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냥 가비얍게 쓰고 싶었씁니다.
2. 제 비루한 망상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메리 크리스마스
3. 앤 해피 뉴이얼☆
4. 목표는 이 단편 하나에 22고멤 전부 등판입니다. 될까 이거.
크리스마스라는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바깥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훈훈한 온기가 가득한 루석바. 해루석은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 시각임을 알아차렸다. 오늘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렇게 생각을 하려던 찰나 루석바의 문이 거칠게 덜컹거렸다.
"음음! 오늘도 크리스마스 파-아티를 준비하는 겐가?"
"선물, 가져왔습니duh. present."
"아, 아니 이게 뭐예요?!"
"걱정덜 하지 마시게, 이 정도면 트리로 적합하지 않는가."
"...이게요?"
풍신의 마법으로 둥실둥실 떠다니는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아름드리 한 소나무다. 은은하게 탄내가 묻어나오는 것이 뽑아오는 과정이나, 파는 트리처럼 꾸미기 위해 가지치기라도 한 것인지 노스페라투 호드가 번개로 모시깽이 한 것이 틀림없었다. 해루석이 무어라 말할 사이도 없이, 제법 큰 나무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루석바 한 곳에 우뚝 섰다.
주인이 "아이고 세상에." 같은 감탄사일지 한탄일지 모를 소리를 내는데 열린 문 사이로 도파민 박사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잉! 이래서 마법쟁이들은 하나는 모르고 둘은 몰라요! 으이? 그렇지 않느냐, 파고야!"
[맞습니다. 나무만 가져오면 그걸 트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근데 우린 트리 장식만 가져왔잖아요, 박사님."
"하하! 마법 하라부지 안녕하세요!"
일명 과학팸이라 불리는 사람 둘과 로봇 둘이 떠들석하게 몰려왔다. 그들 손에는 자기네들끼리 한 대화처럼 갖가지 트리 장식들이 담긴 박스가 들려있었고, 그 양만 봐서는 서로가 미리 약속이라도 하고 준비했다는 티가 역력했다. 어쩌면 저 두 노인이 서로 말을 맞춘 것일지도 모른다.
풍신이 자신에게 꾸뻑 인사를 하는 하쿠에게 반갑다며 쓰다듬어주고, 도파민 박사는 호드가 다듬은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이래서 망령은 안된다니까' 같은 타박을 늘어놓았다. 그 때문에 망령에 가 있는 새우튀김과 왁파고가 상처를 입은 것은 눈치채지도 못한채. 어쨌든 왁파고가 섬세하게 트리에 가지치기를 하고 그 밑에 떨어진 잔가지를 새우튀김이 꼼꼼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시끄러운 와중에 다시 루석바의 문이 왈칵 열렸다. 추위에도 구르프를 포기할 수 없다는 독고혜지와, 그녀의 손에 억지로 끌려온 것 같은 이덕수 할아바이였다.
"아이 참! 이거 봐요 할아버지! 다들 모일 거라고 했잖아! 누가 궁상맞게 혼자 그런 곳에 있어요!"
"에잉... 그, 양놈의 샤끼덜 축제인디... 기양 내비두지..."
"으이, 저 늙은이도 다 왔으니 올 사람들 다 왔구먼."
"음음! 안 오면 그게에 감-다-뒤-지. 음음!"
내심 할배즈가 전부 모이길 바랐는지, 도파민 박사와 풍신이 여전히 투덜거리는 이덕수 할아바이를 가장 환영했다. 독고혜지는 과학팸이 가져온 트리장식들을 보면서 "나도! 나도 할래!" 라고 외치고는 트리장식을 꾸미려 달려갔지만 새우튀김과 왁파고가 매단 그 처참한 미적 감성에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화를 냈다.
해루석이 벌써부터 시끄러운 그 상황에 오히려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이미 문 밖에서부터 장난없는 데시벨이 느껴졌다. 둥글넙적한 실루엣과, 분홍빛 머리카락, 은빛의 장발이라니. 이건 또 무슨 조합일까.
"오-오니! 크리스마스인데 선물 없어요?"
