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또 나왔습니다. 분량조절 실패.
*진짜 간결하게 쓰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안되요.... 썸바리헬미
*망상글을 쓰면서 어지간하면 욕설을 사용하지는 말자, 이런 마음이었는데... 그게 조금 어렵구먼요. 욕설주의입니다.
사실 융터르는 학생이 원한다면 그 기억을 잊게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범인과 대면하고 싶다던 그 말이 묘한 울림이 되어 그럴 수 없었다. 타인의 복수심을 빼앗는 이 한없이 오만한 행위라니. 대신 약간의 최면을 걸어 스스로에게 너무 죄책감을 가지 않게끔만 했다. 그 나름대로의 배려로서. 그와 헤어진 학생은 멍한 얼굴로 자기 원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제의 가로등 아래에서 나왔다는 수상한 2인조. 그들이 어디서 나왔을지 유심히 살펴본 그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았지만 곧이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직 정보가 부족하군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애당초 학생도 줄 만한 정보가 얼마 없다고 했기에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 마음을 새삼 감추기 힘들었던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제법 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택시를 잡아탈 정도는 아닌 그런, 애매한 간격의 이 거리. 직감을 그리 믿지 않는 그이지만, 그 애매모호함에 어떤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다음 목적지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묘한 기시감이 들어 생각해보니, 첫 번째 희생자였던 교수가 습격당했던 곳과 거의 비슷한 환경이었다.
주위에 딱히 마땅한 상가도 없이 수목만이 우거져 그림자가 음침하게 드리워진 곳, 아마도 외곽으로 차량 정도나 오가는 목적인 것이 분명한 듯 인도도 없는 그런 길목. 그는 다시 목록을 꺼내 읽어보았다. 인근 주민들을 통한 탐문 결과 : 무연고자, 신체의 일부를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음, 인근 주민들에게 닥친 위협 정도만 나섰다고 함. 그러나 충격적인 외형으로 인해 알려짐.
캘리칼리를 습격한 괴한이 채찍처럼 뭔가를 휘둘렀다고 했는데, 무기로서 사용된 것이 신체부위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복수의 능력을 이식했다면, 이겠지만. 이곳에서는 탐문을 할래야 더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습격당했다는 현장에서 기시감을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다. 단순한 풍경의 탓만 하기에는, 어딘가 이전의 장소와 분명히 공통된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 직감이 뛰어난 형사였다면 이 흐릿하기만 한 기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줬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그는 다음 장소로 다시 이동했다.
다시 차를 타고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거리. 슬슬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그는 스마트폰 지도앱으로 주위를 한번 슥 둘러보았다. 다양한 규모의 공장들이 밀집해있는 공단이라. 스릴러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의 장소는 반드시라고 좋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의 배경 역할로 나오더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건이 여기서 발생되었고.
이제 겨우 사건 발생 후 사흘째인 공단은 임시로 업무를 중단하는 수준에 가까웠는지 작게 기계소리가 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기척은 거의 없었다. 세 번째 피해자가 근무했다는 공장에서 유난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태도를 취하며 담배를 뻑뻑 피우는 자만 제외한다면. 팔뚝에 찬 완장이 공장 관계자 중에서 제법 지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보였다. 융터르의 움직임에 긴장을 숨기지 않던 상대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기세가 되었던 것에 불만을 품었던 것인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마치 화투패라도 된 듯 내팽개치고는 발로 꾹꾹 밟으며 일어났다.
방문하기 전에 인터뷰 요청을 핑계로 전화했을 적, 유독 적대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보이던 상대가 있었는데 저 자였나? 상담사는 그 외양과 견주어보면서 속으로 납득했다. 상대가 감정을 전혀 숨기지도 않으며 띠꺼운 말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뭐야?"
"어제 인터뷰 관련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오늘은..."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상대가 가래침을 굵게 내뱉고는 말을 끊었다.
"니미 씨-팔! 어제 그걸로 죙일 지랄을 하던 새끼가 너였냐?"
"인터뷰 요청을 드리려던 차였고, 오늘은 그저 현장 답사 차원에서 내방한 것이라 말씀드리려던 차였습니다만."
"염병. 좆이나 까라 이 개새끼야! 그래놓고 나서 나한테 또 지랄할 거 아냐? 어 이 씨발놈의 새끼, 어?"
과할 정도의 거부반응이라. 이런 사람은 마치 꽉 차서 얼마 안 가 터질 물풍선 같은 사람임을 융터르는 알고 있다. 분명 저 자는, 사건 외적으로 피해자와 안 좋은 쪽으로 관련되어있을 것이다. 상식 이상의 괴력을 소유했었던 세번째 피해자는 불운하게도 지적능력에 이상이 있었다는, 그런 메모를 떠올린 그는 저 자가 저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이유를 쉽게 짐작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비웃음을 띄며 천천히 다가갔다.
"뭐, 뭐 이 육실할 새끼...! 왜, 왜 와!?" 공장 관계자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당신이...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 참 다행입니다.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아도 된다니."
"야, 야...이 씨발... 너 미쳤어?" 무겁게 울리는 융터르의 구두소리가 그에게 어떤 짐승의 위협소리라도 되는지, 벽에 등이 닿은 상대는 허장성세를 부렸다. 그럴수록 점차 공장 관계자에게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담사의 입가에는 웃음이 진해졌다.
문제의 현장 앞.
적이 어디서 나왔냐는 질문에, 꼭두각시같이 누군가가 위에서 들어올리는 것을 저항하지 못하는 듯한 손짓으로 공장장은 세번째 피해자가 발생한 곳을 가리켰다. 지난 두 사건과는 조금 다르게 주위에 공장들이 도열한 골목길이었다. 흔히들 용달트럭이라 부르는 1톤 짜리 트럭 하나가 겨우 오갈만한 너비의 좁은 차도와, 공장마다 높이 치솟은 담벼락, 그리고 그 사이의 비좁은 공간을 일정한 간격으로 아슬아슬하게 메꾼 가로등.
이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다른 이들과 같이 똑같이 한밤중에 습격당했다고 했으니 지난 두 현장과 이 곳 간의 공통점을 확인해야만 했다. 기껏 세뇌시킨 공장장은 피해자가 습격당할 때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미명 아래에 경찰에 신고한다던가 하는 도움은 전혀 없이 그저 도망쳤기에 유용한 정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공장장의 손가락이 거리를 가리킨다기보다는... 조금 더 아래로 향해있었다.
"똑바로 말해. 적이 저기서 나왔나?" 그 손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인 융터르가 당황한 마음에 답을 재촉했다.
"저...기... 저기서.... 괴물이..." 그의 세뇌에 문제가 없다면, 분명 멍한 표정의 공장장은 분명하게 지목하고 있었다.
거듭된 확답에 상담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저런 방법으로 돌아다닐 줄은 생각도 못하던 차였다. 설마 하수도의 괴물 같은 외국 괴담을 이렇게 구현할 줄이야. 그 손끝은 똑똑히 맨홀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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