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저씨 중 가장 무력이 약한 카르나르 융터르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요?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는 어두운 상담실 안, 융터르는 노스페라투 호드에게서 온 전화를 묵묵히 받았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쉽게 화내지 않았겠지만 이번만큼은 열이 단단히 오를대로 오른 것을 애써 억누르는 듯 하였다. 은근슬쩍 기자로서, 히어로 노스페라투 호드가 어떤 이상한 것과 싸우고 난 뒤의 자리에 가보니 이런 것이 있더라 라면서 경찰에게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의 무기 비슷한 것을 맡겼다는 말로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무기... 비슷한 것이라고요?"
-생긴 건 끈 같았는데, 만져보면 이상하게 물컹거립니다. 거의 50m 까지 늘어났습니다. 감식한다고 경찰들이 가져갔습니다.
"이런,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유의하지요."
여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적. 비행하던 호드도 충분히 노릴만큼 실력에 자신있다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 아직은 추측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알 수 없는 동기까지.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한껏 몸을 실은 그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조심스럽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래, 물리적인 수단을 갖추기 전까지는. 그 생각까지 했을 무렵, 그의 상담실 문에서 묵직한 노크소리가 났다. 오늘 내방하기로 한 사람은 없건만, 긴장감으로 얼굴이 굳어진 그에게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르나르 융터르 씨 계십니까? XX서에서 나왔습니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소속되어있는 경찰서? 그 곳에서 올 이유가 있던가.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상담사의 머리 속을 스쳤다. 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뭐든 알아낼 수 있겠지. 비록 친구가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썩은 동앗줄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잡아야 할 때다.
재차, 그리고 종전보다는 더 크게 노크하는 소리에 융터르가 문을 열었다.
"이런, 미안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던터라."
"본인, 맞으십니까? XX서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지금 이야기 가능하겠습니까?" 신분증을 보여주며 말하는 형사에게,
"그렇습니다만. 밖에 계속 서있게 하는 것도 실례이니...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융터르의 눈은 묘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사복차림의 두 형사는 그가 내미는 커피잔을 받아들고 그가 암막커튼을 걷어 방을 환히 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형사들에게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이야기하고자 하신다는 것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최근 경찰이 이상한 테러범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 알고 계십니까?"
"건너건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 경찰... 후, 아니 이거 죄송합니다. 한숨이 다 나와서, 그 경찰이 저희 동료입니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라는."
"아하."
경찰의 말에 융터르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저들이 본다면 아마 '아 그렇군요' 정도로 해석될 정도만큼만.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은 이미 충분히 예상이 가고도 남았다. 경찰들이 이어서 말했다.
"그... 그 새끼의 전화기록을 까보니깐, 선생님과 가장 마지막으로 통화하셨던 이력이 남아있어서."
"선생님과 통화하고 난 직후에 그 놈 집에 설치되어있던 폭탄이 터졌다고 지금 결과가 나왔거든요."
두 형사들의 말로 융터르는 자신이 용의자로 몰렸음을 짐작했다. 정황을 모른다면 꽤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저들이 세워둔 가설 속에선, 자신이 폭탄을 설치한 테러범이며 그 전화가 끊어지면 터지게끔 극적인 유도를 했다는 식이겠지. 자,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까? 카르나르 융터르는 그렇게 침묵을 유지하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문제의 테러범이라 상정하시고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정황만 놓고 보면 선생님께서 의심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말씀 빙빙 돌리지 말고 얼른 해주시죠."
"이거 원, 조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혹시 제 직업이 상담사라는 것까지 잊으신 듯 합니다만?"
"설마 그 놈이, 그 시간대에 상담을 했다. 뭐 이런 말씀이십니까?"
좀 더 노련해보이는 형사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자신이 아는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성격이라면 절대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능력에 대한 부분을 말할 수는 없었기에 융터르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자신이 봉사활동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알게된,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가 어떤 인질극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것을 캘리칼리가 구해줌으로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까지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칫 잘못하면 끔찍한 꼴을 볼 뻔했었던 경험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너무 컸기에 상담을 해주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그 뒤로 인연이 생겨서 종종 전화 상으로 대화하고는 했다는 이야기를. 크게 보면 틀린 부분이 없었고, 작게 봐도 그랬다. 다만 그 사이마다 중간중간 빈 곳이 좀 많이 있겠지.
형사들도 그 말에 어떤 흠집을 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그들은 곁에서 봐왔었으니까. 어딘가 갔다와서 얼굴이 제법 후련해진 그런 것도 다 이런 이유였겠거니 그들 스스로도 납득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 자세가 이미 의심을 거둔 것이 분명해보였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새로 발견된 바가 있으면 그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 말하는 형사들 중 한 명이 일어나면서 품에서 녹음기를 꺼내 기능을 정지하는 것이 융터르의 눈에 보였다. 만약 형사들이 지금의 그 표정을 봤다면, 최소한 수갑이라도 꺼냈겠지만 이미 흥미를 잃은 그들은 상담사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생각난 것이 하나 있는데, 잠시 자리에 앉으시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실 문을 나온 두 형사는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멍한 얼굴인 상태로 차에 올라탔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말했는지 전부 잊어버릴 것이다. 커튼 너머로 경찰차가 부드럽게 큰 길로 빠져나가는 것을 본 융터르는 형사들이 타의로 알려준 정보를 곱씹었다. 그리 유용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중요한 사실 몇 가지는.
"노스페라투 호드님만 습격당한 것도 아니고, 이미 죽은 사람들도 있다....라. 유치장에도 일부 수감된 능력 보유자들이 있고. 설마."
불길한 예감이 융터르의 손끝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18. 이상한 놈 이야기 - 런닝맨(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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