"만두야, 니가 하도 사달라고 찡찡대서 지금 샀잖아."
"처, 천박한 천민들한테, 이- 이 몸이 선물을 친히, 친히 선사하려 했건만. 이, 이, 무슨 박대인가? 무, 문을 열어주지 못 할지언정."
혜지와 풍신에게서 귀여움을 받고 있던 하쿠가 김치만두번영택사스가의 등장에 "만두 왕댜님!" 하면서 밝게 인사해주었기에 김치만두는 그 쪽으로 바로 달려가고, 새우튀김은 그런 비즈니스 킴에게 선물 사왔다면서 선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틱틱거렸다. 뢴트게늄은 풍신과 호드가 가져온 나무 크기에 놀라서 어떻게 들고 온거냐며 요란하게 리액션을 하고는 자신도 장식 달거라며 양 손에 맘에 드는 분홍색 장식을 들어올렸다.
"아, 진짜! 분홍색에 미쳤나봐! 센스 다 뒤졌어요?!"
"허! 참나, 분홍색이 뭐 어쨌다고! 이쁘잖아!"
그 모습에 혜지가 부둥부둥하던 하쿠와 조심스레 떨어지더니 뢴트게늄의 미적 센스에 대해 격한 반발을 하고, 호드는 하쿠의 부탁으로 지팡이사탕을 이곳 저곳에 달아주고 있었다. 눈(이라기보다는 렌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점점 화려해지는 트리 모습에 하쿠가 신나하는 모습을 새우튀김이 연신 사진 찍어주는데 다시 입구에서 찬바람이 잠깐 불어왔다.
"히키킹님, 무의식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시는 태도를 지적하고 싶진 않지만 이 모습은..."
"아 몬 소리이무니까? 이 히키킹구,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드렸잖스무니까? 이거만 입으면 융터르 상도 인싸이무니다."
평소 점잖게 입는 카르나르 융터르가, 누가보더라도 히키킹이 억지로 입혀논 것이 분명한 크리스마스 스웨터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나타났고 당연히 그 괴악한 센스에 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폭소를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노골적으로 크리스마스 티를 역력하게 드러내는 스웨터를 박제해야 한다며 뢴트게늄과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네마네 하는 정신없는 순간에 다시 문이 열렸다.
"아잇, 저희 느뎌뜹니다. 어뜨케 할껌미까? 튠식님."
"하아... 진짜 부정형 이 인간 아직 사회물 덜 빠졌슴다. 빠릿빠릿하게 해야지."
"아니, 왜 또 그래요... 첫 휴가라고 들을 말이 많다면서 붙잡아두는데..."
"피자, 주문함."
짬통스가 군복차림의 부정형 인간과 같이 모습을 드러내자 루석바가 그를 환영한답시고 배로 시끌시끌하기 시작했다. 군모를 벗자 곽춘식처럼 까끌까끌해진 머리의 그가 익숙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는 와중에, 단답벌레는 조용히 카운터에 앉아 해루석에게 자신이 피자주문했다며 어쩐지 으쓱거리는 티를 드러냈다. 권민은 그런 단답벌레에게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지 무슨 피자냐며 딴죽을 걸었지만, 단답벌레는 그래도 피자를 좋아하니까 들은척 만척을 할 뿐이다.
이덕수 할아바이는 부정형 인간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왔다고 짧고 굵은 환영인사를, 반대로 비즈니스 킴은 천민이 눈치가 있으면 자신보다 일찍 와서 반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 특유의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한편 새우튀김에게는 오히려 먼저 부정형 인간이 다가가서 아직 군대 안 갔는데 빨리 후임으로 들어오라며 예전과 같이 투닥거리고 있었다.
"oh, 캘리칼리, 소피아, 비밀소녀, 아직 안 왔습니duh. late."
이 중 가장 키가 큰 호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직 안 온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필이면 세 악당분이라니, 무의식적으로 불길해지는군요." 라며 융터르가 낮은 목소리로 고로시를 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설마 신년선물 때처럼?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 온갖 이상한 상상이 떠오를 때였다.
"훗훗훗! 피!자! 배달 왔습니다!"
