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저씨 히어로즈를 쓰겠다고 결심하기 전에는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카르나르 융터르의 형사 듀오물을 써볼까 했었습니다. 제가 디스코 엘리시움이라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 느낌의. 혹시 생각있으시면 한번 해보십셔. 텍스트 읽는게 너무 좋다! 하시는 분들께 특히 강력히 추천드립니다잉.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를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호드님에게 누명을 씌울까도 생각했었습니다.
*그치만 관에 갔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무리수였습니다. 아니 사실 캘칼님이 저번 에피소드때도 살짝 굴렸잖아요. 근데 또 구르는 장면을 넣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했던 게임의 영향으로 인해 이번에 스마트한 캘칼이 나옵니다. 이예쓰.
기자의 말이 도통 믿기지가 않아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햇빛이 눈에 따갑도록 다가왔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자의 말은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에게 거대한 엿을 먹이는 일종의 도전으로 느껴졌었다. 형사가 그 말을 앵무새가 된 심정으로 따라했다.
"세번째라고?"
"그렇습니다. 사진이 여기에 있습니다."
기자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도 부장에게서 받았으며 이걸로 한번 알아보라는 요청에 사건을 파헤치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근육질의 덩치가 사람을 붙잡고 전기로 사람을 지졌던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확실히 찍혀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시커먼 숯덩어리가 된 것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육질, H가 제법 돋보이는 쫄쫄이, 망토.
히어로 호드를 상징하는 특징이라면 이 세 가지.
하지만 누구라도 가능만 하다면 흉내낼 수 있는 세 가지. 분명 노스페라투 호드의 말에 따르면 이 사진은 '히어로 호드가 사람을 죽인 현장을 몰래 찍었다'는 것이다. 캘리칼리는 사진을 가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설명하기는 어려운, 어떤 미심쩍은 것이 느껴졌다. 그런 그의 생각 너머로 호드가 말했다.
"그 사진은, 내일, 감정을 받을, 예정입니다."
"음.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호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흐응'하는 요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예 코 끝이 사진에 닿을 정도로 유심히 바라보던 그의 입에서 좀 전과 같은 이상한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형사의 눈이 문제의 현장을 보기보다는 그 주변, 그나마 인식할 수 있겠다 싶은 물체 중에서 가장 선명한 가로등에 닿아있었다.
자신의 행동에 이제는 이상하게 바라보지도 않는 기자에게 고개를 돌리며 캘리칼리가 말했다.
"이거 이상한데?"
"당신이, 이상하다고 하니, 농담처럼, 안 들립니다." 기자는 농담을 하려 했던 듯 실풋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니까. 자, 여기 가로등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지."
제법 진지한 얼굴의 캘리칼리는 가짜 호드로 추정되는 그림자 뒤에 가로등이 초점에 어긋나 흐릿하게 찍혀있었다. 그 가로등의 높이가 그 가짜 호드의 그것보다 너무나 '작아보였다'. 캘리칼리 자신의 키가 대략 2.2미터. 호드는 얼굴 하나만큼 작으니 대략 2미터 남짓. 문제의 가로등은 공원에서 주로 보이는 3~4미터 짜리의 그것이었다.
기자는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런 것도 다 형사의 고질병이니까 하는 노릇이지, 그는 쓰게 웃으며 이어서 설명했다.
"조금 더 멀리 보면 거리도 보이는군. 사람만 다니는 것이라 그런가... 너비가 그리 넓지 않은 것을 볼 수있네. 대략 평균적인 성인남성 5명 정도가 나란히 걸으면 꽉 차겠구만. 그런 상황에서 저 3미터? 아니 4미터짜리려나, 저 가로등 꼭대기가 짝퉁과 거의 비슷한 높이에 있어. 이러면 추론할 수 있는건 이 짝퉁이 가로등과 제법 거리가 떨어져있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네."
"이해했습니다."
