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쫄리면 또 나오는 융터르 인질 포지션 떴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 양반 능력을 너무 세게 잡은 거 같아요.
*처음에는 호드님 밸런스가 너무 오버 아닌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막상 융터르님이 밸런스 잡기 더 어려워유.
늦은 오후, 호드와의 전화를 끊은 상담사는 작게 웃었다. 뭐 별 수 없지 않은가. 캘리칼리 데이비슨처럼 공권력을 빌리지도 못하며, 노스페라투 호드와 같은 전지전능 수준의 힘을 부릴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하는 법이거늘. 그래서 그는 곧바로 이전의 악플러 셋에게 당장 호드의 기사에 악플을 관두고 자신과의 통화내역도 지우라고 말한 다음 한숨을 쉬었다. 이제서야. 형사의 훌륭한 표현력을 빌려, 그 가면을 쓴 변태가 호드를 괴롭힌 지 시간이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반격할 차례가 다가왔다는 점이 그로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니 기다린 만큼 그 뻔뻔한 낯짝에 주먹 한 방으로는 아쉽다. 카르나르 융터르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한 발자국 더 나서서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이 모든 보상은 오롯이 지금껏 고통받은 노스페라투 호드가 원하는 만큼 행해져야 한다. 어쩌면 자신의 몫이 그 이후로도 생길지 모를 터이니까. 그리고 그 호드가 전력으로 내지르는 펀치는 또 얼마나 아픈가. 문득 그 고통을 다시 떠올린 상담사는 저도 모르게 정수리에 손이 올라갈 뻔했다.
"그나저나, 기자들도 꽤나 태세전환이 빠르군. 벌써부터 우호적인 기사를 쓰다니."
예의주시하던 XX일보의 인터넷판 기사는 같은 회사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그 전날에 올라온 것과 온도 차이가 극명했다. 그 내용을 읽다보면 진심으로 원래는 이렇게 쓰고 싶었다라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눈치가 보여서 좋게 쓰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 필요한 건 히어로 호드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의 형성이니까.
그 급작스러운 변화에 비단 그 3인방이 아니더라도 강도높은 악플을 달던 사람들이 당황했는지 변절했네 어쩌네 하는 치졸한 발악을 펼쳤지만, 이제 여론은 그들의 편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SNS상에서도 더 이상 영웅을 어떤 조롱거리로 삼지 않았고, 특히나 지난 화학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건 때의 행보가 뒤늦게 소문을 탄 것도 한 몫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니 그런 그가 솔선해서 행하는 헌신을 더 이상 놀림거리로 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상담사의 드문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슬슬 그 변태 놈이 올텐데."
그가 문득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올 것인가? 호드에 대한 뒤틀린 짝사랑을 표시했으니 그에게?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애정(?)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도 뒤늦게 경찰에게? 곰곰히 생각하던 그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 그 밖에 들을 수 없는, 아주 강렬한 내면의 소리가 세상의 온갖 것들에게 용서하지 못한다며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었다.
융터르는 재빠르게 호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위험에 처했다 싶을 때 바로 와달라며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켜두었다. 실시간으로 그가 들을 수 있게끔. 그러면서 암막커튼을 살짝 걷어 상담실로 올 수 있는 골목을 노려보았다.
저 멀리서부터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덩치가 호드와 견줄 만큼 큰 남성과, 그보다 훨씬 작고 가면을 쓴 남성이.
상담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리고, 어두운 공간 안으로 빛이 조금씩 침식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역광을 받아 그 정체를 숨기려는 듯 했지만, 정작 그 주인이 "어째서어어어!!!" 라는 괴악할 정도의 비명을 지르며 상담사에게 돌진하듯 다가왔다.
"아, 오셨습니까? 연락도 없이 오시다니."
"어째서!! 제가 부탁한 대로 하지 않은 겁니까? 왜? 왜??"
"아하, 그 문제라면 추후에 다시 상담해드릴터이니 일정을 잡아 드릴까요?"
융터르의 목소리에는 상대방을 향한 한없는 비아냥이 은근히 깔려있었고, 가면을 쓴 변태도 그 뉘앙스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일부러 웃는 듯 작고 가늘게 낸 눈구멍 사이로, 범인의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제법 멀찍이 떨어져있는데도 보일정도로 상대방이 당황과 분노를 담아 다시 상담사에게 따졌다.
"당신,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까?"
"그럼. 듣고 싶어도 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데 들을 이유가 있나?"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기는... 눈치껏 알아서 잘, 요령껏 딱부러지게 듣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곧 상대방은 융터르가 어째서 자신의 암시에 걸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생각하는 티를 역력하게 드러냈다. 그런 일은 처음인 것인지 여차하면 곧바로 달려들 것처럼 구는 따까리에게 가만 있으라는 윽박지름과 함께. 그 어색한 시간 동안, 융터르는 저 따까리의 몸이 호드와는 비슷하면서도 또 어딘가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같은 운동 보조식품을 과하게 사용한 보디빌더의 몸이 떠오르는 덩치.
"실례가 아니라면, 저 동행 분의 몸은 원래 저런 상태가 아니셨나보군."
"알게 뭐야! 아직도 부작용이 심해서 미치겠는데, 너 지금 누구 속 뒤집어 놓냐?"
"아하, 부작용이라.... 최근에 무슨 시술이라도 받았나? 아니면, 약?"
"말해줄 이유는 없어!"
상담사의 눈초리가 가늘게 변했다. 가짜 호드가 괴력을 지녔다는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비슷한 능력은 있을지언정, 동일한 능력은 없다는 것을 지난 몇 차례의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저 가짜 호드에게서 풍겨져오는 위화감이 더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뭔가 저 민감하게 구는 반응도 어떤 힌트가 될 것 같은데.
한편 자신의 능력이 처음으로 먹히지 않은 것인지 가면 변태는 제 머리를 연거푸 쥐어뜯고 마구 흔들면서 이럴 수는 없다고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유치하긴. 아마 저런 성정으로 미루어보건데, 저 자는 분명 자신을 인질로 잡을 것이라고 상담사는 짐작했다. 지난번에 이어서 또 인질인가?
지난번. 그 단어에 이르자 융터르는 순식간에 어떤 기억을 떠올렸다. 괴인. 무고한 사람 넷을 습격했던 그 놈때문에 목숨을 달리한 피해자중에는 괴력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원하는 영웅님을 만들고 싶어서 그런 더러운 곳에도 직접 행차 하셨나?"
"개소리 하지마! 누가 그 딴 행위를 한다고 그래! 난, 나는 오히려어어!!"
"안 하셨다?"
"내가 그 끔찍한 걸 막아 냈는데... 호드 님은 날 안 봐주셔... 칭찬도 하지 않아.... 왜?"
"글쎄,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면 말이지. 생각을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상담사의 그 비아냥이 가면을 쓴 남자에게는 뼈아팠는지 그가 씩씩 거리다가 따까리에게 "저 새끼 잡아!!" 라며 명령을 내렸다. 그때.
"당신이, 저지른 행위, 이제는 다 압니다. 이 살인자."
라는 소리와 함께 상담실의 창문이 깨지고 노스페라투 호드가 눈에서 번개를 피우며 두 침입자를 노려보았다.
49.The good meets the bad(3)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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