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 역시 읽기는 재밌고 쓰기는 힘듭니다. 닷씨는 안하게쏘.
*그러나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말이 다 있잖습니까? 제 탓이다 이거죠.
도시 외곽, 북동쪽 공단에 위치한 모 회사 소속 화학공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마에 휩싸였다는 소식은 캘리칼리 데이비슨을 제외한 모든 경찰들에게도 충분히 긴장할 만한 소식이었다. 그 현장에서 최근 사건의 용의자 물망에 올랐던 노스페라투 호드의 등장도 그 긴장감에 한 몫을 더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수사에 따라 호드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는 방향성이 잡히긴 하였지만. 아침이 되자마자 특보랍시고 떠들어대는 뉴스는 늘 그렇듯 딱히 수확이랄만한 것도 없었다.
"이야, 간도 크다. 까딱하다가 잘못하면 범인 의심 받기 좋았을텐데."
"사람들 구조했다며?"
"XX일보는 그래도 까는구나. 징하다. 응."
동료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캘리칼리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이 호드에게 있어서 최근 쌓였던 악명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으로 잠깐 본 영상이나 뉴스들의 댓글은 호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전보다는 비난이 덜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자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혼잣말을 한 그는 품에서 메모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냈다. XX일보 사회부 부장에게서 강탈(?)한 손글씨가 적혀있는 메모지. 그의 직감이 맹렬하게 외치고 있었다. 조만간 놈이 또 자신의 흔적을 남길 것이라는 예감. 그때까지는 놈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효하고도 가장 중요한 증거품을 다시 안주머니에 쑤셔넣고 자기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팀장이 틀어놓으라 한 뉴스는 여전히 화재사고 현장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어리바리한 신참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연거푸 '네, 네' 소리를 내더니 팀장에게 곧장 가서 말했다. 그 목소리가 제법 컸다.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화재조사관이 봤을 때는 이거 방화랍니다."
"아잇 씨... 야, 그럼 우리가 이거 사건 받으래?"
"가장 가까운 경찰서가 저희라 일단 초동수사를 담당해달랍니다."
곳곳에서 그 말에 불만을 어필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놈의 도시는 뭐만 하면 사건사고가 쉬질 않고 터지냐같은 소리. 부하들이 태업을 지망하는 태도에 팀장이 윽박지르고 난 뒤에야 사람들이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매캐한 냄새가 아직도 들숨과 날숨사이로 치고들어오는 현장에, 캘리칼리를 위시한 형사들은 여기서 고작 사망자가 셋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믿을 수 없어라했다. 발화 가능성이 높은, 유독성물질을 다루는 이 화학공장에 불을 지른 놈도 미친 놈이고, 그 아수라장에서 사람을 구하겠다고 몸을 날린 노스페라투 호드도 미친 놈 아니냐며 저들끼리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적으로는 캘리칼리도 그 소리에 전적으로 동의하던 참이다. 자신처럼 금방 회복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물며 자신도 화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의 이틀을 꼬박 날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저 혼자 딴 생각하던 사이에 소방관 특유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팀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연락드린 화재조사관입니다."
"XX서 강력 1팀 팀장입니다. 여기... 방화로 추정된다고요?" 팀장이 손을 맞잡으며 자신도 소개했다.
"말씀드린대롭니다. 공장 내에 그, 폐기 예정이라 미리 쌓아 둔 곳곳에서 인공적인 발화점이 발견되었거든요."
조사관이 혹여나 현장이 훼손될까봐, 레이저포인트를 주머니에서 꺼내 다른 곳과 조금 다른 그을음 자국을 가리켰다. 확실히 이쪽 전문가가 알려주는 그 자국은 쓸리듯이 번져있는 다른 곳과 다르게 작고 동그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조사관의 레이저 포인트가 "그리고 이쪽"이라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레 움직였다.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가느다란 실선의 흔적.
"이거, 도화선입니까?" 팀장이 현장의 모든 경찰들의 궁금증을 대신해서 물었다.
