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 님의 어썸한 소재를 받아서 제가 날조를 했습니다.
*용 나옵니다. 좋잖아요 용.
*하지만 다 먹는건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융털단 행동만 좀 했읍니다.
*실은 소화를 못해서 그런게 맞습니다.
저 두꺼운 성벽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생고생을 하였는가. 숲 사이로는 끊임없이 중앙에서 보던 것보다 포악한 괴물들이 뛰쳐나오는 땅. 기존 신발보다 배는 널찍한 설피라는 것을 신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릎까지도 푹푹 빠지는 이런 험준한 북부는 그야말로 신이 버린 땅이요, 저주받아 마땅한 땅이 맞다며 행군하는 보병들이 투덜거렸다. 본래라면 날랜 말을 타고 적진을 헤뒤집어야 할 기사들도 그런 불평에 은근슬쩍 동조하고 있었다. 반려와도 같은 애마들이 이 혹독한 날씨에 얼어죽지 않게 하는 것도 중대한 사항이었으니까.
가장 풍족한 중앙을 차지한 이들로서는 어떻게 이런 곳을 공격한다는 결심을 내렸는지, 존경하는 황제폐하의 성심을 감히 의심할 수 밖에 없었지만, 들려오는 소문이 만약 참이라면 그럴법 하다며 저들끼리 수군덕거렸다. 저 성벽 너머에 존재하는 곳은 지금도 드물게 몰려오는 괴물들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마력석이 풍부하게 매장되어있다―라는 소문. 기본적으로 모든 생활에 있어 돈이 필수불가결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그 말은 곧 신분상승을 포함한, 인생이 달콤해지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의미였다.
불평과 탐욕이 아주 미묘한 밸런스를 이루어 곧 불온한 열기가 점차 들뜬 곳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이 가혹할 정도로 펼쳐진 설원과 크게 구분이 가지 않는 흰색 제의를 입은 성직자 카르나르 융터르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고 있었다. 수도원의 최대 후원자가 황제만 아니었어도, 명분은 물론 어떤 도의도 없는 이런 전쟁에 차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고― 우리 수도원장 님, 뭐가 또 맘에 안 드실까요? 응?"
"이런, 기사단장 님께서 이런 미천한 성직자에게 관심을 다 가져주시다니, 이거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첫 인상은 저 선명한 분홍색 머리로, 그 다음으로는 황제 직속-최정예 기사단의 최연소 기사단장으로 인상이 깊은 뢴트게늄이 요사스럽게 연록색 눈동자를 빛내며 얼굴을 슥 들이 밀고 물었다. 수도원장은 명백히 허튼 생각 하지 마라는 그 비언어적 신호에도 태연하게 다시 한 번은 생각해야 그 본의를 알 수 있는 답을 해주었다. 신경 끄시지. 과연 그 의미를 알아차린 것인지, 기사단장은 능글거리는 얼굴 사이로 적대적인 시선이 잠시 떠올랐다 가라앉았고 별다른 말꼬투리를 잡지는 않은 채 제 갈길을 떠났다.
그 등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수도원장은 이 더러운 전쟁에서 그나마 가장 목적의식이 분명한 저 남자의 속사정을 떠올렸다. 용에게 어린 시절을 완전히 파괴당하고 남은 복수심으로 자리를 일궈낸 남자라. 마찬가지의 경험으로 용을 싫어한다는 황제와 어쩌면 이리도 잘 맞을까.
숱한 괴물들이 침공해오는 이 땅에서도 가장 두렵고 가장 공포스러운 괴물인 용이 유일하게 복종하였기에 용공이라고도 불리는 북부 대공, 캘리칼리 데이비슨. 용을 죽이고 싶어라 하는 두 사람에게 있어 그를 위시한 비협조적인 북부란 곧 섬멸의 대상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그 부산물로 만들어진 온갖 기이한 물산들로 얻을 이득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잊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곧 뢴트게늄이 자신 휘하의 기사단을 향해 손짓하고, 그 의미를 알아챈 부기사단장이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진군하라!"
