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 캘교수님은 어마방, 호교수님은 변환 마법으로 결정했습니다.
2. 사실 어마방은 세 아저씨 다 어울린다 생각하는건... 역시 아저씨즈 히어로즈 때문이 아니...아닌가?
3. ...근데 왜 나 쓰겠다고 덤빈거지...?
불운하다면 불운하겠지만, 캘리칼리 데이비슨 교수의 첫 어둠의 마법 방어법 강의는 후플푸프와 슬리데린이 같이 듣게 되었다. 널찍한 강의실은 책걸상과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하는 것인지 푹신한 방석따위가 곳곳마다 늘어져있었다. 그나마 이게 교실이구나 생각하게 만든 것도, 가장 안쪽에 칠판과 분필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교수가 아직 오지 않았다.
처음 교장선생님의 소개로 전교생에게 소개를 했을 적, 거인족 혼혈이 아닐까 수군대는 슬리데린 쪽 자리의 뒷담화가 들리기라도 했는지 강의실 문이 꽝 소리가 나게 열리며 순식간에 모두의 이목을 문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권민과 곽춘식은 이미 마법약 교실에서 한 차례 겪은 바 있는, 이 어마어마한 굉음을 겨우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학생들은 기숙사를 막론하고 저마다 깜짝 놀라 “으악!” 소리를 내버렸지만.
올려다보려면 차라리 천장을 볼 각오를 하고 고개를 제껴야 할 정도로 덩치가 큰 교수는 갈색 망토가 펄럭거릴 정도로 호쾌하고 성큼성큼 거리는 걸음으로 강의실을 횡단하며 교탁 앞에 섰다.
“반갑네. 내 이름은 캘리칼리 데이비슨, 어둠의 마법 방어법을 알려줄 예정이고…. 어디보자, 질문이라도 있나?”
대뜸 자기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해봐야 딱히 떠오를 것이 없는 학생들이 입을 달싹거리고 있는 사이, 초록색 넥타이가 무리지어 앉은 자리 중에서도 가장 뒷편 한 구석에서 손이 하나 불쑥 올라오며 느릿느릿하고 거만하기 짝이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인족 혼혈이라던데 사실인가요?"
대놓고 놀리는 그 어조에 그 학생 주변으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난 융터르 교수 때도 그랬지만 이번 신임교수들에 대한 존중이나 존경과 같은 의식은 전혀 지키지 않을 작정으로 들리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슨 교수는 그저 으하하하 웃으면서 그 목소리에 전혀 묻히지 않는 박수를 그 큰 손으로 쳤다.
"아―, 방금 들은 농담은 정말이지― 지루하구만."
방금까지 박수를 치며 껄껄 웃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교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냉정하게 휙 바뀌었다. 특히나 마지막 단어를 말할 때는 묘하게 으르렁거리는 느낌까지도 섞여 있어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솜털이 바싹 솟을 정도로 긴장을 하고 말았다. 물론 슬리데린 쪽도 마찬가지라서 자기 딴에는 엉뚱하면서 유쾌한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그 학생이 들어올린 손은 차마 내릴 생각도 못하고 그저 허공에서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교수가 가엽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 "우유를 많이 먹어야지."
그리고 강의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어설픈 헛기침을 하면서 강의를 스리슬쩍 시작한 이 거대한 덩치의 교수는 교과서 가장 첫 페이지에 있는 무장해 주문, 엑스펠리아르무스를 알려주었다. 그 효과는 아주 간단했다. 상대방이 쥐고 있던 지팡이가 교수의 손 안으로 멋지게 들어온 것이다. 졸지에 교수의 상대 역할을 하게 되었던, 그 질나쁜 농담을 해버린 슬리데린 학생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교수가 던진 자기 지팡이를 허우적거리면서 받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 주문은 실로 유용하고, 내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심히 매력적인 주문일세. 자, 생각해보라고.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팡이를 뺏긴다면 어떻게 되겠나? 답해볼 사람 있나? 좋아, 거기 이빨 큰 학생이 답해보게."
교수의 지팡이 끝을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권민에게 쏠렸다. 단답벌레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주목을 받는 것에는 큰 부담을 느끼는 그가 당황해하며 더듬거리다 겨우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다.
"그―, 보됴 무기를 들고 덤빌 두도 있다고…, 댕, 댕각합미다."
"흠, 보조무기라. 이를테면? 그건 그 옆의 빡빡머리 친구가 답해보게."
"총이라던가…?"
곧 슬리데린 쪽에서 와하하 하고 비웃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순수혈통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그들은 머글의 살인주문 겸 고통저주 전용 지팡이를 사용할 이유가 하등 없다면서, 과연 머글 출신은 생각하는 것도 천박하다는 등의 소리가 전혀 볼륨을 낮출 생각이나 필터링 따위를 거치지 않고 흘러나왔다. 졸지에 광대 취급을 받게 된 권민과 춘식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고개를 망토 아래로 푹 가리고 싶었다.
