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터르가 캘칼에게 대놓고 불법적인 일 하자는데에는 혼자 죽기 싫으니 같이 죽자는 소리입니다.
*뻥입니다. 걍 쓰고 싶었습니다.
*최근 신세계를 다시 돌려보다가 그 유명한 대사인 '너 나 하고 일이나 같이 하나 하자' 그거 보고 쓴 게 맞습니다. 이건 진짭니다.
캘리칼리 데이비슨이 호출을 받고 도착한 곳은 어딘가 눈에 익은 곳이었다. 생각해보니 예전 노스페라투 호드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던 그 신문사 앞 공터가 아닌가. 제법 높은 빌딩은 오후 7시가 된 지금, 퇴근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군데군데 불이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 나쁜 놈이 저런 장소를 불법적으로 들어가자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너무도 잘 알 것 같아, 형사는 공연히 뒷목이 당겨오는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도 어쨌든 이 신문사, 정확히는 사회부 부장이라는 놈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그걸 언제 하느냐의 문제로 제법 골머리가 아프던 차에 이 사짜 놈의 기회에 편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니, 이번에도 자신이 먼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후 7시 무렵, 카르나르 융터르는 이미 약속한 장소 근처에 있었다. 저 먼발치에서 형사 특유의 커다란 덩치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바로 섣불리 합류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는 그의 성격이라면, 그는 분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정문으로 진입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가 원하는 방향과는 조금 방법이 달랐다. 대신 입구를 지키는 경비의 눈을 피해. 그는 핸드폰을 들어 호드에 대해 최근 악평일색의 기사를 최전선에서 쓰는 부장의 연락처를 입력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바로 받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융터르는 "요새 말이 많은 그 히어로에 대해 드릴 제보가 있으니... 건물 바깥으로 나오십시오." 라는 말을 바로 건넸다. 몇 초간 익숙한 침묵. 그리고 그 부장이 힘없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까지 확인 한 후, 융터르가 전화를 종료했다.
양 볼이 찬 바람에 뻘겋게 변하면서 동시에 세상에서 더없이 얄팍한 칼로 천천히 저며지는 느낌을 받던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뭔가 이상한 광경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군가가 건물에서 힘없는 걸음걸이로 나오고 있었다. 곧 형사는 저 사람이 호드의 상사되는 사람이자, 자신이 면담(?)을 하러 온 목적인 그 부장임을 깨달았지만, 이내 곧 표정이 잔뜩 찌푸려져있었다. 저 특유의 넋나간 표정. 융터르 이 개자식이 또 저질렀구만. 마침 그 당사자도 부장을 기다렸는지 건물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져있던 곳에서 천천히 나와 그의 곁에 섰다.
융터르는 캘리칼리의 표정이 그닥 좋지 않은 것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감흥이랄 것이 없었다. 곁에 선 덩치 큰 형사가 부장의 힘없는 발걸음을 보면서 "어이,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라고 말을 건넸을 때는 "뭐 그래도 싼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스스럼없이 답했다. 사실 그것이 솔직한 그의 감상이기도 하였고 악플을 달았던 끄나풀들과 비교를 하자면 몇 배는 악질이었기 때문에 죄책감이랄 것도 느끼지 못한 탓이다. 사회부 부장이 둘 앞에서 멈춰서자, 그는 캘리칼리에게 귀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후 다시 말했다. 형사가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귀를 꽉 막은 후 고개를 끄덕이자 융터르가 명령했다.
"당신은 이제 우리를 제보자라고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고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주시면 됩니다."
"네... 네에...."
부장은 몸을 돌려 먼저 나아가고, 두 사람은 뒤를 곧바로 따라갔다.
"어이." 사회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캘리칼리가 질문을 툭 던졌다.
"예?"
"예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어떨 때는 완전히 바보처럼 변하고 또 어떨 때는 좀... 멀쩡해보이기도 한데, 차이가 뭔가?"
캘리칼리의 질문대로, 새로이 명령을 들은 부장은 눈빛만 흐릴 뿐 건물 바깥으로 막 나왔을 적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멀쩡해보였다. 융터르는 자신이 완전히 지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정도의 차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형사는 조금 이해가 안된다는 눈치였다.
