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라고 하니까 그 고타토닉스 생각이 났긴 한데 전혀 그 쪽이 아닙니다.
*그냥 사이버펑크 느낌 나는 마스크다 뭐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최근 마크 합방에서 선보였던 융터르님의 한무고로시가 너무 인상깊어, 능력과 관계없이 언변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아니 근데 거기서 고양이댄스가 내상을 씨게
*괴인의 외형이요? 어... 제 꼬라지를 베이스로 했습니다.
괴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좀 빠르군요. 지독한 하수도 특유의 오물냄새에 카르나르 융터르가 정신을 차리면서 든 생각이었다. 피를 흘렸었는지, 한 쪽 눈 위로 끈덕진 것이 굳어 들러 붙은지는 된 느낌이었고 점차 정신이 맑아질수록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이 강했다. 시야가 또렷해지자 기괴하기 짝이 없는 주위 환경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폐병원에서 주워온 느낌이 강하게 드는 녹슨 환자용 침대 위로 벌거벗은 사람들이 두 명 더 있었다. 그들의 몸에 온갖 생명유지장치나 링거 따위가 들러붙은 것이 누가보더라도 실험체라는 느낌이 강했고, 그 얼굴을 자세히 보면 똑 닮아있었다. 경악스러운 광경이었지만 분신이라는 능력을 이런식으로도 활용하는건가 싶어, 융터르는 오히려 놀라움을 애써 감추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이런식으로 쓰는 광기라니.
"일어났나?" 기계음보다는 더 자연스럽지만 여전히 고장난 레코드판에서 재생되는 듯 어딘가 깨지고 튀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하, 이런. 눈치 채셨습니까?" 융터르는 그답지 않게 실실 웃으며 답했다.
"얌전히 있어. 넌 인질."
"아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는데... 이럴 때는 자기소개를 하는게 예의라고 하던데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겨우 돌리자,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들과 똑같은 얼굴이 때가 덕지덕지 묻은 실험복을 입은 채 뭔가의 시약을 넣거나 젓거나 가열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융터르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그 남자가 들고 있던 플라스크 따위를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말했다.
"난. 세번째."
융터르의 머리가 전에 없이 팽팽하게 돌아가며, 논리적인 단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결론을 내기 시작했다. 저 침대 위에 있는 분신들은 그러면 네번째와 다섯번째인가? 본인을 세번째라 소개했으니, 기존에 사람들을 습격했다는 2인조는 그러면 아마 첫번째와 두번째일 것이다. 물론 원본이 첫번째겠지. 스스로를 쪼개가며 실험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는 행동은 완벽하게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경지에 오른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들게 하였다.
자신을 세번째라 소개한 분신이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넌, 인질. 가만히 있어."
"아아... 당신이 저를 납치한 것, 이었군요?"
"아니, 그건 두번째. 첫번째가 배신했다. 넌 그 대책."
"배신..? 전부 똑같은 당신이 아닙니까?" 그 질문에 세번째가 고개를 저으며 바로 답했다.
"두번째도, 첫번째도, 전부 열등품."
세번째가 어눌한 말투로 간단히 설명했다. 자기 자신을 쪼갤 수록 더 나아지기 때문에, 세번째인 자신은 두번째와 첫번째에게 명령할 수 있다고. 또한 저기 누워있는 네번째와 다섯번째가 눈을 뜨면 자신이 그들에 비해 더 열등하기 때문에 그 둘의 명령을 기꺼이 따를 것이라고. 자기 자신을 철저히 서열로 나눈다니, 군대인가?
융터르는 내심 어처구니없어 실소를 흘렸다. 어쩐지 이 얼빠진 과학자는 자신의 업적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심리상담가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절 납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지요."
"넌, 값어치 없어. 네 친구를 유인."
"아하. 제가 이래뵈도 좀 그 쪽 방면으로 친구가 많은지라. 어느 친구를 원하시는지?"
"비행."
그에게 다행스럽게도 놈은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친구인 것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호드를 노리고 자신을 납치했다는 점은 제법 의미심장했다. 히어로 슈트 차림의 그와, 기자로서 활동하는 그는 인상이 달라도 너무 다른데 용케 거기서 자신을 연관짓다니. 하지만 역시나 이 범인 너무나 허술하다.