그러나.
"후플푸프에게 상점 10점. 이유가 궁금한가? 아니지, 생각을 할 수 있으면 당연히 알 수 있지 않겠나! 범죄자 놈들이 지팡이를 빼앗겼다고 순순히 잡혀줄 것 같나? 실제로 저기 좀 생각이 고리타분한 친구들은 못 믿어라 하겠지만, 이 머글의 지팡이를 애용하는 데는 출신성분 가리지 않는다네."
어쩐지 경험담을 풀어놓는 듯한 느낌이 강한 그 말에 후플푸프의 학생들과, 소수의 슬리데린 학생들은 교수가 더 관련담을 풀어주기를 기대했지만 교수는 그건 다음에 시간이 여유로우면 한 번 풀어보겠다며 달래고는 저마다 깔고 앉아있던 방석에서 일어나라고 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학생들이 시키는대로 하자, 교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서로 마주보고 서서 한 사람이 주문을 써보면, 다른 사람은 그걸 방어해보면 되네. 남은 시간은 이걸 번갈아가면서 하는걸로 하지. 그럼 시작!"
자연스럽게 곽춘식과 권민은 서로 마주보면서 주문을 연습해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의외로 교수처럼 주문을 왼다고 해서 지팡이가 멋들어지게 자신의 손으로 쏙 빠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강의실은 연거푸 그 엑스펠리아르무스―!! 라는 주문 외는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거의 대다수는 손에서 지팡이가 빠져나갈 듯 움찔거리다가 마는 경우에 그쳤다.
그나마 적어도 상대방의 손에 들려있던 지팡이가 빠지기라도 하는 결과를 보여준 사람은 곽춘식과 권민 두 사람이었다. 각자가 한두번씩은 자신의 손까지 들어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상대방의 손에서 쑥 빼내 바닥에 지팡이를 떨어트리기까지는 성공한 것이다. 이 교실 중에서 가장 성공률이 높은 사람은 곽춘식이었다.
두 사람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교수가 호기심에 가득 찬 어조로 물었다. 먼저 권민에게.
"권민 자네는 어째선지 무언주문으로 이걸 소화하려고 하는군. 이유가 있나?"
"그, 그으…. 이거 때문에…."
권민은 소심하게 자기 앞니를 가리켰다. 1학년 때 첫 일반 마법 시간에도 이 큰 치아가 문제가 되어, 발음으로 곤란해하던 일을 간략하게 말하는 것을 묵묵히 듣던 교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래번클로의 그 작달막한 친구가 내린 선택처럼, 그것도 한 방법이라고 응원을 해줄 뿐이었다.
강의실 바깥을 나오니 단답벌레가 그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래번클로는 이미 그리핀도르와 같이 강의를 들었다고 했던 기억이 나, 춘식과 권민이 자신들이 방금까지 겪었던 일을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말하고 싶어 셋은 이제 낙엽이 조금씩 떨어지는 정원으로 거의 달려가다시피 하였다.
춘식의 실력과, 권민의 무음주문에 칭찬을 받았다는 점에서 단답벌레는 안도했고 슬리데린의 순혈주의자 학생들이 던진 질나쁜 농담에는 그도 기분이 나빴는지 작게 쯧하고 혀차는 소리를 냈다. 춘식이 그제서야 긴장감이 풀려 앉아있던 벤치 위로 거의 녹아내리는게 아닌가 착각할만큼 늘어져서는 투덜거렸다.
"아니 진짜, 아직도 순혈 만만세 저 이거 신물남다! 까놓고 완전 노땅같슴다!"
"나도."
"그르니까 말이에여. 기분 나빠여."
2학년이 막 되었다는 사실에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학교를 돌아다니다보면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있었다. 굳이 어떤 느낌에 가까운가 하면 극소수의 학생들이 나머지 학생은 물론 교수들마저도 따돌리는 분위기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답벌레는 지난번 융터르 교수의 사무실에 불려갔던 그 반항아가 떠올라 그의 행적을 아직도 모를 두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걔, 안 옴."
"엑? 설마 그 괴상한 거 만든 사람 말씀임까?"
"딘따로 안 와따고요? 50더미나 깎이는데??"
래번클로의 2학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난 일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모래시계마다 각 기숙사를 상징하는 보석 중 파란색의 그것이 순식간에 줄어든 그 모습이란, 래번클로의 모든 기숙사생들에게 있어 문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하늘같은 교수의 권위도 무시한 그 학생이나, 진짜로 50점을 깎아버린 교수의 잔혹함이나. 고학년들은 그 문제아를 무슨 수라도 쓸 기세였고, 찾아내면 무슨 짓이든 감히 저지를 생각까지도 하고 있다는 것까지, 단답벌레가 전달했다.
