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1: 예전부터 제목은 그냥 삘 받는대로 지었습니다.
*tmi2 : 이거 어디서 따온 건지 아시면... 당신도... 아재... 흐흐흐..
*tmi3 : 그래도 새삼 돌이켜보니까 나름대로 내용이랑 잘 맞...나? 아님 말고요.
호드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 형사는 위화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건 이상하다. 이상한 놈이 이상하다고 하니 뭔가 말이 맞지가 않지만, 그 정도로 지금 상황은 참 이상했다. 신고응대를 개판으로 한다며 팀장에게 등짝을 맞고 뒷전으로 물러난 뒤로, 믹스커피를 홀짝이면서 바라보는 경찰서 내부의 정경이 이다지도 위화감이 들었던 적이 없던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눈을 가늘게 떴다. 탕비실에서 조금 뒤늦게 나온 동료가 "뭐하냐?" 라며 그의 팔뚝을 살짝 툭 칠때까지.
"오늘따라 좀 이상하지 않냐?" 그는 동료에게 여전히 온갖 아우성으로 시끄러운 방향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그, 뭐냐. 호드라는 히어로한테 당한 사람 말야. 많아도 좀 너무 많다고."
"신경 꺼라. 날아댕기던 놈인데, 그 속도로 여러 사람 엿 좀 맛나게 먹였나보지."
누가 보더라도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의 동료는 그의 속마음도 모른 채 휘적거리면서 앞서 나가버렸다. 저 귀찮아하는 성정을 생각하면 어지간해서는 그냥 단순사고 정도의 수준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상태로 그저 'XX에 문제가 생겼는데 거기에 호드가 있더라' 수준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때 근처 대형 병원의 응급실에서 온 전화를 동료가 받았다.
"...뭐라고요? 호드가 사람을 반 죽여놨다고요?"
전화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 놈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정말 아무런 일도 아니었어야 했을터인데. 부지불식간에 캘리칼리는 그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형사는 고압의 전류로 사람 신경까지 싹 태워버렸다는 끔찍한 말을 의사에게서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며, 더욱이 피해자의 동행인이라는 자가 넋이 나간 채로 히어로 노스페라투 호드가 그랬다며 연신 중얼거리는 것을 들으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불과 1시간 만에. 그 호드가 저런 짓거리를 했다는 것은 내일부터라도 해가 서쪽에서 뜨지도 않고 아예 파업을 선언하겠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니까.
제 아무리 악인이라 한들 절대로 죽이지 않겠다는 그의 우직한 신념은 옆에서 봐온 바다. 자신이 증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그는 경찰 생활을 해오면서 생긴 '의심병'이라는 못된 버릇을 놓지 못하고, 결국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짤막한 통화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의 의심병은 치료가 되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히 자신을 믿지 못해하는 형사에게 기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를 끊고 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거 저번에 맞은 것보다 더 세게 한대는 맞아줘야겠구만."
그쯤되면 사실상 뇌진탕도 고려해봐야겠지만, 용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그는 속으로 자기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호드와 통화를 하기 위해 잠시 먼저 나가있던 동안, 병원에서 계속 탐문을 하던 동료가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문 밖을 막 나선 참이었다.
"와 표정봐라, 못생겼다."
"맨날 얼굴에 피칠갑하는 새끼가 뭐라냐. 가자. 딴 사람들이 들으면 좀 거시기하다."
운전대를 잡은 동료가 조수석에 몸을 구기듯 타는 캘리칼리를 동정심이 섞인 눈빛으로 보다가, 차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보고 품에서 수첩을 꺼내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히어로 노스페라투의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다. 동료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지만 불은 붙이지 않은 채로 계속 말했다. 꽁초가 그 치아 사이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일단 근육질의 덩치가 갑작스럽게 다가와서 눈도 못 뜰 전기로 지졌다는 건 맞는데, 안 날았단다. 그냥 뛰었대."
"뛰어?" 예상치 못한 증언에 캘리칼리가 놀라 되물었다.
"어. 그 놈 뻑하면 날아댕기잖냐? 근데 사람을 저렇게 반은 병신으로 만들어놓고 안 날아? 나 잡아줍쇼하고 그냥 뛰어? 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날아서 도망칠 수 있다면 날아가는게... 역시 최고지....?"
"사건 현장으로 한번 가봐야 할 거 같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나 참..."
그 말을 끝으로 동료는 경찰차에 시동을 걸어 운전을 하는 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사건 현장은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취재 좀 하자는 기자들과 아직 수사 덜 끝났다며 윽박지르는 형사들 사이로 과학수사대 특유의 방진복들이 눈에 띄고 있었다. 기자들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을 죽였다는데 맞냐는 등 차에서 내린 그들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었다. 이런 일에 이골이 난 동료는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는 티가 역력했다.
캘리칼리는 성격을 좀 죽이라며 동료가 툭툭치는 옆구리에 겨우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한 기자가 제법 무례하게 "그래서 히어로라고 나대는 그 변태가 사람을 죽인거 맞냐고!!" 라며 큰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팽팽하던 인내심의 끈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 큰 키의 이마에 힘줄이 살짝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온 것을 본 동료 형사가 사색이 되어서, 한 마디는 꼭 하고 가야겠다며 이를 부득부득 갈던 캘리칼리를 억지로 현장 한가운데까지 밀고 들어간 후에, 한탄 섞인 푸념을 했다.
"야 임마, 너 저번에 단독행동해서 징계 먹을 뻔한거, 겨우 팀장님이 막아주셨잖냐... 어?"
"..."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너 경찰이야 임마. 왜 자경단 노릇하는 놈을 니가 변호 왜 할라고 그러냐?"
"...에이씨, 몰라 임마!"
자신의 들끓는 속을 설명할 길도 없던 캘리칼리는 퉁명스럽게 툭 내뱉고는 현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신이 그 호드와 친구 사이이고, 자경단 일도 반쯤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라고. 그는 심란한 머리 속을 대신해 머리카락을 벅벅 긁을 뿐이었다.
탁 트인 공원. 자신의 키와 얼추 비슷할 정도로만 자란, 작달만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심겨져있을 뿐이었고 길마저도 그리 넓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고는 뛰었다? 아직은 섣부른 단계지만 이미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결론을 냈다. 절대로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결론을.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신을 무시했네 어쩌네 하는 기자를 바라보았다. 같은 기자로서 선을 넘어버린 그 모습에 다른 신문사에서도 그를 타박놓거나 말리거나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당장은 저 놈의 면상에 히어로 호드는 절대로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도, 해치지도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에 따른 증거를 세상에 던져줄 필요가 있었다.
결국 돌고 돌아 결론은 이것이다. 저렇게 길길이 날뛰는 놈들에게 굳이 발맞춰 줄 필요는 없다는 것. 그저 자신은 형사답게 정보를 모으고 사실 관계를 파헤쳐서 저런 놈들에게 팩트라는 아주 좋은 주먹을 날려주면 되는 것이다. 현장을 매섭게 노려보는 그의 눈길이 무서웠는지, 동료는 조금 먼 곳으로 떨어져있는지 오래였고 그런 놈에게 들리든 그렇지 않든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씩 웃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오냐, 잡아주마. 이 짝퉁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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