 헤어지는 것까지 본 융터르는 암막커튼을 내렸다. 낮 특유의 햇빛이 환하게 내리쬐여져, 종전까지 밝고 깔끔했던 상담실은 순식간에 어둡고 음침하게 변했다. 마치 그 방 주인의 얼굴처럼. 평소처럼 책상 위의 옅은 주황빛 스탠드 등불만이 이 공간의 유일한 광원이 되고, 그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담사의 얼굴은 의뭉스럽게 변해있었다. 각도에 따라 보자면 씁쓸한 웃음이 감도는 것처럼도 보여있었다.
"두 분은... 저와 다릅니다. 당당하게 나설 수 있지요. 그에 비해 저는..."
그 말을 채 마무리도 짓기 전에 누군가가 거칠게 문을 열었다.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으로 불량배가 착실히 조폭으로 진화한 그런 모양새였다. 협박 편지를 보낸게 너냐?! 라며 흡사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는 상대에게 상담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여기 앉으시죠. 상담 시작합시다."
-15. 이상한 놈 이야기 - 런닝맨(1)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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