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존에 작성했던, Tell me what you want.의 사잇글입니다.
2. 왜 갑자기 쓰냐고요? 진짜 멋있는 대천사융 그림을 교환받았는데 제 글이 그걸 못 살렸거든요.
3. 분하다! 그래서 다시 씁니다. 나름의 A/S 라고 생각해주심씨오...
4. DC 드라마의 그 루시퍼가 모티브인 만큼, 융터르는 아메나디엘을 생각했습니다만 날개색은 흰색으로 하겠읍니다.
스스로를 캘리칼리 데이비슨이라 자칭하는 남자는 씩 웃었다. 딱히 마음에 차지 않는 클럽에서 이토록 즐거운 일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던 그에게 스스로를 형사라 밝힌 친구는 자신이 아는 그 어떤 존재들보다도 놀리는 맛이 정말로 좋았으니. 예를 들자면 지금도. 이 별볼일 없는 클럽이 알고보니 일대의 마약을 책임지는 일종의 허브와도 같은 곳인 것도 정말이지 흥미진진한데, 그들의 판매책이 되어줄 생각이 없음을 피력하자 곧장 무기를 꺼내는 모습이라니. 물론 형사는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품에 있는 그 알량한 권총 따위를 어떻게 해야 잘 써먹을 수 있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맡은 바에 따라 성실하게 지키려는 남자라. 이런 친구에게 자신이 아무리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나중에 맛볼 즐거움으로 미뤄둔 채, 여전히 싱글거리며 아무렇게나 엮어 문장을 즉흥적으로 내뱉던 그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꺼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위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달리 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친구 덕분에. 모든 것이 멈춰, 어떤 소리도 날 수 없는 지금 이 장소에 뚜벅거리는 구둣발소리가 그래서 더욱 선명하고 크게 들렸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그 등 뒤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그저 오래된 악우의 도착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드디어 회개하신 줄 알았습니다만."
정중하고 중후한 목소리 사이로 빈정거리는 투를 숨기지 않는 대천사가 지하실의 유일한 입구로 들어와 여섯 장의 날개를 접고 모든 것이 멈춘 이 장소를 힐끗 둘러보았다. 아무리 외모로 사람을 따지면 안된다지만, 이미 험악한 세계에 속한지 오래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총을 캘리칼리 데이비슨에게—
"아니, 아니군요. 당신이 배려라는 것을 할 줄도 아셨습니까?"
새카맣고 고급진 정장을 입은 그와 달리, 새하얀 정장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받혀입은 목폴라티의 천사는 지하실에 떠도는 먼지가 그 옷 위로 닿을까 손짓을 하며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인상깊은 덩치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던 한 인간을 힐끔 바라보았다. 누가 보더라도 불리한 처지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저들에게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춘 사람이.
그제서야 악우와 새로 사귄 친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유들유들한 어조로 능청스럽게 말을 하였다.
"이봐, 생각해보라고! 내 새 친구에게 못 볼 꼴을 보여주면 쓰겠나?"
"당신이라면 그것 마저도 없던 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텐데요."
"그건…, 그건 나중의 일이 될 걸세. 난 맛있는 건 늦게 먹는 스타일이거든. 그러니 이번에는 좀 자네의 그 힘을 빌리자고. 응? 융터르."
캘리칼리의 그 요청에 이름의 일부가 불린 천사는 마뜩찮아하는 얼굴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이 공간을 만든 주모자 격인 인물 근처에서 가장 어리버리하게 생긴 말단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굳어버려 움직이지 못해야 할 말단의 입이 슬며시 열리고, 그 안에서 희뿌연한 연기 비슷한 것이 융터르의 손 위로, 그리고 곧 그 반대편의 손에 쥐어져있던 저울에 올라왔다. 연기가 있는 쪽의 접시가 순식간에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천사는 가볍게 쯧 하고 혀차는 소리를 냈다. 이 자가 심판에서 미끄러졌으니, 그 위로는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명백하다. 윗물이 더러워도 아랫물이 맑을 수는 있지만, 아랫물이 더럽다면 이미 윗물은 말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캘리칼리 데이비슨을 향해 보내오던 융터르의 시선이 떨떠름함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면, 깡패들을 향해 보내오는 눈길은 이제 확고한 경멸조다. 마약이 주는 혼란과 그 악에 태생적인 혐오감이 치솟는 그의 모습은, 차라리 어떤 특수효과를 씌운 화면 너머로 봤다고 믿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점차 인간적인 형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어허, 잠깐만. 그…, 자네가 화내는 이유는 알겠는데 여기 이 자리에는 나를 포함해 유일하게 무고한 사람이 단 한 명 있거든."
"이런."
악마, 그 이전에 타락천사가 능글거리는 웃음과 함께 자신의 새 친구의 눈을 꼼꼼하게 가리는 것도 모자라, 아예 형사의 몸을 들고 지하실의 구석진 곳까지 그를 끌고 가서야 괜찮다고 말하기까지. 융터르는 그런 악우의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에 아직 사람처럼 보이는 눈이 잠시 갸름해지고는 원래 하려던 일을 마무리지었다.
형용할 수 없이, 인간의 탈을 벗어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가 깡패들 중 한 놈씩 다가가 그 뒷목과 같은 신체를 잡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패대기를 치길 반복했다. 아주 가볍게 그지없는 동작의 반복. 몸이 땅에 부딪치는 소리도, 충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비명도 없이 여전히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일방적인 구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융터르는 뭔가 속이 덜 풀린 얼굴이 되었지만, 적어도 아까와 같이 인간 외적인 모습을 더는 드러내지 않았다.
"당신이 저를 불렀을 때부터 이미 짐작은 했어야 했지만…. 저는 스톱워치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잘 알고 있지, 잘 알고 있고 말고." 자신의 그림자에서 얇고 길쭉한 것을 쭉 뽑아낸 캘리칼리가 쓰러진 놈들의 손을 묶으며 얼버무리듯 대답했지만, 융터르는 못마땅해하는 티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지금 그것도 원래는 들키면 안된다는 사실, 꼭 양지하시길 바랍니다."
"아—. 벌써 가는건가? 술이나 좀 같이 하지."
지하실 계단을 넘어, 아예 클럽 입구까지 순식간에 향하던 융터르의 발걸음을 캘리칼리의 말이 붙잡았지만 그는 잠깐 뒤돌아 멈칫하기만 할 뿐이었다. 다시 새하얀 날개 여섯 장과, 대악마에게 있어 아직은 영 껄끄럽기 그지없는 찬란한 광배가 드러난 대천사는 그 몸이 훌쩍 밤하늘 위로 가볍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글쎄요. 저는 당신과 달리 해야할 일이 너무 바빠서. 그래도 회개를 결심하신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드리겠습니다."
"저런! 난 아직 이런 생활이 꽤 즐거운데."
"아, 협상 결렬이라. 그럼 이만 실례하지요. 부디 새 친구 분은 당신에게서 악영향을 안 받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대놓고 악담을 하지 그러나."
잘 다듬어진 콧수염의 좌우 균형이 깨지며 킥킥거리는 웃음이 캘리칼리 데이비슨의 입에서 튀어나오다가 곧 그 검은색 일색의 고급 양복이 다시 클럽 안으로 몸을 돌린다. 그 모습을 본, 반대로 복장이 하얗기 짝이 없는 오래된 친구도 그 자리를 뜨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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