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니 진짜 흡혈귀 소재... 난 안 쓰고 싶었다고요?
2. 진짜라니까요?
3. 근데 쓰는 이유요? 뭐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어흑흑. 오늘도 저는 무덤을 판다는거지요.
4. 참고로 저번에는 진짜 생각없이 써서 딱히 모티프를 안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trpg 게임 중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의 기본 룰을 약간 참고했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거 후속으로 뭘 더 쓸 생각은 1도 없습니다요! 진짜라니깐?!
때때로 잠에 빠지면 그는 그 안개 낀 밤으로 되돌아간다.
그저 평범한 학자로 살 수 있었던 최후의 날. 부지불식간에 등 뒤로 다가온 새카맣고 창백한 어떤 것이 목덜미를 깨무는 느낌부터 꿈은 시작한다. 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몸이 손가락도 들어올리지 못하고 흙내음을 맡으며 쓰러지면, 그 위로 말로 설명하지 못할 흡혈귀의 피가 한 두어방울 입으로 스며들었다. 지옥불같이 뜨거운 듯 하다가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이 온 몸을 타고 돌며 머리 속에서 어떤 속삭임이 강렬한 충동처럼, 마치 갓 태어난 새끼가 제 부모를 부르짖듯 한 단어가 입 밖으로 뛰쳐나온다.
"대부."
그는 자신을 공격한 끝에 완전히 변하게 만든 자를 거역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이성을 되찾고 난 뒤 번번히 그 삶에서 도망치려 했으나, 대부가 자신을 피로서 억압하면 몸이 의지를 배신한다. 이내 곧 정신도 그 뒤를 따른다. 대부는 끈질기게 '혈족'을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며 그를 강제로 자신과 같은 종족으로서 성장하게 하였다. 대부처럼 누군가를 '포옹'할 수 있게끔.
흡혈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잠시, 그 또한 밤에 종속된 삶을 따르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를 대부라 부를 혈족을 새로이 만들어내지는 못할 정도의 시간이 흐를 만큼의 어중간할 때 쯤. 대부가 돌연간 죽었다. 이유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냥꾼이 그의 심장에 말뚝을 박았으니까.
그래서 그는 그 이름 모를 사냥꾼이 고마웠다. 더 이상 그의 몸을 옥죄는 피는 대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온전히 그의 의지로 정신과 몸이 움직이는 자유를 선사해주었으니까. 혈족이고 뭐고, 그는 더 이상 그런 것에 연연하는 삶을 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여전히 그 안개 낀 밤에 사로잡혀, 그의 모든 시간은 그 이후로 멈춘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배우는 것도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건가?"
"지금 누구 놀리려고 그러는 거면 나가시죠."
그의 잠을 놀리듯이 깨운 사냥꾼은 책상 위에 널부러진 컴퓨터 관련 책 표지를 보고는 능글맞게 웃었다. 무려 축객령을 행사했음에도 오히려 제 집마냥 소파에 늘어지듯 앉은 그는 정기적으로 혈액정제라는 약을 주는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기에. 창백한 얼굴의 흡혈귀는 약을 곧바로 낚아채 서랍에 쑤셔넣으며 말했다.
"원해서 뭔가를 배우는 것에 약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멈췄으니까요."
"꼭 나이 든 할아버지처럼 말하는구만?"
"100년 넘게 이 꼴인데 어르신 취급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난 사람만 어르신 취급해주네. 자넨 근데 사람이 아니잖나."
사냥꾼이 짖궂게 농담했지만, 흡혈귀는 딱히 반응이 없었다.
참 놀리는 맛도 없군, 정말이지 산 송장하고 이야기 하는 기분이야. 사냥꾼이 아무리 놀려대도 격한 반응이 없는 그를 보고 이번에도 투덜거렸다. 혈족에 강제로 편입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말했건만, 그에게는 그것이 들리지 않는지 매번 흡혈귀를 놀리고 또 놀리곤 했다. 그 시시한 놀림이 어떤 감정이라도 표시하기 바라는 듯.