자신의 능력을 알았다면 아마도 첫번째 피해자나 그에 근하는 수준으로 이미 일찌감치 사라졌을텐데. 악당의 관점에서 더없이 훌륭한 자신의 능력을 못 알아보고, 고작 호드를 유인하기 위해 납치했다는 사실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웃겼기 때문이다. 결국 저 자도 심도있게 알아보고 납치했다기 보다는 그저 세간에 알려진 사람들만을 납치하고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는, 이 어이가 없는 허당이라니.
그러나 내면의 폭소를 철저히 가리고 겁먹은 투로 융터르는 조심스럽게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혹시 사람들을 습격한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되고 싶었다."
"무엇을...?"
"더 우월한 사람."
어딘가 열망이 느껴지는 것과 달리 그 자신 만큼이나 대책없고 어이도 없으며, 터무니라고는 전혀 없는 쓸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릇 사기를 치려면 비언어적 행동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법. 물론 속으로는 자기자신을 쪼개더니 제 정신도 쪼개버렸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뻔뻔하게도 "정말로 궁금합니다. 꼭 알려주세요." 라는 표정으로 심층 의식을 덮어버린 상담가가 세번째를 바라보았다. 과연 원본이 자기 어필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거나, 쉽게 말해 관종이었던 것인지 그 예상은 허무할 정도로 들어맞았다. 굳이 물어본 적도 없었던 자신의 능력을 포함해서 구구절절 말해주었으니까.
그 일식 이후, 원본은 사람의 기본 3대 욕구라 불리는 것들 보다도 더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는 그 욕망을 '탐구욕'이라 불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호기심을 사로잡는 것을 해결하면 그걸로 충분했지만, 점차 더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만물에 대해 파헤치지 않으면 그것에 이미 매몰되어버린 정신이 다른 행동 일체를 전부 거절해버렸다. 이내 곧, 그는 자신의 삶이 파탄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의 호기심은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서 벗어나 더욱 위험한 곳까지 자신을 몰고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방황하던 눈으로 바라보았던 어떤 사람. 지각이라며 중얼거리더니 사람들 사이로 뛰어들었는데도 오히려 전부 뚫고가던 그 사람. 그는 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어떤 설명도 없이 깨달았다. 더 알고 싶다. 더더욱 많이 알고 나면 더 우월한 사람이 될 것이다.
분신 능력을 지닌 자를 낱낱히 파헤치고 난 뒤, 그의 실험은 더 정교해지고 그만큼 훨씬 나은 결과를 갖게 되었다. '원본'은 그 결과에 반발했지만. 억지로 다른 능력들을 가진 그는 자신보다 더욱 우월한 '두번째'를 만들어 냈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상위호환임을 알 수있어도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 했다. 두번째가 원본에 비해 열등한 것은 유일하게 언어적인 능력이었으므로, 그 차이마저 인정할 수 없었던 두번째가 원본의 혀를 자름으로서 앞으로의 진화를 열등한 종자에게 순응시켰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괴인 '세번째'의 정신을 차갑게 만드는 말이 인질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쩔 수 없었다."
"아, 그 어처구니도 없는 우월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네 처지. 몰라?" 딴에는 화를 내는건지 괴인의 억양이 조금은 자연스럽게 열기를 띄고 있었다.
"아뇨, 잘 알죠. 착해빠져서 괴인은 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히어로의 친구, 그게 접니다."
융터르의 비웃음이 섞인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세번째가 다시 말하라고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지축을 뒤틀어버릴듯 몸이 흔들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진동과 따뜻한 햇빛이 자그마한 원을 그리며 하수도에 닿아있었다. 그리고 그 빛을 등지고 한 남성의 그림자가 등 뒤로 두른 망토의 잘게 펄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려왔다.
감정이 완전히는 없는 것이 아니었는지 당황한 듯 세번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근처에 검은 얼룩이 심하게 묻어있는 덩어리가 하나 떨어져있었다. 여전히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살아있는 그것은 세번째의 얼굴과 완전히 똑같았다.
노스페라투 호드가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법한, 격한 분노가 새어나오는 목소리로 세번째에게 말했다.
"드디어 따라잡았습니다. 이 비겁한 놈."
-25. The bad meets The good(1)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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