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캘칼이 나왔으면 와일드 융털도 나오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뭐 간만에 혼자서 깽판치는 융터르님이 보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냐! 라고 하실텐데요. 맞습니다.
"처음에는 반을 죽여놓고, 그 다음에는 아예 추락사라. 대놓고 호드 님에게 엿을 먹이는 행위군요."
짝퉁이 저지르는 행위가 호드에게 엿을 먹이고 있다면, 호드가 소속되어있는 신문사의 인터넷 판 기사는 그 엿을 수십 배는 더 키우고 있었다. 기사에 사용된 문구 곳곳이 교묘하달까 오히려 노골적으로 호드를 비난하는 것 투성이었기 때문에 그 댓글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알 만한 수준이었다.
아주 드물게 노스페라투 호드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댓글들도 있었지만... 그 반응들은 곧 세뇌라느니, 대깨호라느니 그런 추잡스러운 말과 욕설들이 순식간에 달려버려 아예 사이트가 블라인드 처리를 해버리고 있었다. 역겨움을 겨우 참아내가며 댓글들을 살펴보면, 유독 특정 닉네임들이 맹렬하게 악담을 토해내는 광경들이 보여,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사에게 건네줄 생각으로 메모지에 따로 적어두었다. 설령 변경되더라도 공권력 앞에 그 변경이력 정도는 보여주겠지.
이제 자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가 카르나르 융터르에게 있어 가장 중대한 문제였다. 지난 괴인 사건처럼 스스로를 미끼로 삼을까? 할라면야 기꺼이 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 자신을 질타했었던 기억에 남아 그는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런 그가 문득 다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아까의 뉴스 댓글들. 특히 메모해두었던 특정 아이디들이 댓글과 대댓글의 영역을 넘나들며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다. 그 왕성한 활동에 뒤틀린 고마움을 느끼던 그가 키보드를 천천히 누르기 시작했다.
[노스페라투 호드가 사람 죽였다는데 진짜 죽인건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은거 가지고 루머 생산 ㄴ]
평소 자신이 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고집을 부릴 이유는 없고, 여유는 더더욱 없다. 일부러 저 놈들이 열받으라고 노골적으로 단 댓글은 그만큼 효과가 탁월했다.
[죽인거ㅇㅗ피셜로나와ㅆ눈데눈깔병ㅅ신인듯]
[ㄹㅇㅋㅋ]
[호드 억빠질 ㄴ ㅋㅋㅋㅋㅋㅋ]
[호 빠 행 동]
등등. 대댓글이 온갖 악플로 점철되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그가 다시 적어둔 메모와 그 아이디들을 차근차근 비교해나가기 시작했다. 유독 험한 말을 하는 내용들이 주로 그 문제의 아이디였다. 융터르는 캡쳐해두었던 스크린샷과 자신이 받은 악플들 간 비교를 하며 중얼거렸다.
"가장 먼저 나서서 선동하는 사람 하나, 그 사람 뒤에 바로 동조하는 사람이 하나, 조금 텀을 두었다가 비꼬는 사람이 하나,라."
삼인성호라더니만 옛말 치고 틀린 것 하나 없군. 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 한창 달궈진 댓글에 석유를 끼얹는 행동을 더 해버렸다.
[개인적인 의견 말했을 뿐인데 악플 심하네? 직접 얼굴 보면서 이야기는 못하는 주제에 ㅉㅉ. 전화번호 남긴다. 꼬우면 연락 ㄱ. 010-XXXX-XXXX]
그는 만들어놓고 안 쓰고 있던, 오늘 내로 폐기 예정인 싸구려 단말기를 하나 꺼내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있으려니 오래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그는 미끼가 함정 속으로 순순히 들어오는, 이 만족스러운 상황에 비웃음을 지었다.
이들을 설명하라고? 융터르는 아주 간단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열등감 덩어리들.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멍한 눈빛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저 셋을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실낱같은 자존심을 살짝 찔러주니 대번에 발끈하기는.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저들의 추레한 차림이며, 그 외양이며, 더 나아가 상담을 한 결과는 유감스러웠다. 고작 끄나풀이었단 말인가? 심리상담가는 다시 한 번 확답을 얻기 위해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럼, 여러분들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노스페라투 호드에 대한 악플을 쓰는 것이 맞습니까?"
악플러들이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각자의 댓글 스타일, 포지션 이런 것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지정하고 그에 따라 계좌번호로 돈을 받는다. 고용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커뮤니티 사이트의 댓글로 알선되었다. 돈은 항상 무통장입금으로 받는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난 융터르는 피곤함에 눈가를 매만졌다. 꼬리도 붙잡히지 않겠다는 치밀한 행동이 느껴진 탓이다. 대책이 더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돌려보내려고 하려는 찰나. 악플러들의 핸드폰이 일제히 짧은 알림 소리를 냈다. 메신저 특유의 수신 소리.
융터르가 그 중 한 놈의 것을 집어 들고 자세히 보았다. 단체 대화방이라. 주로 악플러 셋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회의한 것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전부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4명이었으니까. 그리고 방금은 그 4번째 사람이 보낸 메시지였다.
[여러분, 내일 새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 갈겁니다. 열심히 활동해주세요. 가장 열심히 하시는 분께는... 아시죠?]
아하. 이 4번째 사람이 컨트롤 타워였던 모양이다. 그는 기왕 들고 있는 김에 지난 메시지들을 참고해서 적당히 알겠다고 답했고, 다른 두 사람에게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알겠다는 답변을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상대는 그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추가적인 답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령 그가 말한 '기사'. 요근래 호드에 대해서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름아닌 그가 소속된 신문사였으니, 내일 올라간다는 것도 분명 XX일보 그 곳일터이다. 특히나 신이나서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은 사회부 부장이라는 직함을 버젓이 달고 있는 만큼, 그 부장에게 지속적으로 떡밥을 던져주고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것. 불과 오늘 한 낮에 모 아파트 단지에서 짝퉁이 저지른 추락 살인사건이 퍼져나갔으니 이걸 새로운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그러니 또 다른 사건을 암시한다고 보는 편이 더 옳겠지. 은근슬쩍 융터르는 암막커튼을 열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불과 5시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석양이 지고 있었다.
어디서 또 새로운 모함을 저지를 지, 그런 단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 같잖은 짓거리를 잡아낼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그 점은 카르나르 융터르에게 있어 제법 아쉬웠다.
"하지만, 돌아가는 방법은 있지요."
악플러들에게 이 모든 사실을 잊고 어딘가 잠시 외출했었다가 돌아왔다는 기억만 남기라는 명령만 남긴 채 내보낸 그는 연락처에서 '이상한 놈'을 찾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저랑 같이 좀 불법적인 일 하나 하시죠."
-제기랄... 자네 진짜 나쁜 놈의 새끼야.
-36. The bad meets the weird(1)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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