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전개지요? 전 개인적으로 고구마 좋아합니다. 특히 해남에서 나온 호박고구마 좋아합니다.
*사실 갓 구웠다는 전제 아래에서 놓고 보면 밤고구마를 더 좋아합니다.
*목 막힐 때 먹는 동치미가 또 얼마나 댕꿀맛인데요.
슬슬 노스페라투 호드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고 선명하게, 단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짜증나. 자신을 사칭한 놈을 잡기로 마음 먹었지만, 그걸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귀신같이 숨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갑작스럽게 잠적? 일단 자신의 명예에 온갖 오물이란 오물을 화려하게 뿌려놓고는, 이걸로 만족했다, 이겁니까?
그렇다고 전처럼 한낮에도 히어로 슈트차림으로 날아다니는 것도 내키지 않게 되었다. 지상 위로 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질 적마다 핸드폰을 치켜들고는 사진을 마구 찍어댄 다음 웃음거리로 삼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건드려보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었다.
사진.
히어로 호드가 살인을 했다라며 익명으로 보내왔다는 이 이상한 사진.
그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분석해준다는 업체에 연락해서 진위여부를 파헤치기 위한 약속을 잡았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만나요. 그렇게 일보 전진일지 일보 후퇴일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낱낱이 파헤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뭔가를 하려고 하면 꼭 전화가 오기 마련이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야 너 어디야!!
"부장? 저 지금, 사진, 감정 맡기고, 왔습니다."
-야야야, 그거느은... 그건 잘 했어!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특종 떴다!
그리도 좋을까, 부장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특종이라며 연거푸 외치다가 사레라도 들렸는지 추하게 콜록콜록대며 기침을 하고는 다시 외쳤다.
-그 자칭 히어로라는 놈이 또 살인을 저질렀단다!!
정황을 파악할 겨를도 없다. 어떻게 부장이 그걸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놈과 관련된 증거가 하나라도 필요한 순간이기에 그 현장이라며 부장이 말한 장소로 그는 달려가고 있었다.
현장은 이미 시끄러웠다. 냄새를 맡고 달려든 다른 기자들이 벌써 진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진작에 모여있었다. 형사들이 곤란한 얼굴로 저 멀리에, 어디선가 파견나온 것이 분명해보이는 순경들은 아예 사람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그의 귓가에 사람들이 수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아파트 창문마다 자그마하게 보이는 얼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아파트라니. 주위에 보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번개로 사람을 죽였나? 그 대담함에 호드 마저도 혀를 내둘렀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담당관들이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추락사잖아?"
"아파트에서 뛰어내린게 아니고 저 허공에서 뚝 떨어졌답니다."
"사람들이 봤대?"
"그, 호드의 복장은 봤답니다. 쫄쫄이 차림에 망토가 펄럭거리는 것만. 햇빛이 워낙 심해서 그거까지만 봤다고."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날 수도 있나?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이지? 저번 사진에서는 전기로 지졌는데 이제는 날아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었나? 해결하지도 못한 의문점만 연거푸 꼬리를 새롭게 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전화가 걸려와, 그 아우성에서 호드는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발신인은 이상한 놈이다.
"전화, 받았습니다."
-어이 호두. 자네 지금 사건 현장에 와있나?
"그렇습니다. 혹시, 근처에, 계십니까?"
-어어, 나 저기 110동 옥상에 와 있으니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와라.
형사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눈짓으로 110동을 찾은 기자는 그 큰 덩치로는 믿기지 않게도 다른 사람들 사이로 요령좋게 파고들어 눈에 띄지 않고 건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것도 비행이 아니라 계단으로 걸어 올라서. 기본 체력 자체가 원체 튼튼했기에 딱히 숨이 차지도 않았던 호드의 귓가에 "여-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자신을 보고 손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태양빛이 영 눈에 거슬리는지,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쓴 상태였다.
"형사님도, 수사에, 참가, 하십니까?"
"그게 그렇게 되었네. 하지만 자네를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렇,습니까."
호드는 어제 통화를 생각하고 내심 서러웠던 마음이 들었다. 그런 티가 얼굴에 다 드러났던지 형사는 서류봉투를 기자에게 건네주었다. 받는 기자의 눈이 의심에서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 이건 수사에 참여한 인원들만 알 수 있는 극비자료가 아닌가. 당황해서 눈이 흔들리는 호드에게 캘리칼리가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어제는 미안했네. 형사일이라는게 의심을 안 하면 할 수 없는지라. 내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자네를 한시바삐 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어. 자네에겐 이거 미안한 일을 저질러버렸네."
"이해, 합니다."
"그리고 융터르, 그 친구가 말하기를 자네를 엿먹이려고 누군가가 선동과 날조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구먼."
"저도, 그런 기분을, 받긴 했습니다."
그 말에 동의를 한다는듯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부분은 더 알아봐야 한다면서 아래를 내다봤다. 호드도 똑같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현장이 한 눈에 보였다.
"그.... 공원에서 반쯤은 죽을 뻔했다던 피해자 이야기는 알테고, 이번이 두번째 범행인데."
"...예?"
호드는 그의 말에 놀라서 대꾸했다. 형사가 틀렸다.
"캘리칼리 님, 저는 이 사건이 세번째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34. 이상한 놈 이야기 - Catch me if you can(2)에서 이어집니다.
'공개 썰입니다. > 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 나쁜 놈 이야기 - I'm still standing(2) (0) | 2022.12.10 |
---|---|
34. 이상한 놈 이야기 - Catch me if you can(2) (0) | 2022.12.10 |
32. 나쁜 놈 이야기 - I'm still standing(1) (0) | 2022.12.07 |
31. 이상한 놈 이야기 - Catch me if you can(1) (0) | 2022.12.07 |
30. 좋은 놈 이야기 - Man in the mirror(1) (0) | 2022.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