자신을 호위하는 겸 감시하기 위한 보병이 곁에서 이제 출발해야 한다며 언질을 주는 말에 카르나르 융터르는 그 낮은 목소리 조차도 높게 들릴 정도로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극히 더러운 전쟁이 이 새하얀 눈밭에서 벌어질 것이다. 자신이 할 일은 그저 단 하나였다. 비록 추악한 욕망을 속내에 품고있다 한들, 이 자리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애먼 피를 흘리지 않고 돌아가게 하는 것.
그러나 이 전투는 곧 뢴트게늄의 중앙군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용인술과 병법, 그리고 휘하의 수족처럼 움직여주는 기사단의 존재가 북부의 어중이떠중이들을 능히 궤멸할 수 있었음에도 가장 큰 적이 있었던 것을 간과한 것이다. 대자연. 북풍의 칼날과도 같은 바람은 한낱 인간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까딱해서 중심을 잃는 순간, 아무리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말이라고 해도 버둥거리며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기 일쑤였다.
피해가 그나마 덜 한 것도, 수도원장이 필사적으로 펼쳐둔 보호막 덕분이었고 폭풍이 그나마 약해진 틈을 타 그나마 전력을 약간 잃는 것으로 전쟁이 끝날 수 있었지만 중앙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차려진 기사단장의 막사에서는 격분에 차서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중에는 용서하지 못한다 같은 것이 중간중간 섞여있었을 뿐.
"…배려임을 모르시는 건가."
나름대로 중앙에서는 귀하신 신분인 덕분에 후방의 안전한 곳에 설치되어있는 수도원장의 막사 속에서, 카르나르 융터르는 다른 사람들이 듣더라도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종종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뜬금없는 소리를 저도 모르게 했던 그인 만큼, 이제는 대놓고 감시를 하고 있는 병졸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해석하고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답을 도출해 낼 수는 없었고, 기껏해야 신이 우리를 가엽게 여기시어 여기서 그만두게 하였다 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어 기사단장에게 전달하였다.
실상은 달랐지만.
카르나르 융터르가 아직 큰 직위가 없는 일개 성직자였을 무렵, 중앙에서는 그나마 북부와 가장 가까운 변경마을 사람들의 성직자 파견 요청이 있었다. 개척하는 도중 거대한 동굴을 발견하였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동굴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었다. 내리쬐는 빛조차도 순식간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검은색 비늘이 돋보이는 용. 처음에는 깊이 잠든 줄 알고 무작정 공격해 그 부산물을 얻으려던 사냥꾼들은 그 내려찍는 거대한 앞발에서 도망치지도 못한 채 핏자국과 으깨진 살덩어리가 되었을 뿐이다. 성직자가 이들에게 어떤 방어막도 씌우기 전에 벌어진 일.
목적이 순식간에 사라진 카르나르 융터르는 용의 푸른색 눈동자를 정면에서 마주 보고 얼어붙은 채, 그 낮은 목소리로 웅얼웅얼거리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찐득한 피를 털어내던 이 희대의 괴수는 비아냥거리는 말을 성직자의 머리에 곧바로 들리는 방식으로 전했다.
<이건 또 뭔가? 신에게 자비를 구하기라도 하나?>
"…그저 안 아프게만 죽게 해달라고 빌고 있었을 뿐입니다."
<하! 그렇단 말이지…?>
그야말로 '크르르르' 라는 것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거대한 용의 울음소리는 객관적으로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성직자에게는 웃는 것 처럼 보였고, 그 덕분에 웬만한 사람 키와 견줄 법한 그 끔찍하리만치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성직자가 기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저 놀란 다리에 힘이 풀려 조금 꼴사납게 주저 앉았을 뿐.
확실히 조금 전보다는 유쾌해졌다는 느낌으로, 검은색 용이 다시 질문을 하였다.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듯이.
<왜 그런 기도를 드렸나?>
"비록 불온한 목적이 있었다 한들, 제게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지 못했으니까요."