권민은 자기 기숙사도 아니건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건 도대체 무슨 깡이냐며 작게 중얼거렸다. 춘식은 만약 자신의 실수로 기숙사 점수가 50점이나 날아가게 된다면 그때는 자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속삭이듯 말하며, 그런 일이 절대 없길 바랐다. 그런 두 후플푸프 친구들이 작게 궁시렁거리는 것을 갑자기 단답벌레가 황급하게 그 입을 막고 작게 쉿 소리를 내자, 영문도 모르고 두 사람이 끄덕인 채 자기 입을 막는 사이 정원 외딴 곳에서 이상한 대화가 들려왔다.
"…그럼 오늘 집회는 역시 밤 10시에?"
"5층의 눈 먼 마녀 초상화 앞에서 모일 예정이니까, 늦지마."
"하여간 잡종 놈들이 교수자리도 차지하고…."
소근거리는 소리가 사라진 지 거의 5분이 넘어서야 짬통스는 실수로 숨소리라도 삐져나올까봐 막았던 손을 겨우 떼서 몰아 쉬었고, 하나같이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어제 춘식이 모아온 소문은 이제 신빙성있는 단계를 넘어 거의 확실시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며 조용히 쑥덕거렸다.
"어떻게 함까 우리?"
"교두님들께 알려야 하디 않을까여?"
"응."
의견을 순식간에 모은 세 사람이 곧장, 그래도 묘하게 믿음직스러워 보였던 카르나르 융터르 교수의 사무실로 달려갔지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없었다. 사무실 문이 잠겨있었다. 특수한 주문이라도 걸린 것인지 자물쇠 해제 주문을 연거푸 써봐도 꼼짝도 않아, 머리가 새하얘진 상태로, 권민과 곽춘식은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을 더듬었다. 그런 상황에서 단답벌레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을 사무실 문에서 멀리 떨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잡자."
"에? 잘모씀다?"
"져희도 밤에 빠뎌나와서 답다고여?"
"다른 방법?"
그 무모한 발언에 권민과 춘식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마땅히 떠오를 리도 없었다. 누구한테 가서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는 판에, 그리고 교수님들과는 사적으로 그리 친하지도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대뜸 야밤에 '그 사람'의 지지자들이 모여서 작당모의를 한대요 라고 말해봐야 믿어줄 사람이 더 있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눈 뜨고 그걸 지켜보자는 것은 어쩐지 가슴이 그러지 말아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단답벌레의 이 무모한 제의를 나머지 둘도 결국 동의하고 말았다.
한밤중에 모이기로 약속한 곳까지 그들은 다행히도 그 누구에게 걸리지 않은 채 5층까지 올 수 있었다. 한밤중에도 움직이는 계단과 초상화들은 분명 익숙해야 했을텐데 그저 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셋에게는 너무나 낯선 환경이 되어버려, 자기도 모르게 달달 떠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눈이 밝고 길 외우기를 잘하던 곽춘식이 이쪽 저쪽으로 나머지 둘을 안내하지 못했다면 분명 어리버리하게 서 있다가 야간에 순찰을 도는 누군가에게 걸렸을 것이 뻔했다.
"여기, 이쪽으로 돌아가면 그 눈 먼 마녀의 초상화임다."
"모드긴 모다도 되게 깊둑하게 드더가네요."
"조용."
단답벌레가 기둥으로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운 쪽으로 두 사람을 재빠르게 밀고는 조용히 시켰다. 그 셋보다는 그래도 발자국 소리라던가가 뚜벅뚜벅 들리지만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걷는 발자국이 셋. 그리고 애써 목소리를 낮추려는 성인 남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거기인가? 과연 음침한 놈들이 바글바글거리는구만."
"곽춘식 군이 모아온 소문 덕분에 특정이 빠르게 지어졌습니다. 나중에 그에게 허니듀크에서 파는 초콜릿이라도 사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짬통스는 세 신입 교수가 서로에게 서슴없이 대화하는 것은 놀라지 않았지만 그 내용이 제법 의미심장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특히 춘식은 자기 딴에는 스리슬쩍 모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교수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러워서 작게 '뭐?!' 라는 입모양만을 벙긋거렸다. 그러고보면 지난 마법약 시간이 끝났을 때도 은연중에 카르나르 융터르 교수가 언급했었는데, 모종의 방법으로 그걸 알아차렸다는 것일까?
그 때였다. 짬통스의 눈 앞으로 갑자기 환한 불빛이 다가와, 어두운 학교에 겨우 적응해있던 세 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꽉 감으면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야 했다. 살짝 새어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학생들이 겨우 불빛 너머로 누가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캘리칼리 데이비슨 교수다.
