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멘존쎄 호드님 등판하실 시간입니다.
*사실 저번 합방때 바로 도파민 박사님께 복수하는거 보고 '야 이 인간도 기 한 번 세구나'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멤은 역시 고멤인가봐요.
*그리고 그런 고멤을 멘존약 취급해버린 나는 일단 죽는걸로.
부장실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심장이 덜컥 뛰었다가 도로 내려앉는 경험을 연거푸 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누가 혼나고 있는지 "너 미쳤어?!"라는 고함이 연거푸 들려오고 있었다. 요근래 부장의 입맛대로 기사를 작성한답시고 모여있던 기자들은 곧 누군가가 이 자리에 없는지 눈치챘다.
"호드 씨... 지금 혼나는거야?"
"그런가봐요, 살짝 엿듣고는 말았는데 지금 그 히어로 호드 관련 기사가지고 혼나시는 모양이에요."
"혼날게 뭐가... 잠깐만, 지금 부장이 하라는대로 하는게 아니라 설마."
"그 설마인가 본데...?"
삼삼오오 떠들던 기자들이 각자 자기 자리로 달려가서 곧 호드가 작성한 가장 최신 기사를 보았고, 곧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워딩이 세도 너무 셌다. 거의 부장이 내놓은 기사를 노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건 숫제 경쟁 신문사가 낼 법한 반박기사 정도였다.
그것만 뺀다고 하면, 참 좋은 기사인데. 어느 자리에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속으로는 동감하고 있었다. 부장이 쓴 것은 하나같이 문장들이 좋기는 한데 그걸 빼고 보면 숫제 음모론을 그럴싸하게 갖다 붙인 수준이었고, 노스페라투 호드가 쓴 기사는 필력이야 고만고만하다지만 뒷받침 할 만한 증거들이 제법 꼼꼼하게 갖춰진 진또배기였으니까. 비교를 할 건덕지도 없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다른 부가 쓴 것도 아니고 바로 손윗사람이 쓴 글을 대놓고 까내리는 행위라니, 저렇게 길길이 날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상명하복이 엄격한 이 바닥에서 그런 행위는 간단히 말해 하극상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업계의 패륜과도 같은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정작 태연한 얼굴로 부장실을 막 나오더니, 취재를 나간다며 외투나 가방 따위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기자 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호, 호드 씨, 혹시 부장이 뭐라고 했어?"
"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쓰고 싶은대로, 쓰라고, 하셨습니다."
"예?"
용기내서 질문을 한 동료가 그 답에 놀라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저 완고함의 상징과도 같은 부장이 부하의 반란을 허락해준다고?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황급히 부장실로 쳐들어가다시피하였고, 호드가 사무실을 떠날 쯤에는 "부장이 미쳤나봐!" 라는 비명 섞인 목소리가 그 공간을 떠들썩하게 메웠다.
"제보자라고, 했는데, 곧바로, 세뇌를,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호드 님도 내심 속 시원해 하신 것, 다 티 납니다. 제 탓만 하시다니... 이거 좀 서운하군요.
"하하, 들켰습니까?"
신문사 건물을 나오면서 호드는 끊어지지 않은 카르나르 융터르와의 전화를 웃음기를 섞어가다 종료했다. 일일이 그의 행동에 딴죽을 거는 것도 지쳤거니와, 호드 개인적인 입장에서 부장의 기사가 너무 꼴도 보기 싫었던 탓도 있었으니까. 그건 둘째치더라도 이제 그 가면을 쓴 악질 사생팬에게 반격을 할 시간이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그가 몸담고 있는 신문사를 통해 대중을 선동했다면, 이제는 그가 자신의 기사로 놈에게 반격을 하기로 했다.
예를 들자면,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기죽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다. 기존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는 악플이 정신적으로 감당키 어려웠었지만, 지금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믿자고 결심했다. 사생팬이 싸지른 빅엿 때문이라고. 그 놈이 이 난장판만 만들지 않았어도 자신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고, 그 놈이 원하는대로 자신이 위축되어버리는 것은 그 변태가 원하는 바라고.
그래서 결심한 것이다. 놈에게 휘둘리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기 죽을 이유는 전혀 없으니, 뻔뻔하게 행동하자고. 자신이 하는 선행을 기사로 계속 쓰고 그걸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자. 어차피 이전에도 자신이 주로 히어로 호드의 기사를 써왔으니 문제 될 부분은 없기에. 다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고 하면.
-혹여나 그 악플러들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그건 제게 맡겨주시죠.