"네. 아무래도 여기에 적재되어있던 것들이 불에 닿으면 금방 타는 종류의 폐기물이었던 모양입니다. 범인이 이걸 알고 있던 모양인지 도화선을 설치해서 방화를 저지른 걸로 보입니다."
그 외에도 공장 관리측에서 제공한 도면을 보며 움직이는 일행들은 단순한 화재사고가 아니라 확실한 방화사건임을 깨달았다. 공장 내부에 관계자가 아니면 모를 만한, 가열에 취약한 폐기물이나 특수 용액들이 적재되어있는 곳곳마다 비슷한 흔적들이 보이는 것이 그 증거였다. 팀장은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면서 공장 관리자 쪽에 CCTV를 확보하라며 가장 어리바리한 신참과 그 사수에게 먼저 외치고는 남은 사람들과 초동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덩치가 큰 캘리칼리의 역할은 요사이 특종에 굶주린 기자들이 현장에 들이닥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그 큰 키와 덩치로 한번 윽박질러주면 어지간한 담력이 없고서야 감히 덤비지 못하곤 했으니까. 지금도, 얼타는 순경들과 함께 폴리스라인을 친 그 앞에서 인상을 한번 팍 써주면 막나가는 놈이 아니고서야 순순히 협조해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스마트폰이 전화가 왔다며 진동을 울렸다. 발신자가 나쁜 놈이라고 적혀있는 걸 본 그는 곁에 있던 동료에게 절대 들여보내지 말라며 부탁 겸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떴다.
"전화 받았네. 뭔가?"
-호드 님이 진범을 만났습니다.
"젠장. 놈이 현장에 있었나? 인상착의 같은 건?"
-평범한 인상인데 흰색의 플라스틱으로 된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일부러 늘어트리는 말투였다고 합니다.
더불어, 보디가드랍시고 가짜 호드와 싸움을 붙여놓고는 그 사이에 호드를 부추겨서 가짜를 죽이게 하려고 했다는 점까지 듣고난 형사는 그 불쾌감에 얼굴을 마구 구겼다. 그 긴 말을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끝까지 들은 후에야 겨우 그가 다시 말했다.
"호두를 진정한 히어로로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 순 개소리아냐?"
-개소리죠. 하지만 본인 딴에는 진심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됐네, 됐어. 난 그런 괴상한 소리 늘어놓는 쪽의 정신머리를 이해하는 취미 없네."
그렇게 툭 전화를 끊고 도로 맡았던 자리로 돌아오니 굉장히 시끄러웠다. 무작정 밀고 들어가려는 기자들에 맞서 순경들이 맨몸으로 막아내는 광경이라니. 이번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인내심이 유독 짧아진 캘리칼리의 이마에 힘줄이 선명하게 맺히며, 그 모든 소란을 순식간에 잠재울 만큼 어마어마한 고함소리가 형사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특히 전면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기자들이 그 박력에 움찔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큰 키와 그에 걸맞는 덩치가 안 그래도 위협적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극대노한 상황에서 맞설만한 깡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에서 불길이 이는 형사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며, 무뢰배나 다를 바 없는 자들에게 조금 전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보시지."
"야, 야 진정해라 야. 너 지금 너무 빡쳤어 임마." 옆에서 동료 형사가 한사코 말렸다.
캘리칼리의 팔뚝을 부여잡으면서 뒤로 몇 발자국 간신히 이끈 동료가 금방이라도 기자들을 잡아먹을 기세인 그에게 상황설명을 하였다. 기자들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웅성웅성거리던 사이로 누군가가 "경찰이 지금 알 권리 침해하는건가요오?"라는 어딘가 일부러 늘어지는 말소리가 난 이후, 이런 몸싸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놈이 왔었나! 캘리칼리가 이를 뿌득 갈고는 동료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소란이 일어난거야?"
"방금 전. 한 5분도 안 되었어."
"나 없는 사이에 누가 들어오거나 했나?"
"들여보냈다가 너한테 죽으라고?"
걱정말라는 동료의 말에 복잡해진 머리를 한껏 절레절레 저은 그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 놈이 왜 이 곳에 얼쩡거린걸까. 기자들을 부추겨서 혼란을 만들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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