"니들 여기서 뭐하냐?" 그는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과 그 목소리로 세 학생을 바라보았다.
"흠, 한 차례 경고를 드렸는데도 이렇게 행동하시다니요."
"이건, 벌점으로, 커버, 못 합니다."
그 뒤로 카르나르 융터르 교수와 노스페라투 호드 교수도 각각 황당해하면서 한 마디씩 했다. 그러자 단답벌레가 두 학생 앞으로 나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변호를 하려 했다.
"제가, 꼬드김."
"그렇찮아도 제 사무실에 연거푸 잠금 해제 마법을 쓴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그게 당신이었군요."
"융터르, 그만 질책 좀 하게. 애가 다 얼어붙었어."
데이비슨 교수가 그의 말대로 잔뜩 긴장해서 꼼짝도 못하는 단답벌레를 힐끗 보고는 언짢은 표정의 마법약 교수에게 넌지시 말했다. 턱수염 자국이 제법 진한 호드 교수는 오랜 외국 생활이 짙게 묻어나오는 억양으로 이 부분은 각자 사감 선생님에게 말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야기 했지만, 융터르와 데이비슨은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며 짬통스에게 말했다.
"일단은 여러분들의 의도는 이해했기 때문에 더 질책할 이유는 없겠군요."
"그럼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제대로 된 어둠의 마법 방어법이나 보여줄까? 오늘 배운 것만으로도 저 잔챙이들 제압하기. 어떤가?"
그 말마따나, 캘리칼리 데이비슨 교수는 왜 본인이 그 과목을 맡았는지 순식간에 이해가 되는 실력자였다. 빈 강의실을 점거한 불량학생들이 내지르는, 짬통스에게는 아직 어려운 그런 마법들이 날아오는 와중에도 나머지 두 교수는 거의 까딱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말 무장해제 마법 단 하나만 쓰며 순식간에 다른 학생들을 잡아낸 것이다. 마법 지팡이만 순식간에 10개는 넘도록 그 큰 손 안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짬통스는 놀라 입이 떡 벌어졌지만, 두 교수는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여전하시군요."
"그래도, 폼, 너무, 잡으십니다."
노스페라투 호드 교수는 은근슬쩍 한심해하는 어조로 자기 지팡이를 머리 높이 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낡은 커튼들 따위가 뜯어지더니 밧줄 여러 개로 바뀌어 불량 학생들의 손을 꽁꽁 단단히 묶었다. 무장해제 마법이 터무니없이 셌던 탓인지 바닥을 나뒹굴기도 해서 엉망진창이 되었던 학생들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상급생에게, 융터르 교수가 강제로 입을 벌려 물방울이 아닐까 싶은 무색무취한 마법약을 세 방울 떨어트렸다.
마법약에 관심이 많았던 권민이 저 약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하는 두 친구에게 은근슬쩍 진짜 강력한 자백제라고 설명해주는 것을 마법약 교수가 들었다.
"만약 강의 시간이었다면 후플푸프에게 점수를 주었을 터였는데 아쉽군요."
세 학생을 멀찍이 떨어트린 호드 교수와 융터르 교수는 소문의 실체인, 진짜로 '그 사람'을 추종하는 학생들의 모임에 제법 골치가 아픈 채로 데이비슨 교수의 심문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제법 유의미한 결과를 손에 쥐었는지 성큼거리며 덩치가 거대한 교수가 돌아와서는 다른 두 교수에게 제안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이 학생들 처분은 우리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걸로 하는게 어떻겠나?"
"지금 농담하신 것 아닙니까?"
"그거, 너무,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야밤에 이 친구들이 돌아다닌 것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나?"
어둠의 마법 방어법 교수는 능글맞게 웃었다. 짬통스는 이 상황에 대해 그의 의도를 점차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들이 밤중에 몰래 빠져나온 것은 처분을 받아 마땅했지만, 그렇게 되면 반드시 그 원인에 대해서도 공표를 해야 했고 그 원인은 하필 지금 마법사 사회에서 가장 골치아픈 문제인데다 알려지게 되면 반드시 학교가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떨떠름해하는 두 교수에게 그가 이어서 말했다.
"우린 어차피 1년만 여기 있기로 하였으니, 까짓거 좀 더 교칙에 대해서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그건 다음에 호두 자네 강의가 잡혀있으니 그 전까지는 먼저 전달을 해두겠네. 나와 융터르 자네는 각각 사감선생님께 이 꼬맹이들이 주방으로 몰래 들어가려 했었던 것을 잡았다고 이야기를 맞춰두자고."
"좋습니다."
권민과 곽춘식, 단답벌레는 교칙을 어긴 것 치고는 크게 혼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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