그래서 마차가 자동차로 변하고, 전서구 따위가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이 시대에 그가 컴퓨터보다도 심리학을 배운 것은 자신도 그 삭막해진 내면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별종처럼 보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는 것은 100년의 시간이면 충분히 배웠으니, 거짓된 감정표현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밤이 되자, 흡혈귀 카르나르 융터르는 일과인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종의 자기암시와 다를 바 없는 행동이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립감을 해소하는데 좋다고 숱한 심리학 서적에서 언급하고 있기에. 때때로는 알 수 없는 충동에 의해 햇빛이 환한 낮에 뛰어들고 싶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이 뒤따랐기에 그럴 수 없었다. 아마 사냥꾼에게 심장을 맡겨도 비슷하겠지. 적어도 그는 안식을 얻거든 고통없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인해, 평소 가볍게 순찰하던 뒷골목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 발걸음을 놀렸다. 고기 따위를 굽는 냄새부터 각종 화장품의 향까지 흘러넘친다는 표현도 점잖을 정도고, 떠드는 사람들은 한 두명이 아니였기에 귓가가 아예 웅웅거릴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산책을 나서기 전 약을 미리 먹었기에 흡혈 충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인파 한복판에서 느닷없이 다른 민간인들을 습격하기라도 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지 않겠는가.
"새로 오픈했습니다! 한 번 들어오시죠!"
"싫습니다."
호객을 좀 과하게 하는 덩치 큰 사람이 나이트클럽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려고 했고, 그 손길에 융터르도 걸렸다. 다행히 살갗이 아닌 팔뚝을 잡힌 덕분에 덩치가 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그 때문인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단호하게 싫다고 끊어냈는데도 계속 그를 붙잡고 늘어지려 하였던 것이다.
"아니 진짜, 선생님! 여기 물 좋다니깐? 전국에서 수질관리 빡세게 하는 곳 여기 말고 더 없어! 한번 구경하셔봐 좀?"
"싫다고 말했는데."
낮고 쉭쉭대는 목소리로 흡혈귀는 계속 거부했다. 귀찮다는 감정이 들었다던가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게다가 잘 살펴보니 홍보를 굳이 하지 않아도 줄지어서 입장을 대기 중인 상황인지라, 구태여 시간을 빼앗기기 싫은 그가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 제 갈길을 가자 그 뒤로 떡대가 자기 손이 부러졌다며 소리란 소리를 쳐댔다. 저 멀리서 놈의 동료로 생각되는 잡배들이 그를 쫓아가려 했으나 이미 융터르는 이미 인파 사이로 녹아들듯이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오늘따라 유독 심한 밤안개처럼.
그랬다. 흡혈귀는 밤안개에 아직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로 이끌림을 받고 있었다. 자신은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 사이로 이리오라며 속삭이는 소리를 무시할 수 없어, 그는 점차 안개가 심해지는 곳까지 무작정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쯤하면 나오실 때도 되었을 성 싶은데 말입니다만."
"안 그래도 나오려고 했는데, 성질 참 급하시네... 노땅들이 원래 좀 이런가?"
가볍고 얄팍한 것이 간사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와 함께, 안개 너머로 홀연히 누군가가 여유롭게 걸어나왔다. 아니, 여유롭지는 못했다. 융터르와 똑같이 창백한 피부 위로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리는 것이 보였다. 안개를 피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생께나했다는 표정을 겨우 감추는 허세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런 상대방이 안개를 손짓으로 걷자, 융터르는 자신이 인파 한 가운데에 에워싸인 것을 알아차렸다. 개중에는 조금 전 클럽의 떡대들이나, 그 앞에서 입장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보였다. 저들끼리는 아무런 연관도 없어야 했지만 단 하나의 공통점이 보였다.
"당신이 이들을 홀리게 만든 겁니까? 어떻게 한거지? 안개? 아, 안개 사이에 피를 아주 살짝 흘렸군. 영리하시네요."
"오오, 예리하시구만. 숨쉬는 것만으로도 홀려선 유용한 부하가 될 수도 있고, 여차하면 도시락처럼 써도 되고. 참 좋지?"
"흠, 부하라. 당신같은 옅은 피라면 해야만 했겠지요. 애쓰셨군요."