"어차피, 또 세뇌 하실 것, 아닙니까?"
-흠, 이제 제 밑천도 다 바닥이 났군요. 그래도 완전히 세뇌한다, 뭐 이런 수준까지는 아닙니다만. 생각에 전환을 할 수 있는, 그 일련의 기회를 준다라는 것이지요.
수화기 너머로 융터르의 궤변을 듣고 있자니, 어딘가 설득 될 것 같은 마음에 호드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익숙함이랄지 편안함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정겨운 감각이 돌아오면서 점차 좋지 않았던 여론이나 악플에 수축되어있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당장 내 앞에 큰 일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뒤돌아서 보면 별것 아니었다더라는 그 기분을 느낀 그는 어쨌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삶이 평온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한들 무시했으면 그만이었다는, 어떤 면에서 자아비판을 하고 있던 그에게 곧 전화가 왔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다.
"전화 받았습니다."
-어이, 호두. 지금 전화 가능한가?
"가능, 합니다."
-그래, 혹시 우리 예-전에 그, 괴인 사건. 기억나나?
형사의 그 말에 호드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을 여러번 쪼개고 다른 사람들을 죽여서 입에 담지도 못할 그 실험을 하던 미치광이는 왜 갑자기 형사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형사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진중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는, 어떤 불길한 예감마저 들고 있었다.
-결론부터 바로 말하지. 추락사 현장, 그러니까 두번째 피해자가 그 괴인 사건의 관계자였네.
"네?"
-자네도 이전에 한 번 건드려봤다가 별 소득이 없어 손 뗐었던, 그 망할 놈의 배후 말일세. 그게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였다-이 말일세.
"오, 이런."
확실히 그 괴인 사건은 막상 범인이 붙잡혔지만 일반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었기에 후속취재를 강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누가 그 괴인에게 실험과 생활의 기반을 갖출 수 있게끔 도와줬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손을 떼었는데, 거기서 갑자기 연관이 될 줄이야.
그러자 호드의 머리 속에서 소위 가짜 호드가 떠올랐다. 설마 본인의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그 끔찍한 실험의 산물일 줄은. 형사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 두 번째 피해자, 모 제약회사의 간부더라고. 근데 이 양반이 꿍꿍이가 있었던게지. 자신이 후원하는 그 미친 놈의 연구를 이용해서, 뭐 말하자면 초인이 되는 약 같은 것을 만들려고 한거야.
"그러면, 그가, 죽은 이유는, 설마?"
-그 설마가 사람 잡은 것 같네. 자네가 한 때 놈의 타겟이 되었던 적이 있었잖나? 이 가면 변태놈이 그걸 어떻게 안건지 나름의 복수를 한 셈이라고 보네. 지금으로선.
어처구니가 없어, 호드가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자신의 팬이라고 주장한 것이 맞단 말인가? 히어로 호드의 생명을 노렸기에 그에 대한 응분으로 죽였다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전혀 고맙지가 않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시 신문사로 돌아오니 분위기가 오전과 비교하면 정반대였다. 동료들의 얼굴이 싱글벙글한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호드가 한 사람에게 넌지시 "무슨일, 있습니까?" 라며 묻자 동료가 웃음기를 감추지 않고 바로 답해주었다.
"아니, 부장이 말이에요. 호드가 뭐 선행을 하나 하면 막 지가 뭔데 이러면서 깠잖아요. 최근에는 그게 더 심했고."
"그랬습니다."
"히어로 호드의 선행 기사 쓰고 싶어도 부장이 지랄을 하지, 악행이랍시고 억까하는 기사를 쓰자니 죽을 맛이니 그랬는데, 이젠 눈치 안 봐도 된다잖아요."
그러면서 턱짓으로 부장실을 가리킨다. 기자는 속으로 얼마나 세뇌가 세게 걸렸으면 저럴까 싶어 조용히 끄덕이고는, 감기기운에 걸린 것 같다며 먼저 퇴근하겠다고 나섰다. 감기기운도 뭣도 아니지만, 동료들이 저렇게 신나서 기사를 쓰는 걸 보아하니 굳이 자신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드디어 일이 풀린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던 그에게 전화가 왔다. 상담사의 번호라니. 곧바로 받았지만 발걸음이 바로 멈췄다. 그의 수신을 확인한 것인지, 긴장한 목소리의 상대방이 곧바로 말했다.
-놈이 오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전화를 끊지 마시고, 제가 위험에 빠졌다 싶을 때 바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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