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노스페라투 호드는 자동으로 얼굴을 구길 수 밖에 없었다. 그 놈이다. 둘의 머리에는 그 생각으로 가득 차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걸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런 미친 놈이 세상에 둘 이상 존재한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시대인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안색이 좋지 않은 순경들은 그들의 도착에만 겨우 고개를 끄덕일 뿐, 현장 보존을 위해 다른 이들이 난입하는 것을 애써 막았다. 그 행동에는 제법 필사의 각오가 느껴졌는데, 난입한 자를 막지 못한다면 그 끔찍한 광경을 자신들이 또 다시 봐야 하고, 그건 아무리 각오를 다잡는다 한들 진심으로 무리였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만들어진 경계선 안쪽으로는 똑같이 역겨움을 억지로 참아내며 증거를..
스마트폰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서글프고도 부드러운 곡조가 점차 아래로 흐르는 느낌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동안, 거장의 연주와 전혀 걸맞지 않은 살풍경한 방의 분위기가 여실히 방해를 했다. 사위가 어두운 방은 작업자가 집중을 하기 위해 핀포인트로 단 한 곳만 조명이 환해 시선이 그 누구든 그 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그 작업자가 때때로 들려오는 곡조에 맞춰 지휘봉을 흔들듯 손을 까딱거리는 통에 그 손아귀에 잡혀있는 도구가 가끔 방 이곳 저곳에 깜짝 스포트라이트의 역할을 하듯 난반사를 하기 일쑤였다. 작업자의 얼굴은 자신의 일에 한없이 도취되어, 열기에 들뜬 얼굴이 되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재료를 끄집어내 가다듬고, 보기 좋게 전시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투름이란 용납할 수 없는 법이며, 실..
상담실에 들이 닥친 두 거대한 체구를 보고 그는 굳이 숨기기도 귀찮다는 듯, 대놓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두 사람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귀한 시간을 썼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만 받고 싶었을 따름이다. 저 화려한 색깔과 지극히 실용적인 디자인의 옷차림, 등 뒤로는 묵직한 배낭이라니. 애석한 것은 자신도 저 두 사람과 별 차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무얼 길게 더 하소연하랴. 그는 이제부터 등산을 가야 할 예정이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이, 융터르! 자네 두고 간다?” “빨리, 오십시오.” 카르나르 융터르는 저 난입하듯 들어와놓고는 벌써 저만치 앞서서 자신에게 재촉하는 두 아저씨, 캘리칼리 데이비슨과 노스페라투 호드를 보고 부리나케 뒤쫓아 움직여야 했다...
스마트폰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서글프고도 부드러운 곡조가 점차 아래로 흐르는 느낌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동안, 거장의 연주와 전혀 걸맞지 않은 살풍경한 방의 분위기가 여실히 방해를 했다. 사위가 어두운 방은 작업자가 집중을 하기 위해 핀포인트로 단 한 곳만 조명이 환해 시선이 그 누구든 그 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그 작업자가 때때로 들려오는 곡조에 맞춰 지휘봉을 흔들듯 손을 까딱거리는 통에 그 손아귀에 잡혀있는 도구가 가끔 방 이곳 저곳에 깜짝 스포트라이트의 역할을 하듯 난반사를 하기 일쑤였다. 작업자의 얼굴은 자신의 일에 한없이 도취되어, 열기에 들뜬 얼굴이 되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재료를 끄집어내 가다듬고, 보기 좋게 전시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투름이란 용납할 수 없는 법이며, 실..