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문제의 괴인을 등판시킬 예정입니다.
*실은 괴인 퇴치는 호드님이 적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압송출 전기반지 빵야빵야
노스페라투 호드는 새벽에 갑자기 울리는 알림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 시간에 무슨? 시계를 바라보니 5시 40분을 넘어가는 시점이었고, 그제서야 저 멀리서부터 해가 희뿌연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여느 때였다면 도로 잠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의 시선은 잠을 깨운 원흉인 핸드폰에서 떠나지 못했다. 불길한 기분을 느끼며, 아직도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점멸하는 화면에 불을 밝힌 그는 자신이 아직 잠에서 덜 깬 것은 아닌지 스스로 믿을 수 없었다.
[나 아직 안 죽었다. 당분간은 숨어지낸다. 공격한 놈은 등짝에 꿈틀거리는 걸 여러 개 등에 매달아 놨다. 자세한 건 불길 때문에 못 봤다. 그 놈은 말을 못하는 것 같다. 말 하는 놈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몇 번을 읽어보아도 동일한 내용. 발신자는 틀림없이 캘리칼리 데이비슨 본인이다. 호드의 입가에는 안도감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자연스럽게 편안한 웃음이 배여있었다. 하지만 그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 거의 2~3일이 지나서야 연락이 되었다는 것은 그로서도 회복에 전념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소리겠지.
이 반가운 생환 소식에 연신 안도감에 이마를 재차 쓸어넘기며 친구의 생환을 마음 속으로 기뻐할 때, 카르나르 융터르에게서도 메시지가 왔다.
[호드 님에게도 혹시 캘리칼리 데이비슨 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까?]
호드는 급하게 '네 저한테도 메시지가 왔습니다.' 라고 답장을 보냈다. 아마도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심정이었던 것이 아닐까. 메신저 너머로 그가 바로 읽었다는 신호와 동시에 제법 장문의 내용이 곧바로 올라왔다. 즐거운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은 왜 항상 한 쌍을 이루는 것일까. 상담사가 보내온 내용은 그의 들떴던 표정을 바로 가라앉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캘리칼리와 호드 그 자신도 이미 한 차례 당했었지만 이미 다른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습격을 당했다는 내용과, 최근 그 이틀 동안 그렇게 습격 당한 자들은 총 4명 정도인데, 전부 뇌가 사라진 채로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발견되었었다는 점이 특히나. 만약 형사가 당했었더라면 5번째 시체가 되어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리라.
호드가 그 내용을 마음에 담아두고자 몇 번이고 되뇌이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캘리칼리의 집에서 마주쳤던 형사의 번호였다.
-아, 아아! 깨어있으셨습니까? 실례합니다. 근데 좀 급한 사정인지라...
"방금, 일어났습니다."
-선생님도, 그, 그으... 그 개새끼가 보낸 문자! 받으셨지요?!
"그렇습니다. 형사님이,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그럼요!! 그 미친 놈의 새끼... 진짜 서로 복귀하면 반은 죽여버릴겁니다. 지금 줄 선지 오래니까 선생님도 얼른 서십쇼. 아, 아니지. 실은 그걸로 연락드리려던 것은 아니고...
형사의 들뜬 목소리는 이어서 당혹스러운 내용을 전달했다. 엊그제 기자 호드가 히어로 호드의 전투가 일어났던 현장에서 주웠다는 괴상한 끈의 정체. 그 감식 결과가 비로소 나왔다는 것이었다. 감정서 따위를 들고 있는 것인지 그 부분을 읽어주려던 형사의 목소리가 상식 너머의 결과를 마주했는지 당혹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끈 비스무리한 거 말입니다? ...그거... 근육이라는데요.
호드는 순간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육? 그건 사람 몸에 붙어있어야 하는 건데? 언제부터 근육이 수십미터 반경으로 뱀처럼 단독적으로 꾸물꾸물 움직이는 그런 신체의 구성요소가 된 것이지? 상식이라는 궤도를 이탈해도 너무 이탈한 그 결과에 전화 너머로 형사가 연거푸 여보세요? 하고 그를 부르는 것도 못 알아챌 정도였다.
"오, 죄송합니다. 결과가, 너무..."
-우리도 그래요. 아니 뭔, 근육이, 아니... 참... 거....
"혹시 DNA 결과, 그런 것도, 같이 있습니까?"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호드지만, 지금은 단서를 더 얻어야 했다.
여전히 그 괴상망측한 결과에 정신이 어딘가에 홀린 듯한 형사가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바로 답을 주었다.
-DNA... DNA....결과는 있는데, 이게... 이게 맞나...?
"왜 그러십니까?" 좀 전보다 형사의 목소리가 더 떨리고, 더 당황해하는 것이 느껴진 탓에 호드도 긴장했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하는데, 이게... 다양한 사람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경찰청 DB에 그래도 유사한 놈이 있는지 추가 검색중이랍니다. 이 부분은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형사는 '그럼 수고하십쇼' 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찬 물에 온 몸이 흠뻑 젖은 것처럼,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 속이 어지러울 정도로 정신없이 마구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 이미 죽은 사람들과 뒤섞인 DNA라는 정보는 누가 생각해도 이번 사건의 범인이 흡수, 혹은 그에 준하는 행동을 했음을 충분히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 목적은? 좀 전까지는 그저 한 가지의 가능성에 불과했던 능력의 강탈이 아닐까.
분명 캘리칼리 데이비슨 특유의 재생능력은 누구나라도 탐내기 좋은 것이다. 어느 면모로 보아도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 이 얼마나 메리트가 높은가? 같은 의미에서 자신을 노린 이유도 비행능력을 빼앗기 위함이라면.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는, 캘리칼리와 자신이 죽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날아다니면서 어지간한 공격은 무시할 수 있는 사람, 아니 그쯤되면 괴인이다.
그 저변에 깔린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놈은 사람을 죽였고 또 더 죽이려고 하고 있다. 창문을 연 호드는 이제 잠에서 깨어나는 도시를 내려보았다. 저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일상을 영위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소리. 그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안정감. 그러니 그것을 누군가가 훼손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았다. 화면에 빛이 들어오자마자 타자를 친 그는, 결연한 표정을 짓고 차가운 바람결에 발을 실어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20. 나쁜 놈 이야기 - 은둔자(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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