책무라…? 그리 중얼거린 용이 분명 피식하는 소리를 내고는 다시 제 앞발을 들어, 벌써 갈빛이 된 채로 굳어버린 살점 덩어리들을 힐끗 바라보다 성직자에게 들이밀었다. 이 상황에서도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머리카락의 성직자는 그 역겨운 것을 보고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린 채 입을 꽉 다물었다. 용의 그 무언의 힐난은 마치 성직자에게 이 따위 것을 지키는 것이 그리도 의미가 있는 행위였냐고 묻는 듯 하였기에.
추위가 원인이 아님은 분명한, 성직자의 덜덜 떨리는 목소리는 그 무언의 압박에 대해 조심스러운 항변을 시작하였다.
"비록 당신이라는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지언정, 이들은 그저 겨우내 혹독한 생활에서 탈피하고자 하였을 뿐이옵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 한들 저는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행실의 도덕적인 여부와 관계없이."
<아무 공격도 하지 않은 나를 다짜고짜 공격하였지. 말해봐라, 이게 신을 섬기는 자로서 할 수 있는 태도인가?>
"분명 보편적인 도덕률에 의거하면 저는 이미 당신의 그 앞발로 곤죽이 되어 마땅했을 겁니다. 허나, 배고픔에 굶주린 자들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법이라서. 게다가 번듯한 무기를 채 갖추지도 못한 자들이 당신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잘 해봐야 이제 막 떨어지기 일보직전인 묵은 비늘 정도 아니었겠습니까."
그 뒤로 성직자는 그래서 자신이 이런 무모한 일에 사람들을 말리지도 못하고 죽게 내버려뒀으니, 신께 자비를 구해봐야 아프지 않은 죽음 밖에 더 없겠냐는 말을 마무리 하였고 꼴사납게 주저앉은 몸을 겨우 정돈하며 눈을 감은 채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릴 따름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달랐다. 손이 다가오기는 했다. 거대한 발톱이 달린 그런 손은 아니었지만.
눈을 감고 그저 신에게 제발 아프지는 않게 해주십시오라며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던 카르나르 융터르가 정말 고통이라고는 하나슬며시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그저 어지간한 사람보다는 큼직할 따름인, 그러니까 일반적인 사람의 손이었다. 갸늘게 뜬 눈이 점차 위로 역주행을 한 끝에 보인 것은.
"자네 제법 재밌는 말을 하던데. 이름이 뭔가?"
"…카르나르 융터르, 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용이 복종하는 대공…이 아니었군요. 당신이 그 용이었다니."
"어감이 뭔가 묘한데…. 좋아, 카르나르라고 부르지. 이의는 안 받겠네."
검은 비늘이 연상되는 망토를 두른 용공,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헬쓱해진 성직자의 중얼거림에 그저 껄껄 웃을 따름이었고, 중앙에서 들어온 모든 이야기와 정반대의 사실을 알게된 것도 그로부터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다. 북부대륙을 밟은지 몇 안되는 북부인이 아닌 자는 지금까지 중앙에서 들어온 상식을 몇 번이고 고쳐써야 했었다. 중앙 못지않게 풍족한 자원, 인류와 괴수들이 사이 좋게 지내는 광경들.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황제가 지금까지 용을 척살해 온 것이 복수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욕심이 그 밑에 깔려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익히 아는, 덩치가 큰 북부 대공의 모습을 한 캘리칼리 데이비슨은 자신이 일구어낸 모든 것을 성 아래에서 내려다보며, 그 시절이 떠오르기라도 했는지 피식 웃으면서 아직도 얼떨떨해하는 성직자에게 옛 이야기를 짧게 들려주었다. 한 때는 인간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던 적이 있었던 것을. 탐욕스러운 황제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킨 것을. 그리고 그 황제에게 몰살당한 동족들, 신이 내려버린 죽을 수 없는 저주를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을. 하나같이 듣기에 괴롭고 끔찍한데도 이야기 하는 당사자는 그저 입을 크게 벌리고 그에 걸맞게 웃을 따름이었다.
그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얼굴을 찡그리는 카르나르 융터르는 무례를 저지른 김에 좀 더 저질러버렸다.
"어째서 저를 살려주신 겁니까? 이, 이 광경들을 보여주는 이유는…?"
"글쎄―. 잘 모르겠구만! 카르나르."