"아." 단답벌레가 프리터의 두꺼운 양 팔에 매달린 온갖 피자박스들을 받으러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특히 뢴트게늄이 불길한 소리나 해서 융스라이팅 했다며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사이에, 풍신이 프리터에게 "자네 이 시간에도 알-바를 하나?" 라며 염려했지만, 그런 일일알바생은 이번 배달로 오늘 알바는 다 끝났다며 예의 훗훗훗 소리를 내고는 자신도 트리 장식을 달겠다며 나섰다.
테이블 곳곳에 단답벌레가 산 갖가지 피자들이 늘어지고, 과학팸이 가져온 트리장식은 풍신과 호드가 엄선한 그 큰 나무의 빈 곳이 거의 없을만큼 빼곡하게 메꿔졌다. 단 한 곳. 나무 꼭대기만 빼면.
"으이... 저길 이제 장식혀야겠는디. 남은 장식이 없구먼."
"아이 뭐야! 그러니까 적당히 달라고 했잖아요!"
"저는 이 것도 좋아요!"
어쩐지 허전한 꼭대기에 다들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를 한번씩 하고 있을 때, 더는 문이 열리지 않을 거라 여겨졌던 루석바의 문이 다시 열렸다.
"자-아, 선물 배달 왔습니다!"
"아닛, 저희 빼고 벌써 파티 하시는겁니까?"
소피아-산타클로스와 캘루돌프라니. 이덕수 할아바이가 보기 숭하다면서 언성을 높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산타라도 되는 양, 소피아가 붉은색 마대자루에서 제법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하나씩 꺼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건네주었다. 다들 기쁘게 받았지만 단 한 사람만 그러지 못했다. 비즈니스 킴이었다.
"이, 이거 내가! 친히 주문, 주문한 선물들이 아닌가! 왜 자네들이 새, 생색을 내는가!"
"아, 이거 비킴님이 주문하신 것이었습니까? 저희가 배달하겠다고 가져온 겁니다!"
"그러게 말이야, 배송업체가 밍기적거리길래 직접 나섰어. 고마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이 뻔뻔, 뻔뻔하기 그지없는 천민들이..."
훔쳐왔다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에둘러 표현한 두 악당의 말에 비즈니스 킴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해루석은 그런 사람들에게 낼 술을 고르면서 간만에 왁자지껄한 광경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도 아쉬웠다. 진짜 한 사람이 안 왔구나, 그런 생각으로.
그때 루석바가 일제히 정전이 되었는지 어두워졌다. 새우튀김이 당황해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다.
"아잇, 뭐야? 박사님. 우리가 전기 너무 잡아먹은거 아니에요?"
"이잉? 분명히 저전력인 장식으로 준비혔는디, 이게 으뜨케 된거여?"
"oh, 발전기, 어딨습니까. recharge."
"호드 님, 초자아적인 도움은 감사합니다만 조금만 기다려보시지요."
다들 웅성웅성 거릴 때였다. 제법 높은 곳에서 빛이 한 점 작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불꽃이 아닌 진짜 빛. 말하자면 별빛같은. 곧이어 전력이 복구되었는지 바 내부가 다시 환해졌고, 다들 눈부셔서 정신을 차리지 못해 할 때 풍선들을 쥐고 허공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비밀소녀가 사뿐하게 바닥으로 내려와서는 입을 열었다.
"원래 주인공은 가장 늦게 오는 법이렜어요오-"
해루석이 그런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김치만두가 그 모습에 "오오니!" 소리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 간의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는 것에 야단법석이 되자 한사코 아니라며 서로 발뺌하는 모습까지도. 그렇게 루석바가 시끌시끌하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여러분. 불꽃놀이를 준비했습니다.]
라며 왁파고가 어느덧 눈송이가 포근하게 날리는 바깥으로 모두를 안내하였다. 미리 먼저 준비한 것인지, 새우튀김과 하쿠가 스위치를 같이 잡고 카운트다운을 셋까지 세고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스위치를 꾹 누르자. 눈꽃 사이로 불꽃들이 화려하게 춤추기 시작하였다. 그 분위기에 휩쓸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을 바라보던 고멤들이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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