융터르는 별 의도없이 최근 세대에게 포옹을 당해 약해진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을 썼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극심한 모욕의 표현이었는지 여유로운 척하던 웃음기를 얼굴에서 싹 지웠다. 그가 송곳니를 길게 빼면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글쎄, 그것도 오늘부로 끝일지도 모르지."
"...아하, 내 피를 노리시겠다, 라. 그걸 당신 대부가 허락이라도 했습니까?"
"대부? 하! 날 이 따위로 만들어놓고선 완전히 죽인 걸로 착각해서 겁먹고 도망쳤는데... 알게 뭐야? 하지만 당신은 나보다 세대가 높거든. 그 정도면 나도 사회에서 주류로 인정받을 수 있을테고. 그렇지?"
씨근덕거리는 옅은 피가 붉은기가 도는 눈동자로 자신이 매혹시킨 수많은 사람들에게 융터르를 잡으라고 명령했다. 사방에서 팔다리라도 잡으면 될 줄 알고 머릿수로 밀어부치려는 계획인 것을 알아챈, 그 또한 눈동자를 붉게 만들었고 사라졌다. 옅은 피가 그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라서 당장 나오라고 바락바락 소리쳤을 때는 이미 자신이 땅바닥에 거의 부딪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간신히 자신의 뒤통수를 잡아챈 그 우악스러운 손에서 벗어난 그가 융터르를 향해 번들거리는 눈과 함께 외치듯 말했다.
"하하! 그래, 그게 진짜배기다 이거지?!"
"이게 그렇게도 탐이 나는건가? 좋은 선택이라고는 못해주겠는데."
"돌아갈 수도 없다면 차라리 위를 노리는 게 맞는 거 아냐?!"
그 말을 끝으로 옅은 피가 자신이 만들어 낸 안개 속으로 순식간에 뛰어들더니 바로 그 앞에 나타났다. 어느 샌가 손톱까지 날카로운 칼처럼 길게 뽑아 휘두르는 그 모습에 흡혈귀가 이번에는 사라지지도 않고 그 팔을 곧장 낚아채듯 붙잡았다. 젊은 상대방은 완력에서 지지 않을 자신으로 그 손아귀에서 팔을 빼내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자 당황한 나머지 자칭 부하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치려 했다.
그러나 그 목을 융터르의 다른 손이 재빠르게 틀어막아 소리를 내지 못한 채로 땅바닥에 쑤셔박히듯 누워버렸다. 깨진 보도블럭 파편과 흙 따위가 몸 위로 쏟아져도, 그 완력 때문에 제 구실을 할 수 없었다. 그 입에서 공기빠지는 소리가 나는 옅은 피의 몸에 힘이 점차 빠지자 가슴 위로 한쪽 무릎을 얹은 채 융터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소, 소문... 요새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거..." 폐를 눌린 탓인지 숨을 쉬지 못해 꺽꺽거리며 답했다.
"다른 이들은 알고 있나?"
"몰라, 나 혼자만 알고서..."
옅은 피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명목상으로는 흡혈귀지만 사실상 숨도 쉬고 일반적인 식욕도 느끼며 햇빛 아래를 걸어도 문제없는, 그러니 인간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사회에서 이런 자들을 동족취급도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아직도 붉은 눈동자로 자신이 짓누른 자를 내려봤다.
감히 자신을 잡아먹으려 했던 그 어리석은 자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그 눈도 목소리만큼이나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자신을 짓누른 자가 벌린 입에서 송곳니 한 쌍이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안... 안돼... 이거 동족포식이라고... 들었어!! 금기라고...!!"
"당신같은 반푼이도 못한 놈에게 동족이라, 듣기 싫은데." 융터르는 살짝 열띤 목소리로 매몰차게 말했다.
"싫어! 제발!! 쥐 죽은듯이 숨어 지낼게!! 살려줘!!"
"글쎄, 인터넷이 퍼트린 소문은 그걸 허락할 리가. 그리고...."
융터르의 그 쉭쉭대는 목소리에, 옅은 피가 숨 가쁜 소리를 내며 탈출하려고 발악을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발버둥을 보며 흡혈귀가 나지막하지만 으르렁거리면서 그의 귓가에 대고 이어 말했다.
