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인데요, 실제로 '경찰장비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 이라는 이름의 대통령령이 있습니다. 저번 편에서 스치듯이 언급한, 10조 1항은 실제로 있는 내용입니다.
*궁금하시다고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위 규정을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호드님의 진심펀치를 쓰고 싶었습니다.
언제쯤 복귀할거냐는 부장의 타박 어린 전화를 끊은 노스페라투 호드는 캘리칼리 데이비슨으로부터, 그가 경찰서에 복귀했다는 내용의 답장을 겸한 메시지를 받았다. 얼핏 만사를 즉흥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는 교활한 면이 있는 만큼, 그 행보에도 어떤 의도가 있으리라 믿으며 히어로는 다시 리벤지 매치를 애가 닳도록 바라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카르나르 융터르에게서도 연락을 받았다. 4명의 피해자들이 각각 가지고 있던 능력들과 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상상 이상의 출현 방법에, 호드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하!' 하는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자신의 경우에도, 문제의 적이 공격을 감행한 장소가 골목길 위였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때는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하늘을 나는 자신을 공격하려면 가급적이면 높은 곳이 훨씬 유리했을 텐데, 라는 깨달음이 뒤이어 쫓아왔다. 그는 상대에게 자신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했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호드 님의 비행능력을 노린 것도 그런 이유라면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수도로만 다니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지하면, 제가, 싸우기, 힘듭니다." 사이비교단의 잔당과 벌였던 지하에서의 전투를 생각한 호드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제 억측입니다만...
이라며 말을 시작한 융터르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수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라도 그 공간이 제법 클 가능성이 높다는 것. 피해자들을 지상에서 납치 한 후, 지하에서 모종의 실험을 거치고 도로 지상으로 끄집어 올리더라도 그 과정을 감당한 만큼의 공간이 필요하는 점을 특히 역설한 것이다. 결국 호드의 전투스타일에 부담이 되지 않을 터이니 걱정말라는 소리. 날이 짧아져 순식간에 저무는 해를 보며 통화를 종료한 그는 그 리벤지매치가 조만간 다가올 것이라는 일종의 직감을 느꼈다.
겨우 8시 50분이 되어가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밤으로 분류되기 직전의 늦은 저녁에 호드는 멀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거리에서 숨 넘어가는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러니까 "살려줘!!" 라고 외치는 그런. 단 한번의 발구르기로 먼 거리를 뛰어오른 그는, 인적도 드문 비포장도로 위에서 예의 근육줄기로 공격을 당하는 중인 한 시민을 발견했다. 그의 눈에서 피어오른 번개가 순식간에 온 몸으로 타고 흐르는 것과 동시에, 그 징그러운 끈을 끊어버리며 히어로가 지상에 내려왔다.
목을 힘껏 졸렸던 것인지, 시민은 숨을 몰아쉬느라 꺽꺽 거리면서도 둘 사이를 바라보다 재빠르게 도망쳤고, 그 사냥감의 뒤를 놓치기 싫었는지 또 다른 공격이 적으로부터 날아왔다. 아니, 날아왔었다. 순식간에 뭔가가 타는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끈의 허리가 툭 떨어지며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더 이상은, 용납 못합니다."
"..." 호드의 손에서 평소보다 더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번개를 보고도 적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혹은 할 수 없거나.
"역시, 당신은 진짜, 본체가 아닙니다. 비겁한 놈"
적이 도망을 치려는 것인지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어쩌면 그를 더 안쪽으로 유인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4명은 죽였고, 더 파헤쳐본다면 그 이상을 죽였을지도 모르는자다. 처음으로 그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꺾어 쓰러트리고 싶었고, 뒤로 좀 더 주춤거리는 그림자가 견제하려는 듯 날리는 공격을 다시 한 번 끊어 낸 뒤 벼락처럼 내달렸다.
그와 발을 맞추듯, 그의 주먹 쥔 오른손이 마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환한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적의 안면에 꽂혔다. 살점이 타오르는 매캐한 냄새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괴인이 흙먼지를 온 몸에 잔뜩 묻힐 정도로 나뒹굴고 있었다. 그 밑으로 바닥이 진하게 쓸려있었다. 괴인이 재빠르게 일어나 주먹이 날아온 곳으로 다시 공격을 했지만 허무하리만치 소득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호드가 그 머리 위로 날아올랐으니.
종전과 마찬가지로 번개가 그의 양 손과 팔을 타고 흐르는가 싶더니 괴인의 머리 위로 폭우처럼 내리꽂혔다. 적도 가만히만 있으려하지 않고 등에 매달린 다른 끈으로 똑같이 대응하려 했으나, 호드의 공격은 그 것마저 따위로 만들어버렸다. 강력한 공격력에 비해 빈약한 방어력을 지닌 괴인의 몸은 군데군데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버렸고, 당연히 그 주요 공격수단인 근육 줄기다발도 진작에 불타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러나 괴인은 여전히 숨이 붙어있었다. 생명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호드가 문자 그대로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영웅에게 목을 붙잡힌 채 팔과 다리를 힘없이 버둥대는 괴인의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실험체에 불과하다는 듯, 오래된 흉터가 가득했고 성대라도 잘린 것인지 열린 입에서는 바람빠진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어떤 사람이었다는 듯, 허우적거리는 팔을 들어올려 어떤 손동작을 만들어냈다. 그의 눈 앞에서 굳은살 투성이로 거칠고 메마른 양 손바닥이 샤샥소리가 나도록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신호는 명백했다. 살려주세요.
호드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맹렬한 분노에 휘감긴 채 입을 열었다.
"당신도 살고 싶다, 이겁니까?"
괴인은 조금도 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축 처진 그 눈에 눈물이 맺혔다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연거푸 옅은 물줄기를 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여전히 손은 쉬지 않고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이 넷.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 넷 씩이나. 그럼에도 당신은 살고 싶다 이건가? 호드는 공포로 점철되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괴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난... 난 죽이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목을 쥔 손을 놓았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었는지 땅바닥에 무릎을 찍으며 떨어진 괴인은 제 목을 부여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호드에게 순순히 잡히기 위해 양 손을 내민 순간. 정확히 그 심장으로 들러붙듯 날아온 굵은 가시가 바람구멍을 만들었다.
당황한 호드가 그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자 음성변조가 심하게 들어간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곤란해. 원본이 우리를 배신했어."
"당신은, 누구지?"
"나. 두번째." 그리 말하는 새로운 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계적인 느낌이 가득한 마스크를 제외하면,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괴인과 똑닮은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호드는 현재까지 알려진 마지막 피해자가 분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저 놈은 자기 자신을 바탕으로 계속 실험하고 있었어.
스스로를 '두번째' 라고 소개한 괴인이 재갈이 물린 누군가의 사진을 호드의 앞에 던지면서 말했다.
"친구. 납치했다."
그 사진에는 카르나르 융터르가 얼굴에 피를 흘린채 의자 위에 묶인 채 기절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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