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괴인편... 끝.... 꿱
*14편이라니... 저번보다... 더 늘어났어... 아니 이게 에필로그 포지션이니까.... 15편....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원래 뻔뻔하리만치 대담하고 넉살이 좋은 사내였지만, 이번만큼은 식은땀을 심각할 정도로 흘리면서 민망해서 어디 숨을 곳이 없나 연신 눈을 굴리고 있었다. 원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호드가 받아든 접시에 있었다. 사과가 엉망진창으로 깎여 있었다. 신종 조각기법이 아닐까 싶은 그 참사에 호드가 "이게, 뭡니까?" 라고 물었다. 캘리칼리가 절반 이상의 과육이 들러붙어있는 껍질을 쓰레기봉투에 욱여 넣으면서 변명을 했다.
"아, 아니..!! 사과는, 그 껍질채 먹어야 영양소가 더 좋다잖나! ...다음에는 그냥 통으로 씹어먹게."
"두 분 목소리가 꽤 크신 건 압니까? 좀 조용히 해달라고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전달해달라더군요."
라며 곤란해하던 그를 의도치 않게 구원해준 것은, 이동수단이 변변치 않아 조금 늦은 카르나르 융터르였다. 문병 선물로 고급 브랜드의 주스 선물세트를 캘리칼리에게 건네준 그는 빈 병상에 걸터 앉아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어째서 캘리칼리가 호드에게 사과를 깎아주고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가 입원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였다.
사실 캘리칼리 그 자신의 생각에도 굳이 입원을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 본심을 말하자면 집을 잃어버리고 며칠 동안 힘들게 지냈던 것에 대한 반작용 때문에 제법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컸었다. 그 이유를 가감없이 말하자, 한심해하는 상담사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지만.
"사실 내 멋대로 행동한게 이번에 좀 커서, 징계 이야기도 나오고 그렇거든."
"..."
갑자기 훅 들어온 무거운 이야기에 두 사람이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자신이 깎은(?) 사과를 맛있게 먹는 캘리칼리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각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그는 대뜸 씩 웃었다.
"뭐, 예전에 조폭 소탕한 것 때문에 어떻게든 탕감이 되서 말이지. 진급도 징계도 없이 제자리걸음이 최종결론지만!"
"하..."
문병을 온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누가 보더라도 "때릴까?"의 그것이었다.
"그러고보면... 호드님은 이번 사건에 관해서 취재를 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괴인은 사라졌지만, 사건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호드가 융터르가 가져온 토마토 주스를 한 모금 삼키고는 계속 말했다. 문제의 괴인이 실험하기 위해 마련한 설비라던가 그 하수도에서 꽤 오랜시간 생활한 점이 단독 범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제법 규모가 크다는 말까지. 거기에 "이건 대외비지만 말이야." 라며 캘리칼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들 이전에 문병을 왔던 동료들이 보강수사를 하면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좀 섬뜩한 이야기인데, 그 망할 놈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어딘가에다 보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네."
"당연히 그 '어딘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겠군요."
"그렇지. 일단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하니, 추가 정보가 더 나올 수도 있고."
'혹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라며 말을 흐린 형사는 심란한 마음으로 병상에 도로 누웠다. 그런 그의 피부가 아직은 얼룩덜룩한 것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화상의 흔적이었다. 문득 그 흉터를 보고 있던 호드가 제법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보니, 캘리칼리 님의 동료분께서, 반은 죽일 사람들을, 모집한다고, 했습니다."
"어...? 어? 뭐, 뭔소리인가? 그건 이미 다 업보 청산했어! 지난 이야기란 말일세...!"
"...그거 참 저도 흥미가 가는 이야기군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지금이라도 줄 설 수 있겠습니까?"
정말 솔깃했던지 융터르가 섬뜩한 눈빛으로 참가에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자 무슨 의도에서 저러는지 캘리칼리가 불안해서 한사코 말리려는데,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희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라며 호드가 기꺼이 동참을 허락했다. 동시에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형사가 비명을 질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캘리칼리는 정수리 근처에 난 제법 큰 혹을 문지르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융터르가 자신에게 세뇌는 걸지 않았지만, 호드가 적이 아닌 자신의 머리에 날린 주먹이 꽤 아팠기 때문이다. 뒤에서 말리는 시누이가 얄밉다더니만, 융터르가 "어차피 죽지 않으신다고 하니 조금은 더 세게 하셔도 되었을 것 같은데요." 라며 한 마디 더 보탠 것도 은근 뼈가 아팠다.
그 뒤로도 오만가지 잡담을 떠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차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무 걱정 없는 유쾌함을 간만에 충만하게 즐긴 덕분인지 호드가 선사한 매운 꿀밤의 흔적도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거울로 비춰본 자신의 모습에서는 그 어디에도 화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몸도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컨디션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는 생각했다. 창가의 낡은 커튼을 활짝 젖히자 한 낮의 해가 눈이 부시도록 와닿는 기분. 그는 팀장에게 전화했다. 집 복구가 될 때까지만 관사에서 생활 좀 합시다-라고.
-괜찮겠냐? 너 입원한 지 이제 막 하루 되었잖냐?
"누워서 쉴까도 생각했는데... 역시 나 같은 놈은 현장에서 굴러야 행복이라서요."
하여간 막무가내로 들이밀기는... 하여간 이상한 놈의 새끼. 라는 말로 팀장이 전화를 끊었다. 이상한 놈이라, 캘리칼리는 유독 그 말이 입에 맴도는 것이 기분 좋았다. 이상한 놈 맞지! 뭐... 여러가지로. 그는 송곳니가 다 보일 정도로 씩 웃었다.
-30. 좋은 놈 이야기 - Man in the mirror(1)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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