"아니, 이제는 이해가 안 될걸세. 여기서 다시 거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리 넓다고는 못할 너비에 이 짝퉁과 피해자가 서있네. 그것도 전기로 한껏 지지고 난 후의 피해자. 사실 피해자가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문제는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네."
캘리칼리는 호드를 유심히 보면서 입을 다시 열었다.
"목격자는 도대체 어떻게 사진을 찍은 것일까?"
"예?"
"자네의 그것처럼 이 짝퉁이 진짜로 전기를 쓸 줄 알아서 완전히 태워버릴 정도로 만들었다고 하면, 적어도 수 미터는 떨어져야 할 걸세. 그렇지 않나?"
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괴인 사건 때의 경험으로만 보아도 못해도 저 정도로 태우려면 5미터 이상은 떨어져야 안전할 정도였다. 형사는 그 답변에 만족스러워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문제는 이 사진이, 내가 봤을 때는 줌으로 잔뜩 당겨서 찍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멀찍하게 떨어져서 찍은 것 같지도 않거든. 그럼 필연적으로 목격자는 현장 가까이 있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아. 그래서 모순이 발생했네."
캘리칼리는 그쯤되자 잠시 목이 칼칼했는지 두어번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말했다.
"수 미터는 떨어져야 안전할 그 공격에서 목격자는 어떻게 살아남아 사진을 찍었는가? 라는 문제 말일세."
기자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 주먹으로 해결을 보던 자신이 융터르나 할 법한 짓을 저질러서 놀란 것이겠지. 사진을 도로 기자에게 건네준 그는 도로 선글라스를 쓰고 다시 말했다.
"아마 사진 자체는 진짜일거라고 생각되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목격자의 존재도 좀 의심이 된다, 이게 내 개인적인 견해."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감정은 맡겨볼 생각입니다."
"맘대로 하게, 맘대로. 아. 그렇지. 혹시 그 사진 속 장소 어딘지만 좀 확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호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려갔다. 자신의 말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두 번째 사건 현장을 더 지켜보지 않고 멀리 떠나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본 캘리칼리는 방금까지 뚫어져라 바라보았던 사진을 다시 떠올렸다. 그 시커멓게 탔다는 피해자. 보는 순간부터 이게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기에 오히려 의심이 갈 정도였다. 물론, 감전사를 당한 사체를 봤던 경험에 따라 사진 속 그것은 분명 훌륭한 예제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드가 그만큼 인체를 태워버리는 광경, 아니 그걸 인체라고 해야 하는지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그 망할 놈의 분신들을 태웠을 때가 생각났다.
한참은 떨어져야지 그 전기 공격에서 겨우 벗어났었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런만큼 그 주위가 운석이라도 맞은 것 처럼 푹 패여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 터무니 없을 정도로 깨끗했어."
그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진에 대한 진위여부가 너무나 크게 의심되었지만 온전하게 그것을 전해주면 어쩐지 호드가 위험해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부장에게서 받았다는 문제의 사진이 기자를 어떤 함정에 빠트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든 것이다.
아마 자신이 아는 그의 성격이라면 곧장 사진이 진정한 증거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것이다. 그는 호드에게 던진 의문에 목격자도 한 패거리다 라는 답을 도출했지만, 이것이 완벽한 정답일 가능성의 여부와 더 나아가 그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해 의문점까지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자... 다시 이 망할 추락사의 현장도 보실까..."
경찰에 들어온 수많은 신고들에 따르면 분명 짝퉁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시체가 뚝 떨어졌고, 그 위를 바라보자 (짝퉁으로 추정되는) 호드가 허공에 있었다고 했다. 문제의 시체는 이미 가방에 담겨져 국과수로 이관되었기에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전후관계가 중요하다. 사체발견과 짝퉁놈이 동시에 있었는지, 아니면 막말로 이런 곳에서 사체를 던지고 그 위를 나는 것처럼 그림자를 만든 것인지를.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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