"지금 저 부장은 본인 스스로가 판단하기를, 우리가 진짜로 제보자라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흠. 실제로는 자네 명령에 세뇌된 것이지만 일종의 착각이다?"
"그런 셈이지요."
캘리칼리는 최근에 단정히 깎은 콧수염을 자기도 모르게 매만지며 생각했다. 저런 친구가 경찰에 투신하면 수사하는데는 참 편하겠구만. 위법인지 아닌지는 뒤로 제껴두더라도 말이야. 한편으로 그는 소름이 오소소 올라오기도 했는데, 제법 늦은 시간에 방문한 두 사람을 보고 경비가 누구인지 부장에게 묻자 너무나 태연하게 "새로 제보할 것이 있대서 오신 분들"이라며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퇴근하고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 형사는 그 모습을 만들어 낸 친구에게 본심을 내보였다.
"자네가 진짜로 나쁜 놈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가끔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핫! 알긴 아는구먼?" 진담인지 농담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형사는 그 말이 진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웃었다.
꼭두각시 하나와 두 사람은 부장실 명패가 달린 방으로 들어간 뒤, 행여나 누가 들어올세라 문을 잠궜다. 융터르의 명령은 여기까지라는 듯, 부장이 다시 건물 입구에서 보았던 것처럼 멍청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문가에 서 있던 상담사가 형사에게 잠시 귀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우리가 하는 그 모든 질문에, 일체의 비밀도 없이 전부 털어놓습니다."
"예, 예에... 알겠습니다."
"형사님, 이제 편하신대로 질문하시지요." 상담사의 그 말은 묘하게 연극적으로 들렸다.
그 말을 들은 캘리칼리는 반쯤은 황당한 마음으로 권유를 받아들였다. 저 세뇌가 능력인 친구야 당연히 그렇다지만, 어떻게 했길래 자신이 하는 질문에도 답을 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라는 생각으로 형사가 계속 품어왔던 질문을 내밀었다.
"며칠 전, 기자 노스페라투 호드에게 사진을 한 장 건넸던 것, 기억나나?"
"기억납니다...."
"사진이요?" 융터르는 호드에게서 사진 이야기를 따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해하는 얼굴이었다.
"이 양반이 다 설명할 걸세. 아무튼, 그 사진 어디서 입수했나?"
"그건...."
부장이 천천히 답변하기 시작했다. 호드에 대한 악평 일색의 기사를 썼던 그 날, 정확히는 기사를 쓰기 전의 아침에 부장실 문 사이 틈으로 편지봉투를 별 생각 없이 열었더니 사진 한 장과 손으로 쓴 것 같은 메모지가 나왔다는 것이다. 사진은 호드로 추정되는 덩치가 누군가를 지져죽인 것이 분명해보이는 것을 숨어서 찍은 것이었고, 메모지에는 제보 할 것이 있으니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며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는 말을 하자 캘리칼리가 눈을 빛내며 요구했다.
"그 메모지, 가지고 있으면 이리 주게."
그 말에 부장은 자신의 서랍을 열어 뒤적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린 뒤, 책상 위로 자그마한 쪽지를 하나 올려두었다. 그의 말대로 연락처와 손글씨가 적혀있었다. 쪽지를 증거봉투에 집어넣은 형사가 다시 말했다.
"이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었나?"
"네..."
"몇 번?"
"지금까지... 네 번입니다..."
형사의 눈이 당황한 마음에 마구 흔들렸다. 처음 사진으로 하나, 두번의 사건. 아니, 이제는 세 번째 사건이라는 건가? 그 말까지 듣고 난 뒤, 지금까지 문가에 서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융터르가 캘리칼리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이번에는 자신이 이야기 할 것이 있다고 나섰다.
-37. The bad meets the weird(2) 에서 이어집니다.
'공개 썰입니다. > 완)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 좋은 놈 이야기 - Man in the mirror(3) (0) | 2022.12.13 |
---|---|
37. The bad meets The weird(2) (0) | 2022.12.13 |
35. 나쁜 놈 이야기 - I'm still standing(2) (0) | 2022.12.10 |
34. 이상한 놈 이야기 - Catch me if you can(2) (0) | 2022.12.10 |
33. 좋은 놈 이야기 - Man in the mirror(2) (0) | 2022.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