"네까짓 것 때문에, 난 지금 배가 너무 고파."
먹잇감이 더 심하게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먼저 홀린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하고 싶었지만 입은 어느 새 흡혈귀가 손으로 꽉 틀어막아버렸다. 곧이어 목덜미 사이로 뜨거운 것이 마구 빠져나가는 느낌과 그에 맞춰 삼키는 소리와 함께, 몸이 점점 차게 식어가는 것만을 느낄 뿐이었다.
"이메일을 만들었다고? 자네가?"
"그럼, 저라고 언제까지 손편지로 일일이 약 달라는 요청을 해야 합니까?"
"그...렇긴 해!"
여느 때처럼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냥꾼은 모니터만 바라본 채로 키보드를 제법 빠르게 놀려 문장을 곧잘 완성하는 흡혈귀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떨떨해 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독수리타법이 아닐까 의심되는 속도에서 이 만큼의 발전이라니, 얼마나 연습한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융터르는 곧 마우스를 달깍거리면서 필요한 일을 다 했는지, 화면에서 눈을 떼고는 예의 그 언짢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왜 왔냐고 캘리칼리 데이비슨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보지는 않은 사냥꾼은 그 특유의 능구렁이같은 태도로 입을 열었다. 최근 이상현상으로 안개가 과하게 끼었는데, 그 안개가 흡혈귀 등장 현상에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와 퇴치를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김에 약도 건네줄 겸해서 들렀다는 말에, 흡혈귀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친구, 아마 안 올 겁니다. 제가 잘 타일렀으니까요."
"뭐? 그게 가능한건가?"
"비교적 최근에 변해버려, 저와 다르게 햇빛에도 타지 않거든요. 그 대신이랄까, 힘도 그만큼 약하지만."
"나 원 참. 요새 젊은 친구들은 그냥 사람하고 별 차이가 없구만!"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면서도 제법 곤혹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약을 전달해주겠다는 것은 약속이었기 때문에 다시 약병을 그 책상 위로 올려두고는 힐끗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혹시 심심하면 나랑 같이... 뭐 컴퓨터 게임이라도 같이....해볼텐가?"
"지금 저보고 이젠 게임까지 밤 새워가며 배우라는 말씀이십니까?"
"으하하하!! 뭐 모르면 맞는거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잘 하지 않겠나!"
"...아뇨, 전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하기도 싫습니다."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홱홱도는 융터르의, 보기 드문 격한 감정표현에 사냥꾼은 만족스러워 다시금 껄껄대며 웃고는 그만 가겠다며 자리를 성큼성큼 떠났다. 그 특유의 걸음걸이와 덩치 때문인지, 캘리칼리는 전혀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그 사이에 흡혈귀의 눈동자가 붉어진 채 슬며시 웃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동족포식은 단순히 피를 먹어치우는 행위가 아니다. 죄악시 되는 이유는 그 끝이 영혼마저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사냥꾼은 갑자기 늘어난 그의 컴퓨터 실력을 단순히 밤샘연습으로 취급했지만, 실은 그 어설픈 놈이 요즘 세대였기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덕을 봤다. 더불어 메말랐던 감정도 어느정도는 표현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남용하면 언젠가는 그저 피만 무작정 탐하게 될 터이니, 더는 해선 안 될 짓이다.
다시금 마우스를 조작해 보냈다는 이메일을 재차 확인했다. 훌륭할 정도로 반푼이 놈의 흉내를 낸 이메일이 놈과 같은, 다른 옅은 피들에게 경고를 했다. 죽다 살아났으니 더는 이 빌어먹을 곳엔 오지도 않을 거고, 그저 얌전히 살 것이니 너희들도 내 꼴이 되고 싶다면 한번 오던가. 답장은 없지만 수신이 전부 확인되었으니 더 이상 귀찮은 일은 없으리라.
의자에서 일어나 암막커튼을 살며시 제껴보았다. 그 틈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여전히 그에게 너무나 거대한 고통이며, 바라마지 않는 동경이다. 그 안개 낀 밤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끗-
'공개 썰입니다. > 멤고 단편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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