용공이 체통도 전부 던진 채 낄낄 웃자, 그 거대한 덩치 옆에 있는 탓에 훨씬 체구가 작아보이는 보좌관 단답벌레가 "체통 좀"이라는 말과 함께 그 옆구리를 손으로 쿡쿡 찔러댔지만, 용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뒤, 카르나르 융터르는 예전과 달리 중앙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북부에서 얻은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기존에 쌓아둔 편견을 부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목적 없는 선행의 대가는 수도원장 자리였지만 융터르는 그것이 정말로 달갑지가 않았다. 교단의 최대 후원자가 제국인 점을 생각한다면, 어떤 수단이든 상관하지 않고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기에. 그리고 말을 듣지 않는 꼭두각시는 필요없다는 황제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된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과, 과연….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노, 노, 노! 황제 폐하는 이번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스무니다! 이건 굳이 말하면, 제 개인적인 원한이라는 것이무니다."
절벽에 툭 튀어나온 돌 하나를 겨우 붙잡은 카르나르 융터르는, 자신을 호위하기로 했다던 용병 히키킹을 올려보며 이를 갈았다. 한때의 악연은 과거의 일이라며 넘어가라던 저 뻔뻔한 얼굴은,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절벽에서 자신을 떠밀었다. 마을을 불태우라는 뻔뻔한 의뢰도 거리낌없이 받았던 저 자를 믿어서는 안되었건만.
어느 변경 마을에 황제의 입장에서 지극히 불순한 일이 발생하였을 적의 일이었다. 마침 그 마을에 체류 중이던 카르나르 융터르는 히키킹을 만났고 마을 사람들이 무사히 대피하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맞상대를 했어야 했다. 히키킹이 간과한 것은, 그가 단순한 성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는 점. 암살자이되, 자신이 저질렀음을 기꺼이 드러내는 독특한 그에게 실패를 안겨줬었던 기억이 떠올라, 융터르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얼굴에 떠오른 것은 웃음이었다.
"왜 웃스무니까?"
"글쎄요…? 아, 이거 즐거운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히키킹이 이를 뿌득 가는 소리를 내며 돌을 쥐느라 파들거리는 성직자의 손을 밟으려 하였다. 어디까지나 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 움직임의 의도를 알아차린 성직자가 전혀 어울리지 않게 큭큭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용서를 빌고, 회개하시고, 광명도 찾으시죠. 대신 이 카르나르 융터르가 당신 손에 죽었다더라는 이야기는 없게끔 해드릴터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며 따지려던 히키킹이 순간 말을 멈췄다. 성직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거운 뭔가가 저 깊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그런 소리만이 들려 황급히 암살자가 몸을 그 너머로 내다보았을 적에는, 시커멓고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그 아래에서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훅 날아오르고 있었을 뿐. 그 세찬 바람에 지상에 있는 자들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사이 제 등에 올라탄 성직자를 향해 용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기껏 살려줬더니 말이야. 죽고 싶었으면 진작에 말해주지 그랬나? 방식 참 번거롭구만.>
"그 때 저를 살려주신 건 당신 선택입니다만?"
<흥, 적당히 알아서 내리기나 하게. 우연히 지나가다가 봤으니 망정이지 다음엔 없을테니깐 말이야.>
"오, 우연히… 였습니까? 그 험한 계곡 사이를 비행하는 취미가 있으실 줄은 몰랐는데."
퉁명스러운 말과 달리 용은 무려 날개를 미끄럼틀 마냥 기울여 편히 내리게끔 도와주고는 훌쩍 날아올랐다. 카르나르 융터르는 그 뒤로 며칠이 지난 뒤 유유히 황제에게 은혜에 감사드리며 무사히 돌아왔다는 인사와 함께, 그 속에 열불을 열심히 질러주었으나 이후로 제국 곳곳에서는 은밀하게 황제의 심기를 거슬려서 죽을 뻔 했다더라는 소문이 퍼질 뿐이었다.
그것이 어떠한 계기가 되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지난 첫 북부 원정군보다 더 많은 수의 병력이 출전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거의 기정사실이 되어가면서 황도는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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